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일기 벽돌시리즈 182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백팔십 이 번째
나는 관찰예능을 싫어한다. 첫째는 연예인이 온갖 호화로운 생활을 하면서 같은 나이대의 사람들의 열등감과 박탈감에 불을 붙이는 게 다름 아닌 티비프로그램이라 느껴 거부감이 들고 재미도 없다. 둘째는 쌈마이감성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옛날 무한도전이나 1박 2일 같은 출연진이 고생하며 땀 흘리며 웃기는 예능이 진정성이 더 와닿았지, 사생활 공개측면에서 그것도 고충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만 아무래도 날로 먹으려는 듯한 모습이 괘씸해서이다.
그래서 나 혼자 산다도 원래부터 안 보고 뭐 요즘 일본예능처럼 스튜디오 사람들 앉혀놓고 녹화본 보면서 멘트 몇 개 치면서 왼쪽에 화면 띄워놓고 실내생활하는 연예인들 모습을 보여주는 현재 예능 유형이 내게는 적어도 맞지 않다. 다만 이 이야기를 왜 하냐면 오늘 설 명절을 지내고 방금 끝낸 모임 멤버들의 고충을 듣노라면 관찰 예능은 필요치 않지만 관찰은 무엇보다 필요하기 때문이다.
무엇가를 유심히 본다는 것 물리적인 시각뿐만 아니라 마음속을 살펴보든 무언가를 바라본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삶의 태도라는 점이다. 진리를 탐구하는 과학도 경험과학으로 사실에 근거하여 가설을 성립하듯이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우리 삶에도 반드시 필요하다. 진로문제로 고민이 많은 멤버의 사연을 들어보았는데 사실 나 또한 가지고 있는 딜레마이기도 하다.
프리랜서로써 무엇을 업으로 삼아 일할 것이냐의 문제였는데 다들 중요한 조언들을 해주었다. 그런데 가만 보면 다 알고 있고 당연한 말들이다. 그렇지만 문제는 내면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안된다는 것이 모든 진로의 문제점이지 않나 싶다. 진로의 문제는 이거 할까 저거 할까의 문제보다는 인정하느냐 회피하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 진로상담을 할 때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볼 때라면 나도 20대 내내 겪었던 이슈였기 때문이다.
마음속에서는 이거하고 싶다고 넌지시 알고는 있으나 그것을 인정하고 그런 삶을 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자꾸 다른 것을 무마하려는 것이 나중에 후회하느냐 안 하느냐의 시작점인 것 같다. 하고 싶은 것을 그대로 해야한다는 의미로 비춰져 비현실적인 이야기일 수는 있지만 제삼자의 눈으로 자기 직업을 면밀히 관찰하고, 아니 몇십 년을 걸쳐 어쩌면 평생동안 할 수도 있는 직업을 어느 순간 결정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에 치밀하게 체계적으로 장점과 단점 모두 고려하고 걸러낼 건 걸러내야 한다고 본다.
최근의 유행을 따라서 그 직업을 선택하노라면 고려하지 않은 수많은 문제들에 부딪혀서 환상 속에만 있던 직업으로 뒤늦게 깨닫게 된다. 그래서 눈이 멀어 선택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후회하더라도 치밀하게 알고 단점에도 불구하고(왜냐하면 이 세상엔 완벽한 직업이란 없기 때문이다.) 선택했더라면 다른 추상적인 혹은 조사 안하고 집착할만한 포인트를 가지고 "다른 직업을 선택할 걸"이라는 변명이 안 나오기에 향후 대처도 더 생산적으로 할 수 있다.
나도 심리학을 선택한 것은 어떤 관심사 한 분야만 보고 들어온 것이고 막상 학교 가면 하기 싫은 과목과 어쩔 수 없는 졸업요건을 채우기 위해 하기 싫은 것을 해야 한다. 그렇기에 자기 직업도 어떤 것은 좋지만 어떤 것이 분명 싫을 수도 있기에 차라리 후회할바에야 그동안 담아두었던 일을 하면서 꽂히는 한 부분에 집중하는 게 나머지 단점들을 이겨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