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 안정감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244

by 포텐조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이백사십 사 번째



snapbythree-my-g6e641CiHFQ-unsplash.jpg

외투 입고 나갔다가 떠 죽는 줄 알았다. 있어 보이게 코트까지 입고 길을 나섰으나 오전만 유효했다. 비가 계속 오려나 해서 아침에는 날씨도 선선해가지고 그러더니만 나갔더니 그런다. 평소와 같은 일상이다. 문득 일상에 대한 감사함이 느껴진다. 가끔 모임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런 농담도 주고받는다. "나 같은 아싸에게는 친구랑 어디 갔다왔다는 멤버 근황은 부럽기 그지없다고"




dulana-kodithuwakku-0R-rPOSUyxw-unsplash.jpg

비교를 나쁘다고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 비교라는 것이 대부분 열등감과 박탈감에서 나오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느껴지지만 다른 점도 분명 존재한다. 나보다 잘 나가는 사람들과의 비교는 당연히 필패확정이다. 하지만 가끔 아래를 보노라면 나보다 못한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런 비교가 뭔가 죄책감이 들기도 하고 나쁜 것으로만 본다. 그러면 아예 비교를 하지 말아야 하는데 끊임없이 비교하는 것이 결국 사람의 본성 아닌 본성이다.


그래서 도덕적 차원, 양심적 차원을 설령 부과하더라도 비교는 어떻게 보면 겸손하고 감사함을 배우게 되는 것 같다. 멤버 중 누구는 경제적 문제에 대해 하소연을 하기도 했는데 대부분의 준거점을 서울 한복판에 사는 사람들에게 두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의 말에 일리가 있고 갈수록 살기 팍팍하다는 점에서는 언제나 동의하는 편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배부른 소리가 될 수도 있단 생각도 들었다.


가난이 가져다주는 물리적 빈곤뿐만 아니라 심리적 빈곤까지 포함한다면 그 피해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뭔가 숨만 쉬어도 억울한 느낌이 드는 것이 가난이다. 점차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서 활동하는 데는 돈이 안 들어가는 곳이 없다. 심지어 친구와 간단한 커피를 마시는 것 자체도 이미 돈이 들어간다. 경비? 그건 당연한 거지만 누군가에게는 쉽사리 오고 가는 것 자체에 대한 부담감 또한 분명히 있다.




towfiqu-barbhuiya-3aGZ7a97qwA-unsplash.jpg

최근에 본 가장 충격적인 광고 중 하나는 자칭 멘탈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이 "가난은 질병이다"라고 이야기했던 것을 보고 어설프게 배운 인간이 신념을 가지면 어떻게 되는지와 함께 소위 인플루언서 그 자체에 대한 혐오감마저 들었다. 물론 그 후속이야기는 가난은 사실 마인드에서 비롯된 것이고 그거 자체를 뭐 비판할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핑계라고만 생각되었다.


천민자본주의적인 사고관을 가진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 거 같단 생각도 들었다. 최근에 마케팅 관련 책에서 소개된 사례 중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고급 외제차에 대한 연구였다. 어떤 나라에서는 길거리에 주차를 하고 하룻밤을 지내보니 차가 스크래치가 나고 온갖 낙서가 되어있었는데 연구자는 그 원인을 평등적인 사회 가치관을 좀 더 중요시하는 문화 때문이지 않을까 주장하며, 또 유교 문화권에서 실험을 했는데 고급차가 잘 팔린다는 것을 비추어 유교문화가 내세우는 출세지향적이고 권위적인 스타일이 고급차 수요에도 한 몫한다는 결론을 낸다.


그 하나만의 연구를 가지고 아시아 사람들은 졸부 같고 멋모른다라는 일반화를 할 수는 없겠지만 마냥 틀렸다고 보기에도 아닌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성공에 대해 과시하기 좋아하고 철학적 공백을 물질로 해결하려는 한국사회가 시장경제에 대한 자유주의를 겉핥기로만 받아들이고 경제적 논리만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물질만능주의 또한 우리 사회가 왜 그렇게 병들었는지에 대한 분명한 이유를 댈 수 있을 것이다. 노오력을 강조하고 가난을 게으름으로 단정 짓는 관점이 상당히 소름 끼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하튼 그건 그렇고 그런 사회에서 상대적 박탈감이 들 수도 있지만 나도 모를 상대적 안정감도 들었다. 겸손함과 감사함은 뭔가 고상한 단계인 것 같지만 적어도 내가 삼시세끼 걱정 안 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커피도 마시고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왠지 모를 감사함과 여유 있는 시간에 대한 겸손함을 저절로 느껴보았다. 뭔가 커피맛처럼 씁쓸하기도 했다.

keyword
이전 28화매듭 좀 풀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