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의 성장일기 57
벽돌시리즈 오십칠 번째
제발 그만 좀 물어봐요. 나는 INFP다. 모임 내에서 혹은 사람을 만나다 보면 자연스레 어느 순간 엠비티아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넘쳐난다. 엠비티아이 관련 스토리들이 아주 그냥 풍년이다 풍년. 더군다나 나는 그래도 심리학과 출신이라 그런지 엠비티아이에 대해 물어보기도 하는데 결론적으로 나는 잘 모른다. 관심도 없다. 내가 관심 있어 하는 검사도 아니기 때문에 생각도 안 했는데 어느샌가 엠비티아이 열풍이 시작되고 있었다.
"너 T야 F야?" 다른 이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궁합이 맞는 엠비티아이 그리고 안 맞는 엠비티아이에 대해 혈안이 되어있고 심지어 최근 기사에서는 기업인지 업체인지 채용을 위해 구직자에게 엠비티아이 성향을 물어보기도 한다는 것을 보고 놀랐다. 이제는 엠비티아이가 일상이 되어버린 한국사회에서 심리학자도 아니였던 엠비티아이 창작자가 다시 일어나서 동방의 어느 나라가 그러고 있는 것을 본다면 기뻐서 춤이라도 추지 않을까?
혈액형성격설에 이은 엠비티아이 열풍. 대변인들(?)은 말한다. 그래도 엠비티아이가 혈액형으로 사람성격 규정짓는 것보다 낫지 않냐고. 물론 심리학에서 하나의 검사로 엄연히 자리를 차지하니 끄덕이게는 하지만 현 사태를 보노라면 차라리 그냥 혈액형성격설이 더 나았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요즘 들고 있다.
왜냐? 혈액형은 4가지밖에 없으니 모든 것을 설명해주지 못한다. 그래서 누군가의 성격을 혈액형으로 구분 짓기엔 애매모호한 경우도 많을뿐더러 여러 방면으로 절대화하기는 한계가 있기에 성격은 이렇다고만 생각하지 그 사람 전체를 설명하지 않아서 그래도 그냥저냥 넘어가기라도 했던 것 같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그런데 이놈의 엠비티아이는 멈추질 않는다. 티인지 에프인지 그리고 64가지 성격이니 궁합이니하며 레고 조각 맞추듯이 사람의 성격 대부분을 커버할 수 있기에 그만큼 상대방을 "규정"짓기에 더욱 편리해졌다. 그래서 요 근래 들은 이야기 중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누군가 엠비티아이를 검사하고나서 그동안 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궁합이 안 맞는 엠비티아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그전에 서로 싸워도 넘길수 있는 문제들도 맞춰나가려는 구색을 갖추긴했었으나 이제는 그런 노력조차 없고 아예 너는 나랑 안 맞는다라고 결론을 지어버렸단다.
칼융의 이론을 배경으로 만든 엠비티아이가 마냥 틀린 건 아니고 실제로 맞는 부분도 있다. 다만 만든이가 학력이니 전문성이니 떠나서 애초에 심리학을 배우지 않았던 미국 작가라고 나는 알고 있다. 그럼에도 엠비티아이가 심리학에서 인정을 받는 이유는 집나무사람(HTP) 검사처럼 어느 정도 정신분석 쪽 검사와 연관이 되어있기에 심리학의 넓은 범위 안에 포함되어 있어서 인정은 해주나 그것이 절대적이지 않음을 관련 종사자들은 누구나 알 것이다.
더군다나 프로이트와 그의 제자 칼융의 업적과 심리학에 남긴 족적은 인정하나 그들의 이론은 이미 영성이나 형이상적 개념으로 넘어가서 현대과학과는 거리가 멀다. 칼융 같은 경우는 꿈의 해석의 저자로써 만물의 형태와 관념을 상징화하는 특징과 프로이트 이론을 발전시켰지만 그의 이론은 검증이 안되거니와 할 수도 없다.
무의식을 측정하는 것이 정신분석의 최대 난제인데 무의식을 의식화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여하튼 심리학 하면 프로이트라고 다들 떠오르지만 프로이트는 그냥 심리학의 시발점인 것이지 모든 심리학을 커버하는 사람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엠비티아이도 수많은 검사 중의 하나이지 그것을 절대적이고 또 심리학 검사라고 중요시한다거나 믿는다고 하면 그건 이미 목적이 변질되어 버린 것이다. 엠비티아이 검사는 자기 자신을 알고 타인을 이해만 하기 위한 용도인데, 또 우리 멤버 중 엠비티아이 강사자격증 상담사도 있는데 그분이 이야기하길 엠비티아이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방향 내지는 취향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씀하시는데 다른 것은 몰라도 그 부분은 전적으로 동의했다. 엠비티아이는 고정된 것이 아니고 에너지의 방향, 흐름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 또래들이 엠비티아이로 나에게 맞는 사람, 안 맞는 사람으로 이분화하여 규정짓는 작업을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을 보면 가벼이 생각했으나 이제는 화가 난다. 사람의 성격은 그 사람의 얼굴만큼 다양하다. 그리고 성격이라는 것은 수많은 변수로 인해서 만들어져 반영하는 것이지. 절대불변하는 진리가 아니고 또 그것의 가치를 따지는 것은 너무나 가볍다 못해 천박한 행위라고 생각한다. 강한 비판에 대해 엠비티아이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내 의견이 당연히 거슬릴 수 있고 동의 못하실 수 있으나, 나도 누군가에게 엠비티아이를 가끔 물어보고 맞춰보는 초반 어색함을 깨고자 하는 주제로 꺼내기는 하나 과학이라 하기엔 과학이 아니며, 그리고 재미 삼아한다기엔 진지하게 믿어버리는 현 사태를 보노라면 눈뜨고 보지 않을 수 없어 이야기해본다.
그래서 차라리 혈액형성격설이 대중화되었을때가 훨씬 좋다. 그때는 진짜 과학이 아니니 속마음은 몰라도 재미삼아 한다고 생각해서 그러려니 했으니까. 그리고 성격은 내가 만들어가는 것도 반대로 태어날 때부터 생기는 단일적인 원인으로 만들어지는 개념이 아님을 알아주셨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