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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텐조 Nov 24. 2024

악인 스토리 : 스탈린 2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464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사백 육십 사번째



레닌의 유언장. 레닌 옆을 보좌하던 비서가 하필이면 스탈린의 두번째 부인이였다. 그녀가 레닌의 말을 대필하고 작성하고 관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론 물만난 물고기처럼 스탈린이 알아 챌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귀띔을 해준 유언장의 내용은 "트로츠키가 유력한 거 같은데 걔도 문제고 니들도 문제야!"라는 식으로 명확한 지침은 내리지 않고 비판과 비난으로 가득했다. 후계자 선정에 차질이 생길 것은 분명하고 무엇보다 모두까기를 시전하는 바람에 가르마가 아니라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여야 할 판이었다.



멕시코로 망명한 트로츠키는 스탈린의 집념으로 등산용 피켈로 암살당한다


당시 공산주의를 이론적으로나 실무적으로도 이행하며 능력이 출중한 트로츠키에 대해서는 건방지다라는 투로 작성했지만 결국 트로츠키가 될 것으로 레닌 입장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반면 스탈린은 너무 거칠고 잔인하다는 식으로 작성했는데 다른 인물들도 같이 거론하며 비판하고 나머지 인물들이 트로츠키가 막 나가지 않게 안전장치처럼 잘 견제하면서 보좌하라는 뉘앙스로 작성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른 정치국원(집단지도체제의 후보들)들은 자신들을 비판한 유언장을 대놓고 이야기하며 "트로츠키가 뒤를 이을 후계자입니다!"라고 공표하기에는 위험부담이 컸다. 트로츠키가 최고지도자겸 서기장에 오르게 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자신들의 권위마저 상실될 위험이 컸으므로 유언은 비공개로, 서기장은 여전히 스탈린이 계속하도록 동의한다. 이런 모종의 알력다툼으로 트로츠키는 반 트로츠키파로 뭉친 스탈린과 다른 후보들에 의해 파워게임에서 밀려 숙청당한다(그렇다고 트로츠키가 온전한 피해자도 아니였다, 그 역시 피를 묻혔다).


유야무야 넘어갔던 유언장은 힘을 잃고 유력 후계자인 트로츠키가 사라지자, 스탈린 하면 떠오르는 대숙청의 광풍이 불었다. 레닌그라드 서기였던 키로프가 암살당한 명분을 계기로 반혁명분자들이란 누명을 씌워가며 자신의 잠재적 경쟁자들과 함께 약 70만명을 사형, 학살한다. 비밀경찰 엔카베데(NKVD)의 장관이자 변태적인 살인마였던 예조프가 스탈린의 칼이 되어 스탈린을 절대화시켜주었지만 정작 나중에 그도 숙청당하게 된다.



이후 히틀러의 나치가 소련으로 대대적인 침공을 감행한다. 대숙청 당시 유능한 지도자들을 모조리 날린 덕에 연이은 패배로 스탈린이 군을 닦달하자 친구이자 육군 장성이였던 보로실로프가 식기까지 던져가며 당시 피바람 언덕위에 군림한 절대자였던 스탈린에게 쌍욕을 해가며 "니가 다 죽여버렸잖아!"하며 반발하는 일화도 있었다. 아무튼 고도의 책임면피와 권력 재강화를 위해 활동을 중단하고 칩거생활하는 것처럼 위장하는 스탈린이, 다른 이들의 무조건적인 찬성에 못 이기는 척 다시 전시지도자가 되어 반격에 나서게 된다.


소련측 전사자가 2백만명도 아닌 무려 2천만명인 지옥같은 독소전쟁은 끝내 베를린이 함락되면서 2차대전도 막을 내린다. 승리를 거머쥔 스탈린은 소련인들에게 거의 살아있는 신에 준하는 취급을 받게 된다. 2라운드인 냉전에 돌입하게 되자 그는 세계 두번째로 핵무기를 개발하며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를 발사 할 정도의 역량을 인민의 살과 피로 만들어 낸다. 이 모든 것은 스탈린이 중공업과 과학기술 우선정책을 고집한 결과였다. 


의심병이 도질대로 도진 스탈린의 말년은 경호원조차 못들어가는 그의 침실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다음 지도자가 된 흐루쇼프에 의해 철저히 격하되어 신의 자리에서 내려오게 되었지만 그가 남긴 빛과 그림자는 명확했다. 농노라는 개념이 아직도 잊히지 않은 채 구시대적 세계관을 가졌던 소련을 인공위성과 핵미사일을 갖게하며 전 세계에 영향력을 투사하는 공산주의 강대국이 되었다는 것은 소련에게 자부심이 되주었지만 그러기에는 통계적으로 서술 해 와닿지 않는 수많은 학살을 자행한 현세판 지옥을 만든 장본인이기도 했다. 


과거의 영광을 실현하려는 철없는 세대들은 지옥을 잊은 채 그와 같이 되려는 자들의 욕망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도.


[매일마다 짧은 글에서 우리 모두를 위한 가능성, 벽돌시리즈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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