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일기 벽돌시리즈 446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사백 사십 육 번째
미국은 트럼프를 선택했다. 누가 될까 초미의 관심사였다. 인터넷에서는 "지구 주인"은 누구일까 예상하고 상상했다. 예전에도 마찬가지이긴 했지만, 이번 미 대선이 더욱 더 뜨거웠던 이유는 얽히고설킨 전 지구적 상황 때문이기도 했다. 뚜껑 열기 전까지 "박빙의 매치다", "50대 50이다" 등등 이야기가 산더미처럼 쏟아졌다. 하지만 2016년 데자뷰처럼 몇몇 언론의 희망회로는 산산히 불타오르며 꺼져버렸다.
며칠 전 만 해도 해리스가 바짝 쫓아오는 거 같고 치열한 듯 해 보였지만 까고 보니 살짝 속 빈 강정이 되었다. 몇몇 분석이나 칼럼에서는 타이밍의 문제를 짚었다. 해리스가 바이든의 그림자에 가려 너무 묻혀버렸다는 것. 시기적으로도 충분히 익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 트럼프적 정서의 기세를 몰며, 현직 대통령 프리미엄이 있었으나 도중에 바뀌는 바람에 해리스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익숙하게 박히지 않았다는 점.
사실 똥볼(?)도 차기도 했다. 가만히 있으면 절반이라도 갈 바이든이 실언을 한다던가, 해리스가 방송에 나와 인터뷰하는 데 있어 바이든의 분신처럼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여서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어필하지 않았다는 점이 있다. 물론 트럼프의 막말과 급발진은 여전했다. 한때 토론에서 불법이민자들이 고양이를 잡아먹는다라는 괴담을 하기도 하면서 진정 대통령이 될 사람의 발언인가?라는 파장을 낳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인식의 게임에서 차이를 좁히지 못했던 것 같다. 시간적인 여유도 없어 겹치는 것인지 바이든과 차별화할 수 있는 어떤 가시적인 이미지나 대권주자로서의 색깔을 분명히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몇몇 방송을 보면 해리스가 젠틀하기도 하고 환하게 웃는 상이라 "사람 괜찮아 보이네"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는 좋지만 그녀의 모습에 따라 나오는, 찍고 싶게 만드는 요소가 없었던 게 가장 결정적이지 않았나 싶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난 때문이기도 했다. 옛날 추억의 보정이 반영되어 오히려 트럼프 때를 그리워하며 "사실 트럼프 때는 코로나 때문에 더 힘든 것였음~"이라고 변명의 여지라도 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뒤이어 터져 나오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산더미 같은 과제들을 내부적으로 잘 다루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외교 안보에만 치중하고 대외적 정책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붓는 바이든한테 반감을 가졌다는 것이다.
바야흐로 러스트벨트, 미국 영토의 동북쪽의 주들이 민주당의 텃밭이었음에도 이번에 트럼프가 냠냠한 것은 미국인들이 체감할 수 있는 경제정책들이 효과적으로 발동되지 못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러스트벨트는 전통적인 제조업 단지들이 많이 조성되어 있고 노동자들과 조합들이 민주당을 선호하는 경향이 매우 강했음에도 무능한 바이든보다 막말하는 트럼프가 차라리 낫다며 찍게 된 것이라 볼 수 있다.
마지막 측면에서 무시 못할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피곤함. 마치 대외 분쟁에 개입해서 "그만 좀 하자! 우리가 알 빠야?"라고 하는 미국인들의 외침이, 민주당의 사회적 노선인 정치적 올바름인 PC주의도 피해 갈 수 없었던 것이다. 옳고 그름에 대한 현안이 물론 정의와 도덕 그리고 문화적 진보에서 필요한 이슈이긴 하지만 미국인들은 그건 너드들(고학력자지만 사회성이 떨어지는 사람)의 마니아적 담론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성이 컸던 점도 있다.
[매일마다 짧은 글에서 우리 모두를 위한 가능성, 벽돌시리즈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