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의 성장일기 40
벽돌시리즈 사십 번째
황금연휴이자 명절인 추석이 시작되었다. 어제 수요일 모임 때문에 이동하는 데 벌써부터 차가 막혔다. 추석과 휴일이 긴 만큼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로도 여행을 가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예전의 명절 분위기보다는 요즘에는 하나의 긴 휴일정도로 생각되는 것 같아 어떻게 보면 좋으면서도 씁쓸한 감정이 든다. 추석에 친척이 한데 모이거나 가족이 모이는 경우를 생각하면 서로 안부인사와 식사를 하며 정을 나누는 시간도 좋지만 추석 명절의 부조리도 있기에 사람들은 친척 그리고 가족 만나기를 꺼려하기도 한다.
추석에 모이면 온갖 이야기가 나온다. 안부인사에서부터 정치이야기까지 그리고 돈 문제까지 나오며 집안 밥상이 엎어지는 순간도 나오는 막장 스토리도 들려온다. 그리고 음식을 준비하고 행사를 준비하는데 남자는 일 안 하고 뺀질뺀질 놀고 여자들만 준비한다는 오래된 부조리에 사람들은 점차 피로감을 많이 느낀다.
굳이 거의 남과 같은 친척을 만날 필요도 없을뿐더러, 만나봤자 싸우거나 잔소리만 들으니 가기 싫은 것이 당연하다.
나도 친척이 한자리에 모이는 곳을 별로 안 좋아한다. 예전부터 숫기가 없었던 터라 어르신들의 말씀이나 질문에 대해 굉장히 불편했다. 누구나 싫어하는 취업이나 학업 질문도 그렇고 여하튼 다른 또래들도 느낄 그런 귀찮음과 감정낭비에 명절은 그냥 쉬고 싶은 날이다. 다행인지 모르지만 우리 가족은 여행을 자주 가는 터라 친척들도 이제는 그러려니 하신다. 그렇다고 안 가는 건 아닌데 다만 얼굴만 비추고 오는 수준이라 그게 메인이 아님을 알기에 어떻게 생각하시든 우리는 우리 하고 싶은 대로 한다. 더나아가 개인적으로 예전에는 얼굴도 굳이 비출 필요가 없다는 나의 생각 또한 가지고 있었다.
나 또한 개인주의적인 면이 강해서 정작 다 같이 모여도 할 말이 없다거나 지루한 어른들 이야기에 시간이 얼른 가기를 빌었던 것 같다. 그리고 혼자 딴짓하기도 했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이제는 친척을 굳이 안 봐도 되니 감정도 비용도 여러모로 안 써도 되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돼서 편하긴 하다.
하지만 한편으론 가끔은 단합이 안 되는 느낌 혹은 누군가 나서서 친척행사를 준비하려고 할 때 같이 도와주지 않아 서운할 수도 있다는 부모님이 결정할 사안에 대해 주제넘게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 걸 다 떠나서라도 대인관계적인 면에서도 개인주의적 성향이 만능이 아님을 안다.
나는 개인주의자다. 혹시나 해서 그런데 저번 글에서도 말했듯이 엄밀히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랑은 다른 것임을 밝힌다. 다만 집단주의적 혹은 가족을 중요시하는 입장에선 서운하거나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도 인지해야 함을 느껴본다. 대인관계 특히 가족관계에서 감정이든 비용이든 그런 걸 비교하고 따진다는 것이 잘못되었다 할 순 없겠지만 너무 냉소적인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
물론 친척끼리 합도 잘되고 이야기도 잘 통하고 서로 배려하는 분위기라면 얼마든지 추석에 투신해도 좋을 것이다. 다만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건 추석 혹은 가족을 떠나 집단을 도외시하는 개인주의자들이 개인이 우선임을 핑계로 마이웨이식으로 화합이나 참여를 안 하게 되면 극과 극이 통한다는 말처럼 이 또한 집단의 부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음을 생각해본다.
그래서 반성도 하고 성찰도 해본다. 내가 개인주의자라 표방하면서 싫어하는 술자리나 식사자리를 기피하거나 핑계 대며 일찍 나가는 것을 보면 이 또한 심리적 회피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이 자기 입맛대로 돌아갈 리도 없고 또 인간관계에서도 어느 정도 헌신적인 면을 보여야 상대방의 마음을 울리고 친해질 수 있다.
그렇기에 감정낭비, 스트레스라고 따지지만 말고 어느 정도 그 상황에서 버티는 나를, 최소한 말은 못 하지만 참석이라도 해주는 정성을 보여준다면 이 또한 멘탈강화라고 볼 수도 있지 않나 싶다.
사람의 마음을 붙잡는 것은 때로는 불편하더라도 같이 있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잘잘못을 따지기 전 진짜 계산적이고 이기적인 시각으로 보더라도 어쩌면 이렇게 있어주는 것이 거시적인 면에서 투자라고 볼 수도 있다. 내가 먼저 적극적으로 협력함으로 나중에 이 사람을 내 사람으로 만들어야겠다거나 먼저 도와주고 도움을 받아야겠단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나의 개인주의는 변함이 없다. 사람은 집단을 벗어나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은 당연히 알고는 있지만 이미 이 시대에선 그 차원을 넘어섰기에 집단보단 개인이 우선시될 수 있는 사회다. 개인의 색깔과 존엄성을 나는 사랑하지만 아주 가끔은 감정낭비라고 생각하지 말고 나누면 배가되는 정이나 애정이라 생각하고 최소함의 견딤 또는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다면 생각보다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황금률이라 불리는 말처럼 "대접받고자 한다면 먼저 대접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