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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텐조 Oct 25. 2024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434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사백 삼십 사 번째



언제나 시작은 두려움이다. 그래서 시작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한 번도 가지 않았던 길을 가보는 것이다. 전화. 지금은 가벼워진 기억으로 남아있는 20대 초창기로 돌아가보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거는 것이 대단히 부끄러웠고 땀이 삐질삐질 났다. 어려운 사람과 통화할 때 그런 현상이 더욱더 심했다. 심지어 말로만 듣던 대본을 써서 전화를 한다고 하던 누군가의 사연은 나의 사연이기도 했다.



사회불안이 심하다 보니 그런 시작들은 남들과 달리 내겐 큰 도전이었다. 내가 도전으로 인식할 만한 여러 활동은 한 번도 가지 않은 길이라 두려웠다. 이렇게 말하니 누가 보면 위인전 쓰는 것(?) 같아 어색하긴 한데 내가 인식하고 있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무릅쓰고 무언가를 추진한다는 것 자체가 남에게는 굉장히 간단한 일이거나 애초에 의식조차 못하는 활동일 수 있다.


내가 쉬운 것은 남에겐 어려울 수 있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떤 부분에서는 특출 나지만 다른 부분에서는 맥을 못추는 경우가 있다. 각자마다 불안과 어려움이 있고 나에겐 그것은 외부활동 전반에 관한 것이었다. 지금도 뭐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생각보다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동일한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고 힘들어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어쩌면 그것 자체로도 위안이 되었던 것 같다. 혼자만 힘들면 굉장히 부당하게 느껴지고 스스로의 고립감 때문에 그 힘듦이 배가되는데 이런 어려움이 보편적이라고 한다면 "이게 정상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누구나 그런 활동과 시작에 앞서 큰 결심이 필요로 할지 모르고 누군가는 혼자만의 힘으로 돌파하지 못해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런 불안과 불확실 그리고 두려움의 근본적인 사유중 하나는 내 능력에 대한 불확실함에 있다. "자기 효능감"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학술적인 의미가 아닌 단순히 생각 그 자체로만 본다 하면 항상 내가 잘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기저에 깔려 스스로 얼어붙게 하는 것 같았다. 내. 가. 잘. 할. 수. 있. 을. 까?. 8글자로 묶인 내 행동반경은 확실하지 않고는 움직이기 꺼려한다.


불확실함이 해소되는 경우는 내 개인적인 경험으로 비추어보건대 시작하기 직전에는 거의 해소되지 않았던 것 같다. 머릿속의 공포 시뮬레이션과 그에 따른 대처방법을 떠올려본다 한들, 단적인 예로 내가 전화하기에 앞서 대본을 작성해도 상대방이 거기서 딴 이야기를 해 버리면 어쩔 도리가 없다. 마찬가지로 시작하는 순간 이 모든 계획은 산산이 부서지기 마련이고 내가 계획한 것이 무너져 내렸다는 것에 대한 무력감도 커질 수 있다.


계획은 필요하지만 그것 자체가 계획을 위한 계획이 되어버리는 경우 그냥 계획을 안 하고 지르는 편이 낫다. 또한 불확실성을 감내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이런 불확실함을 여러 번 겪어봐야 한다. 그래서 한 번에 성공한 것을 경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오만함을 물리치고 겸손을 치켜세우기 위함도 있지만 불확실함과 실패를 맞닥뜨리지 않았기에, 무너지면 다치기 더 쉬운 점도 있다.


마치 얼마 안 짓다 만 건물이 무너지면 부상으로 끝날 수는 있지만 거의 완공직전에 붕괴될 경우 참사가 되는 것처럼. 완성하기 전에 여러 번 무너져 봐야 하는 경험은 단순히 겸손이나 감사의 가치로 단정 짓기엔 너무 중요하다. 



[매일마다 짧은 글에서 우리 모두를 위한 가능성, 벽돌시리즈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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