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의 성장일기 47
벽돌시리즈 사십 칠 번째
가을이 오고 늘쑥날쑥한 기온과 날씨를 보노라면 사람의 감정도 왔다리갔다리 자주 변한다.
가을이 와서 감정의 폭도 더 다양해지는 것 같다. 갬성(?)에 젖어 남자의 계절이라고 하면 바바리코트 입고 낙엽을 온몸으로 맞으며 폼 잡으며 쓸쓸히 걸어가는 남자를 떠올려본다. 사람의 감정은 워낙 다양해서 굉장한 개성을 뽐낸다. 그래서인지 감정은 자기를 기꺼이 내보이고 싶어 하는데 감정의 주인인 사람은 통제하고 걸어잠구기에 급급하다.
사회에서 본인이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스스럼없이 드러내게 되면 솔직하다 못해 인간성이 결여된 사람으로 취급받는다. 무작정 화를 내거나, 소리치거나, 분위기 파악 못하고 펑펑 운다거나 한다면 주변 사람들로 하여금 배려심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래서 감정의 절제는 사회에서 필수적인 능력 중의 하나다. 어느 정도 참을 줄 알고 알몸을 두려워하는 인간의 본성처럼 감정 또한 가릴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사적이거나 혹은 이제 집에 들어가 혼자가 되어 온전히 자신을 바라보게 될 때, 이때도 감정을 절제하려 한다면 이제는 본인을 위한 능력이 아니게 된다. 가끔은 나 자신이 내어보는 영혼의 소리를 들어볼 필요도 있다. 외부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부적으로, 스스로 얼마나 본인에게 진솔한 지도 살펴봐야 하지 않나 싶다.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 욕도 하고 화풀이도 하고 울기도 펑펑 울고 하면서 다양한 감정의 역동적인 파도를 타봐야 나를 알게 되고 나를 케어할 수 있다. 밖에서 가끔 정말 아무런 감정기복 없이 기계 같은 사람을 보노라면 정말 건강한 사람일까 생각해 보게 된다. 감정이 있는 그대로 표출되지 않는다면 정말 속이 문드러지는 느낌 혹은 사과가 썩어가는 것처럼 속도 썩어가는 느낌이 든다.
느낀 점을 이야기한다거나 지금의 심정을 어떻게든 표현하는 것은 나를 달래는 중요한 작업이다. 어려웠던 시절에 일기가 적지 않게 도움을 주듯 나는 글로 그것을 표현하였고, 누군가는 노래로,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한 가지 첨언하자면 이런 감정 기복이 있는 것을 도무지 용납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있다.
즉 본인의 자아상이나 정체성이 한 가지로 고정되어 있다 믿는 사람들은 닥쳐오는 파도에 버텨낼지는 몰라도 그 충격을 온전히 감당해야만 한다. 본인 스스로 어떤 이미지로 자리매김 지어졌다 생각하면 그것을 유지하는 것이 일상의 업무이자 보루가 된다. 한없이 내성적이고 주변 사람을 배려하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사람이 온갖 핍박과 부당한 대우에도 끙끙 앓으며 속으로 삭히기에 건강하지 못할 수도 있다.
심지어는 나와 전혀 다른 감정을 표현하거나 경험을 하면 부정하거나 수치심을 느끼거나 혼란을 가지기도 한다. 이런 다양한 본인의 모습으로 누군가는 정신분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심한 착각을 하기도 하거나 성격이 모난다고 왜곡하는 경우가 있는데 당연히 뉘앙스에 따라 다르고 시기적으로도 다르고 결정적으로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며 삶은 새옹지마다. 즐거울 때도 있으면 슬플 때도 있고 억울할 때도 있고 열정적일 때도 있다.
수십 가지 감정을 가지고 있는 인간에게 단일적인 이미지를 부여한다는 것은 스스로 족쇄를 채우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쉬다, 휴식을 취하다"는 육체적으로 본인을 케어하거나 밀린 잠을 하루종일 잔다거나, 영양제 챙겨 먹고 실컷 논다는 생각이 떠오르는 반면 정신적인 휴식을 본다면 되짚어보고 스스로를 격려하거나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 식으로 설명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빼먹은 게 더 있다. 감정을 다채롭게 표현하는 것, 내게 찾아온 나의 감정을 문밖에서 내치지 않는 것 또한 중요한 휴식이다.
집에 들어오면 과연 나는 어떤 가면을 벗어 던지고 어떤 가면을 다시 쓰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