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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벽돌 하나

대학원생의 성장일기 16

by 포텐조

벽돌 시리즈 열여섯 번째

방송 나왔다. 아는 사람은 아는 떡 먹은 용만이처럼 5초만 나오고 들어갈 줄 알았는데 30초 이상 저녁 7시와 9시 뉴스에 나오게 된 것이다. 15초 광고를 4번이나 한 셈이라 나를 알리고 또 다른 은둔 청년들에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세미나 이후 방송국에서 연락이 와서 진행하게 된 인터뷰는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주게 된 것이다.

그날 감기 걸려서 많이 힘들어 목소리도 잘 안 나와서 걱정 됐지만, 편집을 잘해주신 덕분인지 만족스럽게 나온 것 같다. 뉴스는 은둔청년들의 해결책과 그리고 극복사례 중의 나를 선택해 보도해 준 것이다. 신기하기도 하고 사람 사는 일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게 진짜인 것 같다. 방구석 아싸였던 그 시절이 지금의 나를 단련시킨 날로 변하게 될 줄은 나 자신도 당근 몰랐기 때문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힘들어하는 또래들 그리고 우리 모임 멤버들에게 부족하나마 더 잘해야겠단 생각도 드는 겸손한 밤이었다.

삶은 계속되고 있다. 우리 모임도 그러하고 시간도 그렇다. 글을 통해 나를 표출하고 또 나를 알려본다.

오늘 좋았던 일이 내일 사그라들고 오늘 떠오르는 사람이 내일 망할 수도 있기에 지역방송 30초씩 나온 거 가지고, 기관에서 불러준다고 호들갑 떠냐 할 수 있겠지만은 사실 행보 하나하나에 긴장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말 한마디에 나중에 나락 갈 수 있기에 조심스럽지만 큰 벽돌을 하나 툭! 얹어 본다.


내가 쓰는 모든 글의 바탕이 되는 생각들은 굉장히 주관적이고 나만의 생각이기에 누누이 말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다를 수 있고 완전히 같을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의견을 자유롭게 표출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주는 사회이거나 자제하는 분위기라면 그 사회는 건강하지 못하다 생각하기에 한발 한발 걸어보는 것이다. 나를 통해 누군가 희망을 얻고 조금이라도 관점에 영향이 생긴다면 그것만큼 기쁜 일은 없을 것이다.


현재가 힘든 사람이라면 현재밖에 보이지 않고 또 앞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터널시야를 가지게 되는 것은 당연하고 너무나도 공감이 간다. 그런데 아이러니 한 건 안 보이기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마냥 부정적인 것도 오히려 나중에 장점이 될 수 있고, 내일의 자랑거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개개인의 일상과 삶 차원에서,

자기 계발 혹은 자조서의 주요 단점으로 뽑히는 것 중 하나가 모든 것을 개인의 의지와 노력 탓으로 돌릴 수 있다고 하는데에 나도 동의한다. 사회와 주변 환경이 끔찍하고 그것을 당연히 탓하고 욕하고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옳다. 또 서로 치고받고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에선 나오는 어쩔 수 없는 흉터들이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온전히 사회 탓만 할 수는 없다. 적어도 개인의 선택은 분명히 어딘가 존재하며, 그로 인해 발생하는 결과들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에 모든 것이 사회 탓 또는 개인 탓으로 치부할 수 없다. 그렇기에 회색지대 어딘가에 답이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불편한 현실에 불편한 애매모호한 답을 싫어한다. 그냥 단정 짓고 하나로 답이 도출되기를 원한다. 조금은 다른 소리로 빠지긴 했는데. 나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도 알아주기를 원하는 메시지는 본인이 처한 상황에서 본인이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느냐를 점검해 볼 필요가 티클만큼이라도 있다는 것이다. 그걸 아는 순간 선택과 그에 따른 시간의 핸들은 조금씩 스스로에게 쥐어지리라 생각한다.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희망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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