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냉면 안 나오나요?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245

by 포텐조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이백사십 오 번째



daniel-lee-T_8ebQvID7Y-unsplash.jpg

가족이랑 외식을 나가면 잘 나가는 고깃집에서 비교적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 있다. 벨이 울린다. 그리고 직원이 와서 주문을 받는다. 그리고 주문을 받고 계산 입력 후에 주방으로 메뉴를 전달한다. 그런데 손님이 많아지고 여기저기 띵동 띵동 거리면 정신이 없어진다. 요즘 가뜩이나 인건비도 비싼데 사람 많이 쓰는 건 더더욱 힘들기 때문에 한 사람이 여러 명 직원 분을 하기도 한다.




siora-photography-hgFY1mZY-Y0-unsplash.jpg

그래서 그런 복잡하고 고기 굽는 소리, 웃고 떠드는 소리가 배경으로 깔리며 주문을 받고 바로 다음 테이블로 가서 주문을 받노라면 이전 주문을 까먹기도 한다. 정신없는 직원은 방금 전 주문은 까먹고 지금 듣고 있는 주문만을 가서 주방에 알린다. 고기를 굽다가 "아 왜 이렇게 냉면이 안 나오지", "면 만들러 추수하러 갔나?"라는 농담을 하며 우리 주문이 지연됨을 기다린다.


그러다가 너무 안 나오면 다시 벨을 눌러 직원을 호출한다. "저희 물 냉면 시킨 거는.." 여기서 노련한 직원은 "아 곧 나올 거예요 밀려가지고요"라고 하며 그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모르나 만약 본인이 주문 누락을 실수했다면 바로 후다닥 달려가서 주방에 알릴 것이다. 아무튼 늦는 거에 대해 가끔 실망하기도 하는데 생각해 보면 이 또한 우리 일상에서 기억의 불완전함과 반복의 중요성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사람들은 자기 기억을 과신하는 측면이 강하다. 분명 기억하고 있다면서 정작 까먹었다라는듯이 다르게 행동하는 것을 남발하는데 이는 식당에서 주문누락이 계속되면 단골손님조차 크게 실망하듯이 자기 자신의 실천의지에 물을 끼얹는 것과 다름없다. 시작이 반이라고 말하며 시작의 중요성이 굉장히 강조되지만 나머지 반은 그 시작을 반복하는 데 있다. 결국 기억을 하든 실천을 하든 머리에 입력하는 행위는 반복의 산물이다.




freestocks-p_jg3JF68SQ-unsplash.jpg

영단어를 외우더라도 다음날 까마득히 까먹고 다른 번호로 체크하고 넘기는 답안지처럼 반복을 하지 않으면 금새 잊고 만다. 어떤 책에서 "본인이 지겹다고 눈물이 날 정도로 반복해야 한다"라는 인상 깊은 문구가 있었다. 능력 개발은 모든 행위의 반복으로 인해 탄생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전거를 처음 타는 어린이가 맨날 불안전하게 중심을 잡다가 이내 얼마 못 가지만, 시간이 흐르면 뚜르 드 프랑스에 나갈 정도로 잘 타게 된다.


공부도 스포츠도 마찬가지로 반복의 산물이다. 사실 별거 없다. 여러 책이나 여러 글들이 휘황찬란하게 공신이든 헬스 3대 몇을 치는 방법들을 나열하지만 결국 스스로 반복해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아주 단순한 진리만이 남게 된다. 4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 순간을 위해서 한 동작만을 여러 차례 반복하고 나서 그다음 연속 동작을 훈련하는 이런 고된 시간들을 보노라면 반복이 얼마나 신성한 지 알 수 있다.


인상 깊었다는 구절처럼 반복은 지겹고 재미없고 따분하고 그 자체로 힘들다. 그래서 얼마못가 안 하고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모든 처음 시작이나 출발은 언제나 자극적이고 신선하다. 처음 듣는 노래와 처음 입을 맞추는 순간은 언제나 흥분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반복적으로 듣는 노래와 반복적으로 하는 스킨십이 이내 따분하고 질리는 것은 우리는 여전히 새로운 자극을 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뭔가 달리 봐야 할 점은 이 지루하고 따분한 일련의 시간들이 오히려 뇌에서 밀어내려고 하다가 서서히 받아들이는 모멘트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반복은 모든 결과의 어머니다. 신성하기까지 하다. 그나저나 내 물냉면은 언제 나오는 거지?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8권 연재를 마쳤습니다. 항상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9권에서 뵙도록 할게요!

keyword
이전 29화상대적 안정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