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일기 벽돌시리즈 390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삼백 구십 번째
오늘 같이 닭다리를 뜯으면서 멤버 중 한 명이 "알고리즘"을 언급했다. 오호! 좋은 이야기 소재다. 바야흐로 유튜브의 시대, 쇼츠의 시대에 이미지와 영상을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이 전개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누군가는 도파민을 이야기하며 쇼츠에 대한 유해함을 언급한다. 도파민에 대해 예전에도 언급하긴 했으나 유해함은 둘째치고 일반적으로 알면서도 끊질 못하는 흡연과도 같다는 생각을 공유하는 것으로 보였다.
나는 쇼츠나 영상 미디어의 유해함보다는 대중의 선택에 따른 "알고리즘"이 더욱 심각한 문제로 느껴진다. 기호에 맞게 자기가 원하는 영상을 추천받고 알게 모르게 "쿠키 허락"하에 홈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관련 정보들이 우연찮게 계속 나타나 내 눈을 지배하고 있음을 자각한다. 쉽게 이야기해서 편식의 부작용처럼 좋아하는 것만 계속 보게 되면 폭이 굉장히 좁아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편향적인 사고가 생겨날 우려를 느낀다.
영상이나 글로 된 콘텐츠일 경우엔 그 자체로는 나의 선택에 의해 눌러져 보게 된다. 하지만 알고리즘을 제외한다면 내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표현이 이상하긴 한데 약간은 어쩔수 없이 찾다가 다른 것도 보게 되어있다. 선호에 따라서가 아닌 억지로도 채소를 먹듯이 말이다. 영상을 빠르게 넘기며 보고 싶은 것만 찾아서 본다 해도 알고리즘의 압도적인 힘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그 정도는 나물을 챙겨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선호 위주로 계속 올라와 그것만 보게 된다면 소비자의 입장을 맞춘 퍼스널 콘텐츠이긴 해도 문제는 "네가 선택한 거잖아"라는 느낌이 들었다. 즉 알고리즘을 제공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본인들의 책임을 마치 배제하고 "친 소비자 입장"이라고 포장하며 달리 말하면 내부적으로 자기들이 카테고리화시키기 편한 쪽으로 소비자를 끌고 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알고리즘의 양면성이다. 가끔은 나물도 먹어줘야 하지만 계속 정신적 편식을 하니 가까운 미래에 어떤 흐름이 나타날지 반 우려스럽다.
내가 찾은 정보를 일일이 하나하나 검색하고 찾아나가는 것이 물론 귀찮고 짜증 나는 경우 일수는 있어도 전혀 모르는 곳에서 영감을 얻기도 한다. 하지만 이 마저도 알고리즘이 편하게 해주는 것 까진 좋아도 TV를 예전에 바보상자라 비판하듯이 바보상자 시즌 2를 보는 것 같다. 무수한 선택의 다양성 앞에 알고리즘이 소비자의 패턴에 맞추어 움직이는 것은 안정적이고 고마운 일이긴 하지만 그 또한 완벽하지 않다.
예를 들어 시사 영역만 봐도 이미 노골적으로 보인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수많은 정보들을 나열한 유튜브 채널들이 난무하고 거기서 구독만 누르면 그와 관련된 진영논리를 반영하는 콘텐츠들이 쏟아진다. 이를 이야기하면 한도 끝도 없이 이야기가 길어지고 결국 기존 언론의 자정능력 상실까지 말하게 되겠지만 다른 영역의 콘텐츠들도 이와 같다. 사회적 현상이나 지식을 담보로 자칭 "구루" 혹은 인플루언서의 주장들을 진리로 받아들이는 현상이 대중의 안일함과도 연관되어 있다 생각한다.
편식하면 좋긴 하다. 맛있다 그리고 사실 햄버거도 균형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편식에도 급이 있다는 사실을 돌이켜 본다면 편식도 편식 나름이 되는 경우를 보게 되고 중요한 건 기꺼이 다른 것도 느끼는 경험의 확장을 중요시하는 각자의 자세가 건강한 나를 만들어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무슨무슨 헤르츠니 듣기만 해도 성공하는 자기 확언을 틀어놓고 "나는 성공한다"에 심취해 있는 것을 보면 개인적으로 안타깝다(아! 물론 본인이 좋다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