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의 성장일기 25
벽돌 시리즈 이십오 번째
오늘은 비도 오고 심심해서 나 스스로 복습차원에서도 심리학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오늘날 로켓이 달을 향해 나아가고, 중세 흑사병과 비슷한 전 지구적 전염병을 막아내는 시대에도 과거의 유산들은 여전히 제 각기의 목소리를 잃지 않고 있다. 상상도 못 할 기술의 발전에도 여전히 인간의 마음은 정복되지 않고 미래를 알 수 없기에 저 무한한 하늘은 알 수 있으나 내 마음은 모른다.
주택가나 시장 근처를 지나가다 보면 붉은 깃발이 달려있거나 조그마한 간판이 보인다. 애기동자에서부터 무슨무슨 보살까지 그리고 점잖은 모습의 철학원까지 다양하다. 그리고 도심에선 감성적인 카페분위기의 타로점집도 볼 수가 있다.
노파심에 말씀드리면 역술인들과 관련 종사자들을 비판할 생각은 없다. 다만 심리학과 심리학 추종자(?)로서의 사견과 주장일 수 있으니 넓은 마음으로 감싸주시길 바란다. 타로점집을 가거나 전통점집을 가면 다양한 수단을 이용해서 찾아온 손님의 운명을 알아본다. 생년월일, 얼굴형태등으로도 미래를 알아본다. 이윽고 역술인의 대답에 손님은 "우와 맞아요!"라고 호들갑 떨기도 한다. 반면 조금 아니다 싶으면 가만히 듣다가 재미 삼아 간 것이라 생각하고 다시는 안 가게 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바넘효과라고 한다. 일반적이거나 누구나 그럴 수 있는 이야기나 묘사를 특정 개인에게 아주 맞춤형처럼 받아들여지는 현상을 말하는 데 쉽게 말해 "당신은 때에 따라 활발하지만 굉장히 우울할 때도 많습니다". 오.. 무조건 내 이야기다! 이처럼 점술가들의 기본 스킬은 바넘 효과로 무장되어 있다. 더 나아가 더 들어맞는 경우는 각 점술가들의 카리스마에 크게 의존하기도 한다. 설령 바넘효과로 맞춘다고 해도 이걸 잘 포장해서 개인의 특성으로 만들고 운명을 설명해 주고 와닿게 하려면 점술가의 능력에 따라 달라진다.
찌라시인지 뭔지 모르지만 듣기로는 어디 대기업에서 기업의 방향이나 인사관리 할 때도 꽤 정평이 나신 점술가를 초청하거나 고문으로 앉혀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소문도 들었던 것 같다. 이처럼 사람을 사로잡는 카리스마는 역술인의 소양이기도 하다. 그런데 "사주팔자도 통계 아니냐? 과학으로 볼 수 있지 않느냐"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어느 정도 일리가 있을 수 있으나 통계라고 해서 그게 과학은 아니다. 쉽게 말해 그렇게 따지면 월매출 모아놓은 영수증 가지고 이번 달은 이 메뉴가 돈 벌겠구나라고 진단하는 족발집 사장님하고 뭐가 다른 건지 모르겠다.
심리학은 사회과학인 동시에 자연과학이기도 하다. 사실 심리학의 스펙트럼이 워낙 넓어서 철학에서 컴퓨터 쪽 분야를 넘어 생물학까지 관련되어 있기에 몇몇 편협한 학자들은 심리학은 과학이 아니다라며 자기 분야만을 순혈주의로 지키려는 주장도 한다. 아무튼 심리학의 정의는 개론서나 심리학 전공서적을 펼치면 인간의 마음과 행동 내지는 그 과정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다. 여기서 과학은 보편적이고 증명가능하며 반대로 반증가능한 등등의 과학이라 부를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된 상태인 것이다.
심리학 하면 다들 프로이트 생각하고 무의식 생각한다. 프로이트는 심리학의 시작을 알린 사람이지. 심리학 전체를 대표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정신분석이 현대 심리학에서는 그리 각광받지 못하는 건 무의식을 측정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하지만 현대 인간을 연구하는 심리학이라는 학문에 영감과 아이디어를 마련해 준 심리학의 아버지라 충분히 부를 만하다.
분야가 워낙 다양하기에 심지어 다른 학문에 적용되거나 콜라보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노벨상을 받은 행동경제학자가 심리학자이기도 하며 교육 쪽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잘 아시는 피아제도 심리학자이기도 하다. 사실 경계가 굉장히 모호하기에 구분 짓기 애매한 경우도 많아서 인간을 연구한다고 하면 심리학과 연관된 경우가 대다수다. 그래서인지 확실한 무언가를 하려면 한 우물만 파는 것이 좋을지 모르나 어느 날 알고 보니 전혀 다른 분야에서 이론이 이미 있는 경우도 있어서 인간 모두를 설명할 수 있는 대 이론은 나오지 않고 각 분야에 집중된 소 이론들이 한데 모여 아기자기하게 교류하고 있다 보면 된다.
일례로 데카르트 같은 철학자들이 인간의 의지와 정신력등을 설명하고자 하였으나 이미 심리학에선 의지나 정신력이란 용어는 가져다 버렸다. 가끔 대중을 상대로 설명하거나 짚고 넘어갈 때만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고자 심리학에 관심을 가지고 심리치료에 관심 가져 주는 것은 상당히 기쁜 일이다. 하지만 워낙 분야가 방대하다 보니 또 사람을 다루다 보니 날파리 같은 사기꾼들이 대중을 상대로 현혹하는 경우도 많아서 이 점도 상당히 경계해야 하고 심지어 도매급으로 심리학도 욕을 먹어서 억울한 점도 있다. 여하튼 개인적으로 나는 심리학에 빚진 게 워낙 많다. 이 정도면 제2금융권에서 사채로 영끌한 것 같단 농담을 하고 싶다. 삶에서 일상에서 나를 도와주고 이끌어 와 줬기에 이제는 내가 심리학에 보탬이 되고 싶단 생각이 커서 지금 요렇게 "심리학찬가"를 작성해 본다.
아! 한마디만 더하자면 MBTI도 심리학이지만 주류는 아니고 법적으로 성격검사의 권위를 가지고 있는 검사는 따로 있기에 너무 믿지는 마시고 상대방을 이해하는 초반 아이스브레이킹정도로만 써야지, 이걸 그냥 프레임을 씌워버리면 크나큰 오류다. 그래서 이런 점 때문에 나는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