여름의 더위는 한 풀 꺾이려 하고, 9월은 시작되었다. 이번 달은 황금연휴가 끼어있어, 어제 우리 모임 멤버들의 소식을 들어보니 뭇 직장인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었다. 가족과 함께하거나, 놀러 간다거나, 개인 휴식시간을 가진다는 이야기들. 일어나 눈을 떠보니 2023년도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났다. 본인의 작물을 어느 정도 거두었는지 말이다.
9,10,11,12월 약 120일 정도 남은 이 시점에서 23년도를 얼마나 열심히 달려왔는지, 또 얼마나 기대와 계획했던 바들을 달성했는지를 말이다. 내 마음속 곳간을 열어본다. 외부활동으로 얻은 게 있는 지라 나름대로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1년 6개월 전만 해도 방구석 아싸였던 내가 이렇게라도 모임을 운영하고 활동하는 것을 보면 뭔가 신기하고 감사하며 자부심이 든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내 개인적인 시간에 내가 의도한 바는 미진하고 티끌이고 이제 시작이다. 글을 쓰는 것도 그리고 그것을 통해 깨달음 내지는 상기시키는 일련의 작업들을 시작한 지는 이제 2주 차이기 때문이다. 욕심은 많지만 부족하고, 부족하기에 자책하는 나는 여전히 1년 6개월 전의 모습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어제 모임을 끝낸 후, 나는 이번주 일요 모임 완료에 대한 공지를 멤버들에게 아래와 같이 글을 쓰며 알렸다.
9월이 시작되었습니다. 1월이 어제였던 것 같은데 벌써 올해도 4개월 남았습니다.
문득 남은 120여 일간 우리 멤버들 무탈 없이 소박한 목표들 이루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번 달의 모임 방향을 생각해 봤습니다.
"자기 격려"입니다. 365일 약 9000여 시간 동안 스스로를 격려하고 장점에 대해 상기시키는 시간이 그리 많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자책과 후회로만 뒤덮인 일상을 균형 있게 살아가는 것이 정신건강에도 이롭습니다.
모임을 통해 한 주간 스스로를 격려하는 일상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멤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보다는 오히려 나에게 더 필요한 메시지였다. 스스로에 대해 일말의 작은 칭찬이나 격려를 했는지 말이다. 그래서 어제 모임에서의 나의 발제는 "각자의 장점에 대해 말해보기"였는데 이번 모임의 최고의 화두로 뽑혔다. 스스로 단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동네 반상회처럼 새벽까지 떠들 수 있다.
그러나 각자의 장점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금세 템플스테이로 변해 침묵의 시간을 가지게 된다. 또 그걸 대수롭지 않게 여겨 말을 안 할 수 있지만 그건 본인 생각일 수 있고 설령 그게 맞더라도 분명한 장점인 것이다.
사회적으로 정신건강이 큰 이슈가 되는 이유도 개개인에 대한 저울의 추가 극히 부정적이고 비판적이고 분석적으로 기운 점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추의 균형을 맞추려면 당연히 반대의 추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혹자는 그러면 긍정적으로, 낙관적으로 생각하라는 거냐, 현실을 무시하는 몽상에 불과한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내가 말하는 것은 결이 다르다. 균형 잡힌 시선을 바로잡아야 하지, 부정적인 것에만 몰빵하고 있으니 오히려 이런 관점이 현실을 무시하는 태도라는 것이다. 내가 모자란 점도 분명히 있고, 후회할 점도 있으나 반대로 격려할 점도 분명히 있는데 이를 한쪽의 증거를 무시한 채 밀어붙이는 것이랑 별반 다를 게 없다. 하도 저급한 자기 계발서나 되지도 않는 힐링서적들이 떠드니 사람들은 반동적인 현상차원에서 칭찬이나 긍정의 좋은 부분까지 도매로 묶어 멀리하고 있는 점도 있다 생각한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의 의미는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