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일기 벽돌시리즈 435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사백 삼십 오 번째
생각보다 단순한 것에서 오는 전염?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 오늘은 저번 글에서 감각에 대한 생각을 적고 나니 항상 태블릿으로 필기를 해오다가, 프린터기에 쌓여있는 A4 빈 종이를 가져다가 요런 저런 생각을 적어보았다. 오랜만에 마인드맵을 내 나름대로 해본 것이다. 무엇보다 그동안 묵혀놨던 소중한 펜을 잡고 그 촉감을 느껴보니 남달랐다. 왜냐하면 한참 필기구에 빠져있을 때 샀던 비싼...(크흠)
필기구 모으는 재미에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펜을 샀던 어린 시절(몇 살이나 먹었다고)의 고양감이 기억 났다. 뭔가 문구점에 들러 이것저것 둘러보고 사고 나면 금방이라도 SKY 입성은 따놓은 당상처럼 느껴지던 그런 허영심. 펜을 바꾸거나 노트를 사면 금방이라도 영어는 물론 제2외국어는 이미 원어민으로 할 자신이 생긴다.
아무튼 펜을 집어 종이를 가져다가 아날로그 방식으로 접근해 본다.
아무것도 없는 빈 종이에 펜의 촉이 닿는다. 그리고 중앙에 원을 작게 그려보고 생각을 넣는다. 혹은 키워드를 써본다. 그리고 선을 그어 다른 원을 그리고 거기에 연관된 키워드를 쓴다. 흔하고 보잘 것 없어보이는 마인드맵 활동이지만 감각의 중점을 두고 괜히 의식하니 평소와 다른 느낌이 들었다. 여러 가지 생각을 적으면서 농담 따먹기든 뭐든 확장을 넓혀나가 보았다.
한 가지 느낀 점은 마인드맵조차 어떤 생각을 갖추 챈 하려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안쓰럽기 그지없었다. 그냥 무작정 원부터 그리고 거기에 물음표를 쓰든 내 이름을 쓰든 간에 아무 말 대잔치의 낱말을 써도 사실 생각은 시작되기 마련이다. 그러면서 아이디어가 도출되는 것 같았다. 이 작은 통찰이 내게 주는 울림은 생각보다 컸다. 왜냐하면 그동안 마인드맵을 하려면 뭔가 각 잡고 해야 한다는 심리적 장벽이 있었으니까.
허들을 낮추지 않으면 어떤 것도 통과할 수 없다. 자유롭고 창조적인 시각을 바란다면 이런 허들을 무너뜨릴 순 없어도 낮출 필요가 분명 있다. 이 부분은 비단 마인드맵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아닌 대다수 우리가 주저하는 일, 전 영역에 걸쳐 일어난다. 운동하기 싫은 이유 중 하나가 그것을 하는 것보다는 하는 장소까지 가기 귀찮고 움직이는 것 자체가 싫어서인 경우도 많다.
물론 그 자리에서 갑자기 맨몸운동을 하라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무슨 활동이든 간에 시작하기에 앞서 무엇이든 촉발 할 활동을 그냥 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마치 그냥 동그라미 그려놓고 물음표만 써놨던 오늘처럼. 어느새 둔감해져서 그런 사소한 것에서 혹은 작은 단서들이 가져다주는 영향력을 잊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혹은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란 허들이 높아 "언젠가는"이라는 조건을 걸어놓은 것일지도 모른다.
마트를 가게 되면 확실한 계획이 있지 않는 한 뭐 하나 카트에 넣으면 어느새 이것저것 담겨, 계산대에서 생각보다 많은 금액에 아찔했던 적은 없었는가? 들어가자마자 집은 과자 한 봉지가 어느새 고기 한 근이 되어있고 값비싼 원두가 카트에 담겨 있노라면 과자 한 봉지가 굴비처럼 참 많이도 동료들을 데리고 온 셈이다.
심리적 허들을 낮추는 방법은 바로 이런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출발하는 데에 있는 것 같다.
[매일마다 짧은 글에서 우리 모두를 위한 가능성, 벽돌시리즈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