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하는거죠 뭐.

대학원생의 성장일기 46

by 포텐조

벽돌시리즈 사십 육 번째

가을이 확실히 다가왔다고 느낀다. 날씨가 선선하고 늦은 밤은 쌀쌀하기까지 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온갖 비 소식과 습한 느낌과 더불어 더워죽는 것 같았던 여름이 사라져 버렸다. 학창 시절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있는 나라로 배웠지만 요즘 들어 여름 아니면 겨울 2 계절 밖에 없는 것 같단 생각이 든다. 날씨가 극과 극이라서 풍부하고 다채롭던 계절이 흐릿해지고 계절마다 괴롭히거나 즐겁게 하던 곤충들과 식물들도 다양하게 보이지가 않는다.


우리가 변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처음 산 신발이 계속 불편하거나 안 맞는다. 하지만 나중에 익숙해지듯이 이 또한 계속 신고 다니면 해결되는 일이다. 처음 닥쳐오는 변화는 불편하고 싫다. 누구나 그렇다. 심지어 그런 상태를 겪지 않기 위해 회피하려고 안간힘을 쓰기도 한다. 처음 아무것도 모르고 긴장만 하던 신입사원이 나중에는 아무렇지 않게 기존 사원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일하는 것처럼 결국 적응하게 된다.


외부로부터 닥쳐오는 변화는 내가 좋든 싫든 결국 받아들임으로 적응이 될 수 있다. 저번 글에서도 언급하듯이 직면하는 것이 결국 심리치료라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일지 모른다. 한 발자국 더 나아가서 그렇다면 우리가 원하는 변화는 어떻게 할 것인가도 고민해 볼 문제다.


우리가 생각하는 변화, 원하는 변화는 다양하고 무궁무진하다. 운동을 꾸준히 나간다던지, 공부를 한다던지, 취업과 창업을 준비한다던지, 대인관계를 위해 언행을 바꾸려고 한다던지 각자 원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예전에 나는 내가 원하는 목표달성을 위해서 변화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불편하고 작심삼일의 연속이었다. 계속 머릿속으로 이전의 편하던 일상이 나를 유혹하고 굳이 이럴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한마디로 내가 원하는 변화는 쉽지 않다. 변화라는 것도 결국 성장이니 습관이든 간에 시간이 어느 정도 충분해야 하는 것도 맞다. 그래서 예전에 말콤 글래드웰의 저서인 아웃라이어가 일만 시간의 법칙이니 뭐니 인기를 얻었던 것도 대중적으로 변화를 열망하는 사람들에게 자칫 사소해 보이는 시간의 절대적인 양에 대해 상기시켰었다. 그 시간 동안 자기를 변화된 일상에 집중시키고 있어야 진짜 변화를 겪게 된다.


그런데 이게 굉장히 불편한 작업이라서 방금 서술했듯 작심삼일 하거나 계속 놓아버리거나 하는 것도 어쩌면 그 익숙해지는 단계까지 다다르지 못하기에 줄을 놓는 것이다. 또 결정적으로 내가 변화를 하지 못했던 이유는 이런 변화가 뭔가 자연스럽게 변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랬던 것 같다. 즉 변화는 인위적이거나 계속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태도가 한몫했다.


물론 어느 순간 도달하면 하게 될지 모르지만, 무언가를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그런 생각은 자만과 욕심에 불과하다는 것을 느낀다. 자연스럽게 하기 위해선 인위적이라는 단어가 들어갈 정도의 불편감과 이질감을 견뎌내야 한다. 오히려 그런 인위적인 불편감이 자연스러운 것인데 그것을 나는 회피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변화가 여러모로 복잡하면서도 어려운 것일지도 모른다.


어떤 이가 자만추를 원하지만 눈만 높아지고 쉽사리 이성을 만나지 못하는 것도 소개팅을 거부하거나 회피하고 관계는 자연스러움으로 생긴다고 이내 착각하기에 어쩌면 자기 책임을 방관하기에 시간만 낭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연애나 대인관계가 자기 변화와는 결이 다르겠지만 쉽게 비유하자면 그런 생각이 든다. 쉽게 변할 줄 알았던 나의 일상이 그렇지 못하는 것도 어려움과 불편감의 줄을 계속 놓고 그것 탓만 하고 있으니 버티는 시간이 늘어나질 않았다.


변화의 폭도 이 머리 아픈 변화에 힘을 준다. 내가 원하는 목표가 크다하면 그만큼 하위적인,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비례해서 커지는 데 이걸 소화를 못하니 매번 포기하고 만다. 변화가 심하면 반동도 크기에 난이도는 급격히 상승하게 된다. 그래서 내가 주야장천 가늘고 길게, 작지만 뭔가를 계속해나가자는 생각도 이런 반성과 성찰 차원에서 탄생하게 된 것이다.


문득 김연아가 나왔던 다큐멘터리가 기억이 난다. 기자인지 피디가 스케이트 연습장에서 김연아에게 어떤 마음으로 연습하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때 김연아의 대답이 나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뭔가 갖춰지고 좀 심오한 철학이나 생각으로 무장한 줄 알았는데 그녀는 "그냥 하는 거죠 뭐"라고 답했다. 그런 대답에 나는 배울 점에 대해 실망했다 해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는데 다시 보니 이미 김연아는 불편함을 어느 정도 이겨냈기에 그런 소리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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