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일기 벽돌시리즈 466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사백 육십 육번째
예전에 세미나가 마련된 곳에서 의사선생님 한 분을 뵌 적이 있었다. 그때 내 나이가 20대 초중반이다보니 한참 공부나 의지에 관한 궁금한 점이 많았던 찰 나에 질문을 던졌다. "선생님 저는 의지가 너무 약해서 공부가 잘 안되요.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할 수 있을까요?". 그러자 선생님이 이야기 하시길 "음...공부 하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합니다. 어떻게든 하려고 해야합니다" 당시에 들었던 그 말은 뻔하다고 생각하고 와닿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금와서 보니 의지타령만 했던 지난날을 돌이키면서 그 말의 뜻을 내 나름대로 해석해보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 어떻게 보면 내 자존심과 고집을 내려놓고 외부의 힘또한 빌려가면서 나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 분의 말씀 그리고 그때의 질의응답은 너무나 뻔하고 각자가 미동도 않는 지루한 시간이기도 했지만 그것을 다시 곱씹는 지금은 울림이 다르게 느껴졌다.
심리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나만의 편견일지 모르겠지만 오히려 인간의 의지에 대해 허탈하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심리학에서는 철저히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세간의 성공팔이 혹은 자기계발 추종자들이 외치는 것과는 비슷한 듯 보이지만 다르게 이야기들을 한다. 자기계발의 측면에서는 책임 전가를 오롯이 자신에게, 자기만이 바뀌면 되는 줄 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환경의 중요성이 인간의 의지를 뒤엎을 만큼 혹은 지배할 만큼 강하다면, 우리 개개인은 어쩔도리가 없는 것인가?라는 질문이 나에게도 끊임없이 울려왔다. 다행히도 인간은 환경에 지배받지만 그런 환경을 창조할 수도 있다. 그리고 환경이라는 것도 외적인 어떤 것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심적으로 하게 되는 과정도 포함하는데 이런 부분이 여타 자기계발과 비슷해보이지만 그것을 이해하고 몸소 행하는 것은 쉽게 이야기하는 만병통치약같은 건 없다는 것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대로 이끄는 것. 의지가 약하다면 외부의 요소, 예를 들면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협력한다던가, 집에서 벗어나 다른 공간에서 활동을 한다던가 등등, 환경을 이용할 수 있다. 오로지 자신의 의지로만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더 없이 폐쇄적이었고 반대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라는 말이 오히려 겸손함을 뜻하고 유연성을 생각하게 하는 주장이지 않나라는 생각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