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보 전진 5보 후퇴

대학원생의 성장일기 42

by 포텐조

벽돌시리즈 사십 이 번째

이번주부터 예전의 생활습관이 스멀스멀 다시 찾아왔다. 바로 밤새면서 게임하는 것이다. 우울하고 무료한 일상을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게임으로 채워나갔던 것 같다. 몰입할 수 있어서 그 순간만큼은 잠시 감정과 허무함을 내려놓고 나 대신 게임 캐릭터가 성장하는 모습이 빠르고 강렬하게 보이기에 대리만족도 커서 내가 부족한 면을 게임캐릭터가 대신 해결해 주고 채워나갔다.


한 10일 동안 5분간 했던 격려와 영단어 1개를 5일 동안 안 했다. 그동안의 글에선 일상에서의 작은 것을 쌓아나가자고 다짐했지만 이내 병이 또 도진 것이다. 예전 작심삼일처럼 지금도 돌아와 버렸다. 자책하고 싶지는 않지만, 알고 있지만 사소한 것이라 생각했기에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여전히 쉽지 않다. 저번처럼 나중에 하면 된다는 안일함과 미루기가 원인인 것이다.


지금의 도전이 그동안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어 아예 내려놓고 시작하기에 새로운 접근 법이다. 내가 생각하던 꿈의 습관들은 하루에 몇 시간씩은 공부하거나 책을 읽고 제때제때 운동하고 나를 관리하는 것인데 아무리 짧게 잡더라도 근 10년간의 도전이 작심삼일의 향연으로 찾아온 것은 이런 나의 과도한 욕심일지 모르겠다. 그래서 이번에는 성장일기 첫날부터 벽돌부터 하나씩 쌓자는 마음으로 5분간 뭔가를 해보자는 생각으로 목표치를 내 입장에선 파격적으로 축소한 것이다.


물론 지금 해보니 이마저도 쉽지 않은 것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막상 하면 쉬운데 시작하기까지의 심적 준비나 의자에 앉기까지 어려운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예전의 어마무시한 욕망보다는 다행히 마음이 편한 것은 맞다. 그때는 방청소를 핑계로 샤워를 핑계로 하고 나서 바로 컴퓨터 본체부터 켰으니 말 다했다.

시작하기까지의 느낌을 제대로 정비하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물쩡 어물쩡 대며 시간이 자정에 가까워지면 한다거나, 5분이라 언제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미루다가 결국 자정을 넘어가면 실패했단 생각에 "내일 하지 뭐"라고 마음속에서 말하며 또 그날도 반복 미루기의 연속으로 5일 치를 쌓은 것이다. 역시 변화는 쉽지가 않다. 하긴 또 쉬웠으면 진작에 이루어냈겠지.


다만 나를 실패의 느낌으로 몰아넣어 일말의 변화의지마저 잘라내고 싶지는 않다. 피드백에 자책도 할 수 있고 실컷 게임만 하다 어느 순간 잘못되었다고 느끼기도 하니 중요한 건 복구하는 시간인 것 같다. 돌아갔으면 다시 본래의 방향대로 찾아오는 것. 작심삼일의 연속이었던 내게 복구시간에 대한 지연은 점차 늘어져만 갔다. 3일 하고 이내 한 달을 쉬고 다시 정신 차린다. 몇몇 사람들은 아마 이런 나의 모습에 답답할 수 있다.


그렇지만 누구나 본인만의 어려움과 심적인 뉘앙스가 다다르기에 공감은 못하더라도 이해만이라도 해주시길 바란다. 여전히 완벽주의적 시각에 사로잡혀 이 5분조차도 무너져 내리면 나머지도 안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한몫한다. 즉 이 5분에 내 일상의 기분이 몰빵 되어 있다. 이것 조차 못하면 나는 정말 답이 없다고 생각하는 배수의 진도 스스로를 좀먹는 태도이고 사실 내가 개선해야 할 점은 여전히 많고 갈길도 멀다.


이런 글을 쓰며 다시 복구를 노려본다. 따지고 보면 10일 하고 5일 쉬면 5일은 간 셈이라는 염치없는 발상도 하게 된다. 그런데 지금 이 타이밍에 막 이 문장을 쓰면서 생각해 보니 그동안 나의 작심삼일이 계속되거나 복구하는 시간이 느려졌던 것은 어쩌면 방금도 말했듯 한번 실패하니 나중에 다시 자극을 받아 깨닫기까지 모든 변화가 무의미하다는 강박적인 태도가 핵심인 것 같다.


알고는 있지만 고치기 어려운 나의 태도와 생각들. 알기에 그 부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단 5분이라도 다시 집중해보고자 한다. 저번처럼 모든 것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과욕에 쉽게 무너졌기에 이번에는 무너져도 다시 일어나는 다시 집중하는 5분의 시간을 언제 해야 할지를 규정하는 것부터 필요해 보인다. 이것조차 언제 할지 정해놓으면 나의 심적자유의 침해와 강박적인 태도에 반동적으로 꺼려했지만 다시 예전의 심리학 창고에서 찾아낸 방법을 적용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아무튼 내 넋두리와 성찰을 작성해 보았다. 5분이든 10시간이든 시작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 분명 많을 것이다. 이 시작하는 깔딱 고개를 어떻게 스무스하게 받아들이느냐를 일단 나 자신부터 여러 번 반복 연습을 해봐야 할 것 같다. 저번의 작심삼일과는 다르게 시작 고개를 넘으면 본 무대가 어마무시하지 않으니 그나마 위안이 되기도 하고 다시 해보자라는 조심스럽지만 의욕적인 심적 외침을 해본다.

keyword
이전 11화복잡한 습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