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일기 벽돌시리즈 473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사백 칠십 삼번째
문득 내가 힘들 때 어떻게 극복하고 이겨냈는지 회상해보게 되었다. 곧 28권째가 될 일기중 몇개를 들춰보니 기록이 생생히 남겨져 있어 만감이 교차했다. 그때 당시는 심각했지만 지금은 까마득하게 잊었던 것도 있었다. 예를 들어 상처받은 감정들, 우울이 심각했던 그 순간들. 지금도 그런 문제들에 완전히 자유롭지도 않고 때로는 젖어들지만 과거에 심각했던 그 순간만큼은 아니였기에 지금은 보다 쉽게 이야기 할 수 있다.
몇년 전의 기록은 글씨가 굉장히 빼곡히 써져있고 대단히 반복적으로 이야기를 언급한다. 강박장애를 앓고 있던 터라 불안감의 발현이 그대로 글을 통해서도 드러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너무나도 타이트하게 하루의 계획 리스트를 정말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디테일하게 구성했던 것을 보면 과연 내가 나무늘보가 맞는지 싶다. 그런데 그런 집착혹은 강박관념에 사로잡혀있다보니 나름대로 얻은 것도 있엇다.
내가 목표 설정이나 계획에 대한 구상을 강조하고 있지 않은 것도 이런 과거에 있다. 당시 나는 이론적인 조언을 토대로 설계했는데 너무 충실했던 나머지(그것도 자의적으로) 마치 텍스트 하나하나에 매달리다시피 목표를 다루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것을 거의 한달정도 했다가 몇달후 보름 정도 했다가 불규칙하게 반복했는데 과정자체가 힘들었다기보다는 애초에 설계도가 경직되다 보니 행동도 모아니면 도였던 식이였다.
애써 달성하면 성취감으로 에너지를 얻어야했지만 도리어 에너지를 탈진시키는 결과를 야기했다. 내가 스스로를 실험삼아, 자기계발서 이론이나 몇년전에 본격적으로 접한 심리학 이론을 적용하고자 했을 때 일단 나 자신이 건강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엇을 들이붓든 굉장히 경직적으로, 끊임없는 불안의 소용돌이속에서 하루를 보냈다. 이런 이야기를 듣다보면 어떻게 극복했는지가 궁금할지도 모른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오히려 그런과정을 겪었기에 나를 내려놓을 줄 알게 되었다고 해야하나? 사람이 한번 끝을 치니까 많은 것을 다시 설정할수 있었던 것 같다. 간혹 글의 주제로 나왔던 "자살"이라는 키워드를 거리낌없이 말할 수 있었던 것도 직접 심각하게 자살사고를 했었던 무망감의 시간을 보냈던 적도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그런 주제 자체를 언급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것을 적극적으로 개방적으로 다루어야만 해결된다고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