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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텐조 Sep 06. 2024

솔직함에 대해 솔직할까?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385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삼백 팔십 오 번째



최근에 졸업도 했겠다, 사치 아닌 사치를 부려봤다. 그래도 내 나름대로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렸다고 블루투스 키보드의 자판에 새겨진 글자들이 완전히 지워져 버렸다. 아니, 글도 열심히 썼는데 말로만 듣던 자기 보상(항상 언제 줄 까만을 호시탐탐 노리던) 타이밍이 온 것이다. 그래서 나름대로 합리적인 핑계와 적절한 명분을 들고서 값이 나가는 키보드로 바꾸게 되었다.



인터넷에 들어가면 쇼핑 페이지에는 온갖 산해진미와 신기한 선진문물(?)들이 넘쳐난다. 충동구매를 할 때는 내가 이것을 먼저 구매하고 그 뒤에 그 나름대로의 핑계를 가져다 대는 식이었는데, 이때만큼은 미루기는 전생의 일이고 평소 가장 바라던 행동파 스타일이 나오게 된다. 아무튼 나를 즐겁게 해주고 객관적으로 보면 그리 권장되지 않는 일에 대해 너무 무겁게 생각하고 있는지 느껴보게 되었다.


본인의 솔직한 욕망에 대해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것이 자기 자신에게도 조심하게 되는 것 같다. 인간이면 누구나 가질 원초적인 욕구와 여러 감정들에 대해 자주는 아니더라도 그것 자체를 터부시 하는 경우가 있는 것을 보면 이 또한 맞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에티오피아 수도원 생활을 하는 것도 아닌 데 나의 소비 욕구에 엇나간 판단을 했다 평가하게 되고 나의 식욕에 칼로리 청구서를 들이미는 것 등등.


부자가 되고 싶어 하는 것, 명품을 밝히는 것 등등이 천박한 자본주의에 너무 속물이 아닌가?라는 고상한 태도를 지녔다 싶었지만 그러면서 그 이면에 질투심과 부러움이 동반한 여러 감정에 대해 부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짤방 중 하나, "돈에 욕심 없다 말하는 사람이 바로 누구보다 돈을 밝히고 있다"라는 식의 메시지가 가슴에 와닿았다.



이런 관점에도 솔직함을 핑계로 자기 자신을 합리화하려 한다는 비판은 피해 가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름 재고해 보게 되는 것은 사람 살 맛나게 하는, 스스로의 추동력을 이끄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인정하고 어떻게 올바른 방향으로 사용해나 갈지에 대한 생각이 든 것이다. 그래서 나의 고상한 목표는 그렇다 치더라도 다른 곁다리의 욕구 충족 조건들에 대해 굳이 거칠게 내칠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하루 그리고 일주일과 미래를 달려가는 입장에서 동기부여를 다들 바라는데 이런 소소하거나 혹은 그 자체의 욕망에 기반한 동력들도 영혼까지 끌어 모으는 게 득이 되면 득이 되지 해가 될 게 없기 때문이다. 외모를 꾸미는 건 연애를 하고 싶은 생각일 수도 있는 거고 마찬가지로 갑자기 건강상의 이유로 운동을 나간다고 하는 것은 이 또한 연애를 하고 싶은 마음도 같이 들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직업적 자기실현에 대해 물질에 대한 충족을 제거한다면 과연 얼마나 많은 이들이 꿈이라는 명목을 유지할지가 의문이 들고 그러한 가치판단에 솔직한 욕구들이 분명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부정하면 할수록 더욱 집요해지는 것은 심리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이런 욕구적인 문제에서도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는 것이 재미난다. 


짐 캐리가 "부를 부정하거나 비판하고 싶으면 먼저 부를 쌓아봐야 한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던 것 같은데 나는 이 말에 동의하고 있는 중이다. 


[매일의 짧은 글에서 독자와 저를 위한 일말의 영감, 벽돌시리즈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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