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촐싹이는 행복

대학원생의 성장일기 24

by 포텐조

벽돌 시리즈 이십사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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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을 하다 보면 상당히 많은 발제 중 하나가 "행복"에 관한 것이다. 누구나 행복하길 원한다. 하지만 행복에 대한 정의를 알지 못하고 설령 알더라도 추상적인 개념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행복을 추구하거나 행복을 얻는 과정을 몰라 고민하며 이야기를 꺼낸다. 나도 지금 행복이 정확히 뭔지 모른다. 답을 찾고자 한다면 안타깝지만 행복은 고정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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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 행복에 대한 정의도 각기 다르다. 나는 개인적으로 다양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 각자 추구하는 가치관이나 목적이 다 다르기 때문에 하나만의 뜻을 가진 행복은 없다고 본다. 간단하게 누구는 돈을 좇는 것이 행복이고 누구는 가족과 함께 하는 것이 행복이고 누구는 여행을 가는 것이 행복이기에 "행복은 이거다!"라고 단정 짓기엔 조심스러운 면이 없지 않다.


그래서 어쩌면 행복이란 무엇일까라는 주제가 많이 나오는 것은 워낙 다양해서 주저하는 우리들에겐 좀 더 분명한 것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 다양한 정의가 너무나 좋다. 왜냐하면 내가 선택할 수 있고 내가 만들어 갈 수 있고 나만의 행복이 되기 때문에 심지어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하나의 행복만을 추구한다면 행복은 이미 행복이 아닌 치열한 경쟁 내지는 경직적으로 변해 버릴 것이다. 근데 이 문장을 써보니 자본주의 사회에서 하나의 행복만이 정답인 것처럼 살아가는 분위기가 주류인 것 같아 씁쓸하긴 하다.


산속에서 속세와 멀어져 도 닦아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물질적 여유가 어느 정도 구축되어야 그제야 사람은 환경에 대한 통제권도 넓어지기에, 근데 대학원생으로서 첨언하자면 매슬로우의 욕구계층이론을 많이들 언급하는 데 반론도 많은 이론이다. 여기에 담기에는 글이 산으로 갈 수 있어 줄이고 여하튼 행복은 다양하게 갖춰질수록 보다 풍성해지는 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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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마치 결과 혹은 끝인 것처럼 생각할 수도 있다. 행복은 고정적인 것이 아니다. 언제든지 반대의 감정이나 부정적인 감정으로 바뀔 수 있다. 그래서 흥망성쇠니 하는 것도 행복이 사람 살아가는 과정 중의 일부에 불과하니 보다 넓은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행복이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유토피아처럼 그것만 이루면 끝난다는 생각은 자칫 위험 해질 수 있다. 왜냐하면 한 며칠 평생을 추구했던 행복의 맛을 즐기다가 이윽고 다시 감정이 내려앉으면 단순 과정 중 하나라 생각했던 부정적인 감정과 결과들에 대해 심적으로 대비하지 못할 수도 있기에 행복과 불행은 서로 촐싹대는 사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행복은 추구하는 것이지만 그것에 집착할수록 얄궂게도 계속 도망 다닌다. 그냥 일상에 충실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행복이란 녀석은 이젠 지가 아쉬운지 나한테 스며들어 가있다. 삶에서의 행복은 감정의 지속적인 과정인 정서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지속적이더라도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정서 말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행복의 정의는 "자기만족"이다. 거창한 거 필요 없이 문득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가서 하루를 보내면 "이게 행복일 수 있겠구나"라고 느낀다. 또 불완전한 인간인지라 세상과 타인을 비교하며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 "누군가는 지금 뼈 빠지게 고생하는데 우리는 이렇게 여유롭구나"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초등학교 때 뒷동산에서 혼자 이상한 게임 속 악역에 빠져 장난감 칼로 휘젓고 다닐 때를 기억하면 그때도 행복했고, 내가 문득 하나하나씩 일기를 쓰고 책을 보고 감탄하면 이 또한 행복이며 내가 얼마 없는 나의 달성을 누군가 축하해 주거나 돌이켜보면 아 이게 행복이구나라고 느끼게 된다.


행복은 다양하다. 행복은 촐싹거린다. 행복은 재미있는 녀석임에 틀림없다. 자기의 색깔이 명확할수록 행복도 명확해진다. 자기를 알아갈수록 행복도 당신을 흥미롭게 여겨 알기를 원한다. 어느 날 초인종이 울린다.

"저 배달 안 시켰는데요?"

"아 제가 그 행복이란 놈입니다."

행복은 거창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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