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일기 벽돌시리즈 244
그래서 도덕적 차원, 양심적 차원을 설령 부과하더라도 비교는 어떻게 보면 겸손하고 감사함을 배우게 되는 것 같다. 멤버 중 누구는 경제적 문제에 대해 하소연을 하기도 했는데 대부분의 준거점을 서울 한복판에 사는 사람들에게 두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의 말에 일리가 있고 갈수록 살기 팍팍하다는 점에서는 언제나 동의하는 편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배부른 소리가 될 수도 있단 생각도 들었다.
가난이 가져다주는 물리적 빈곤뿐만 아니라 심리적 빈곤까지 포함한다면 그 피해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뭔가 숨만 쉬어도 억울한 느낌이 드는 것이 가난이다. 점차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서 활동하는 데는 돈이 안 들어가는 곳이 없다. 심지어 친구와 간단한 커피를 마시는 것 자체도 이미 돈이 들어간다. 경비? 그건 당연한 거지만 누군가에게는 쉽사리 오고 가는 것 자체에 대한 부담감 또한 분명히 있다.
최근에 본 가장 충격적인 광고 중 하나는 자칭 멘탈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이 "가난은 질병이다"라고 이야기했던 것을 보고 어설프게 배운 인간이 신념을 가지면 어떻게 되는지와 함께 소위 인플루언서 그 자체에 대한 혐오감마저 들었다. 물론 그 후속이야기는 가난은 사실 마인드에서 비롯된 것이고 그거 자체를 뭐 비판할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핑계라고만 생각되었다.
천민자본주의적인 사고관을 가진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 거 같단 생각도 들었다. 최근에 마케팅 관련 책에서 소개된 사례 중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고급 외제차에 대한 연구였다. 어떤 나라에서는 길거리에 주차를 하고 하룻밤을 지내보니 차가 스크래치가 나고 온갖 낙서가 되어있었는데 연구자는 그 원인을 평등적인 사회 가치관을 좀 더 중요시하는 문화 때문이지 않을까 주장하며, 또 유교 문화권에서 실험을 했는데 고급차가 잘 팔린다는 것을 비추어 유교문화가 내세우는 출세지향적이고 권위적인 스타일이 고급차 수요에도 한 몫한다는 결론을 낸다.
그 하나만의 연구를 가지고 아시아 사람들은 졸부 같고 멋모른다라는 일반화를 할 수는 없겠지만 마냥 틀렸다고 보기에도 아닌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성공에 대해 과시하기 좋아하고 철학적 공백을 물질로 해결하려는 한국사회가 시장경제에 대한 자유주의를 겉핥기로만 받아들이고 경제적 논리만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물질만능주의 또한 우리 사회가 왜 그렇게 병들었는지에 대한 분명한 이유를 댈 수 있을 것이다. 노오력을 강조하고 가난을 게으름으로 단정 짓는 관점이 상당히 소름 끼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하튼 그건 그렇고 그런 사회에서 상대적 박탈감이 들 수도 있지만 나도 모를 상대적 안정감도 들었다. 겸손함과 감사함은 뭔가 고상한 단계인 것 같지만 적어도 내가 삼시세끼 걱정 안 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커피도 마시고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왠지 모를 감사함과 여유 있는 시간에 대한 겸손함을 저절로 느껴보았다. 뭔가 커피맛처럼 씁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