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일기 벽돌시리즈 174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백칠십 사 번째
어째 글을 쓰고나니 졸려서 잠시 누웠다. 저녁도 든든히 먹었겠다. 침대에 누워 졸린 눈을 감았다. 내방 안방마님은 내가 덮은 이불에 올라와 꾹꾹이를 하시며 집사가 자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으셨다. 뭔가 걸쩍지근한 느낌이 들긴 했는데 역시나. 눈떠보니 자정을 넘긴 1시 몇 분이었다. 걸쩍지근한 느낌이 바로 전날 해야 했던 120일을 넘긴 자기 격려 5분과 영문장외우기와 3주가 지난 독서 10분하기 였다. "누군가는 평생을 걸쳐 단 하루도 빠짐없이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어제 일이다.
자정을 넘기지 않는 원칙도 그렇지만 당일날 했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어느 순간 죄책감이 되어 찾아왔다.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스스로 비난이나 자책을 한다 해서 달라질 건 없었다. 다시 하는 게 중요한 것인데 비난 자책만 하다가는 가뜩이나 위축된 내가 퍽이나 잘하겠냐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일단 잤다. 푹. 뭐 어떡행(?). 이미 흘러간 강물. 또 오늘도 이것저것 하다 보니 저녁이 되고 글은 쓰고 있는데 재발방지 차원에서라도 장치를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알고는 있지만 정작 적용은 안 하고 있던 시작단서를 이제 몇시에 할지 항상 고정시간을 만들어 놓기로 했다. 그래서 지금은 글을 쓰고 올리자마자 할 것이다. 앞으로는 기상을 하면 바로 그것부터 하고 하루를 시작해야겠단 생각이 든다. 간혹 습관 66일을 하면 저절로 자동화가 될 거라는 사람들의 환상이 있는데 실제로 해보니까 그 환상은 철저히 환상이다. 첨언하면 습관 66일인지 100일인지는 평균치일뿐이고 사람마다 각기 다르니 그 날짜에 경도되지 않았으면 싶다.
여전히 불편하고 때론 귀찮기도 하지만 세밀하게 따져보니 그런 것 같다. 한마디로 "나도 모르게" 하다 보면 어느새 쌓임을 느낀다. 그래서 그 맛을 느끼고 그 탄력에 계속하게 되는 것 같다. 어쩌면 안 좋게 표현하면 진퇴양난 같은 느낌도 든다. 습관이 내게 말한다. "아 이제껏 하다가 이젠 안 하시겠다?" 약간 그런 느낌이다.
그래서 안 하면 불편함 때문이라도 하게 되는 것 같다.
자의로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습관이 몸에 안 맞는 옷과 같지만 정작 하게 되면 내가 옷에 맞게 살을 찌우던가 아니면 이 옷이 오버핏으로 나왔다고 적응하게 되는 것 같다. 다만 잘하다가 잠시 삐끗하게 되는 경우는 언제 할지 불확실하기에 그냥 여유 있다 생각해하다가 넘겨버린 경우, 그리고 그 이면에는 미루기가 또다시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최근에 습관하나 추가해서 부담감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는 몰라도 한 없이 적은 양에만 또 머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영해에서만 놀다가는 성장은 없다. 대양을 나가려면 불확실함, 불편함, 귀찮음은 감내해야 한다.
또 언제 어디서 할지 해놓지 않는다면 항구에 도착했는데도 배를 묶지 않고 선장이 내리는 바람에 결국 배가 떠내려가는 꼴이다. 우물쭈물하다가 결국 또 안 하게 되니 적어놔야 할거 같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 말이 참 좋다. 근데 다르게 생각해 보면 낙숫물이 어느새 끊긴다면 바위는 여전히 앞으로도 계속 단단할 것이다. 이제 서막이 올랐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