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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텐조 Aug 31. 2024

테스형! 일기가 왜 그래?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379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삼백 칠십 구 번째



일기를 가끔 언급한다. 공개적으로 쓰는 글 말고 내가 쓰는 일기 말이다. 일기는 쓰기 귀찮다. 진짜로. 9년 넘게 쓰고 있지만 여전히 귀찮은 게 일기다. 그렇지만 내 맘대로 쓰고 있다. 오늘은 일기에 대한 나의 생각을 꺼내보고자 한다. 일기에 대한 중요성을 모두가 공유하고 있지만 그중 실제로 쓰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무슨 남정네가 일기를 쓰냐라는 시선도 있었다. 다이어리 꾸미기 관련해서 연결 지어 생각했나 보다.



난 싫어...

흔히들 일기를 다시 읽어보냐는 질문을 내게 하신다. "그럼요~ 제가 쓴 것 반드시 읽는...."게 아닌 읽을 때도 있고 그냥 수많은 페이지 중 하나로만 지나가는 부분도 많다. 일기를 쓰는 이유가 기록이라는 가치때문에 그것을 다시 되새기는 작업이 필요하지 않나 느끼셔서 그런 질문을 하시는데 그건 내가 일기를 쓰는 이유의 여러 부분 중 하나일 뿐이다.


일기의 중요성은 바로, 쓰는 그 순간에 있다. 이 글을 내가 읽어보든 안 읽어보든 그 순간 나의 감정을 투영하고 가시화시키며 꺼내는 것이야말로 내게 제일 중요한 순간이며 마음 속과 머릿 속에 담았던 생각을 적어내는 것은 굉장한 자아실현의 도구인 동시에 스트레스 해결 방법이다. 안 좋은 감정, 부정적인 감정들을 털어 넣고 다른 좋은 감정으로 채우기 위해 스스로를 다독이는 매개체가 일기인 것이다.


그래서 내 일기에는 그 어떤 프레임 혹은 양식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시중에 팔리는 답답해 숨 막혀 죽을 듯한 줄과 칸으로 이루어진 스케줄과 전화번호 칸이 존재하는 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처음 일기를 쓸 때부터 계속 유지해 온 건 텅 빈 백지장 노트, 즉 연습장이다. 그곳은 하나의 놀이터, 나만의 놀이터가 된다. 쓰는 순간 억눌려있던 감정이 표출이 되며 글인지 그림인지 모를 정도로 내 맘대로 쓰고 나면 어느새 나를 컨트롤하기보다 편해진다.



난 좋아!

인간적인 마음을 한 껏 담아 욕과 함께 저주를 퍼붓는 그런 경우도 있고 혹은 좋은 감정에 대해 계속 연습하기 위해 정말로 "연습장"처럼 쓰는 경우도 있다. 머릿속을 털어놓든 채워놓든 일단 항아리가 있어야 담고 붓는다. 그런데 항아리 역할을 해줄 게 많지가 않다. 나의 항아리는 바로 일기인 셈이다. 이렇게 보면 스트레스 풀려고 쓰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이때부터 좋은 것을 채워놓기 위한 나만의 틀이 세워진다.


그래서 일기의 또 다른 역할은 삶의 구심점 역할을 해준다는 것이다. 내일을 살아갈 목표 그리고 이번 주를 살아갈 목표들로 한때 빼곡히 채워 넣으며 곧이곧대로 실행한 적이 있었지만 지쳐 나가떨어진 적이 있어 이제는 나만의 방법으로 아주 간략히 써 내려가며 이정표를 만들어 놓는다. 사실 별다른 방법이랄게 없다. 왜냐면 분명 일기를 쓰면서 나만의 방법을 각자가 찾아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붙여 포토 다이어리처럼 만드는 경우도 있고 스티커를 붙여서 자기만의 일기를 만들어가는 사람도 있다. 다만 본인만의 영혼이 1도 없는 일기는 그냥 스케줄 표 혹은 달성해야 할 체크리스트일 뿐이다. 거기서 폼생폼사 사람 사는 맛이 나야 그것이 진정한 일기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여러분의 일기는 어떠한가? 혹은 써볼 생각은 없는 가?


다만 요즘 글쓰기가 열풍이라고 일기를 쓰기 위해 어떤 테크닉이 필요하다 생각할지 모르지만 전혀 아니다. 일기는 백지상태에서 본인만의 세계를 창조하는 도구이기 때문에 정답은 결코 없다. 바로 당신 자신이 정답이다.


[매일의 짧은 글에서 독자와 저를 위한 일말의 영감, 벽돌시리즈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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