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의 성장일기 15
벽돌 시리즈 열다섯 번째
다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나도 그리 막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셜록홈즈 영화로 나온 건 보긴
봤다. 셜록홈즈는 워낙 유명하니 다들 알 테고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 그리고 내 또래는 명탐정 코난이나 소년탐정 김전일 시리즈를 좋아하는 것 같다. 추리 혹은 수사장르의 묘미는 범죄가 일어나면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에 있다. 놀라운 감각으로 단서를 찾거나 아무 의미 없는 단서들이 모여 결국 진범을 밝혀내는 장면을 보노라면 "와 이게 이렇게 된다고?" 하며 감탄을 하거나 소름이 나도 모르게 돋는다.
대표적으로 셜록홈즈는 범인을 쫓을 때, 본인의 동물적 수사감각도 뛰어나지만 돋보기를 사용하여 사건 현장을 유심하게 관찰하고 면밀히 범인의 흔적을 조사한다. 파편화된 혹은 그 누구도 모를 먼지 한 톨의 흔적조차 범인의 덜미를 잡는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비유로 들며 과연 우리는 자신에 대한 일상 단서들을 조사하는지 궁금했다. 하루의 일상은 똑같다. 지루하다. 재미가 없다. 한마디로 노잼이다. 다만 첫 시작은 그렇지 않았다. 학교의 첫 시작, 직장의 첫 출근, 첫 느낌은 언제나 자극적이고 감정적으로 요동치는 것이 느껴진다. 하지만 하루 이틀 점점 시간이 지나다 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둔감해져 있고, 이제는 그냥 하루 중의 일과일 뿐이 되었다. 그런 일상 속에서 우리는 본인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매일 흘리고 다니는 단서들을 한 번쯤 돌이켜 보았을까?
우리가 흔히 보내는 시간들은 결국 경험이 되고, 그 경험이 한데 모여 나를 이룬다. 그리고 고유의 정체성과 특징을 지닌다. 현재 본인의 삶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것은 일상에서 본인이 원하는 퍼즐들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수많은 퍼즐 하나하나를 보노라면 이게 처음에 어디에 붙여야 하는지를 갈팡질팡하며 아무것도 모른다. 하지만 이 또한 경험이 인도하듯 하나하나 붙여가며 틀린 건 다시 떼고 붙였다를 반복해야 한다. 삶의 변화 그리고 성장도 같은 이치가 아닐까 나는 생각한다. 본인의 자존감을 살리고 싶다면 스스로 과연 얼마나 격려하는 지를 봐야 하며, 본인의 능력을 올리고 싶다면 얼마나 그 분야에 대해 연습하고 있는 지를 봐야 한다. 물론 말은 쉽지~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다. 인정한다!
하지만 핵심은 과연 그것을 알면서도 하루에 단 5분이라도 투자하고 있는 지를 본다면 글쎄올시다.
몇몇 사람들 혹은 과거의 나만 그럴 수 있긴 한데, 맨날 5분씩 해서 뭐 하냐 한 번에 1시간을 하더라도 그게 낫지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근데 단기적으로 본다면 그게 맞을지 모르지만 변화의 곡선을 타려면 전자가 나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이제야 든 것이다. 또 5분만 하는 것은 최소 마지노선이다. 최대치를 이빠이(?) 잡아놓은 게 아니다라는 이야기이며 본인의 가능성에 대해 얼마나 해낼지 활짝 열려 있다는 뜻이기도 하며, 가끔은 탄력 받아 5 분하다 30분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시간단위로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서서히 알게 되었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이야기가 많이 있지만 그 시작조차 버거워하는 사람이 많다.
나도 그런다 지금. 하지만 시작이라는 통상적인 이미지 말고 그냥 애초에 발만 갖다 대는 것도 시작의 범위에 포함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어느새 희망이 생긴다는 것을 깨달았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하듯 또 막상 하게 되면 별거 아닐 수도 있다.
오늘도 그 작은 단서, 작은 퍼즐을 하나 맞추는 것에 의미를 둔다면, 생각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작품 하나가 완성되어 있으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