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매번 깨달을 순 없잖아?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574

by 포텐조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오백 칠십 사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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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멈추는 그런 날이 있다. 아무런 날도 아닌 데 그냥 찌뿌둥하고 아이디어는 안 떠오르는 날. 글을 안 쓰면 그만이지만 일단 매일 연재는 약속이다. 사실 누가 하라고 시키지도 않고 혼자 북 치고 장구치고 있지만 그냥 어제 썼기에 오늘 쓰는 거고 매일 썼기에 계속 쓰는 것이다. 계속 쓰다 보니 한 번은 내가 얼마나 글을 썼나 옮겨보니 복사 붙여 넣기가 너무 힘들어 관두었다. 백육십 며칠 언저리의 글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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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매일 떠오르는 주제로 글을 쓰는 데 오늘은 별로 떠오르지는 않고 날씨만 따스했다. 매번 깨달음을 받을 수는 없다. 그건 당연한 말이다. 깨달음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의미는 "순간"에 집중되어 있는듯 한 느낌이다. 보이지 않고 쌓이고 쌓여 깨달음이 터지는 순간이 오는 것으로 볼 때 과정은 존재하나 결과는 반짝하고 떠오른다. 돈오돈수니 돈오점수니 하는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깨달음의 순간들도 다 이러한 맥락이 아닐까?


그래서 오늘 한 건 없다. 마치 별일 없이 산다. 누군가 이야기하듯 아무 일이 없는 것이 곧 행복이라 할 수도 있겠다. 다만 방금 끝낸 온라인으로 멤버들과 대화를 나눈 후에는 어떤 멤버가 열정적으로 살고 있는 바람에 나만 이러고 지내나 싶기도 했다. 나태함과 지루함에 젖어 아무것도 못할 수 있지만 반대로 나태함과 지루함 그 자체가 역동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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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무기력의 나만의 요인 중 하나는 가시적인 목표가 없고 그것을 관리하는 능력의 부재에 있다. 누구나 다 "목표가 없으니 당연히 힘도 없지"라고 할 수 있는 데 나의 경우엔 시동을 걸 때 예열이 어느 정도 되어야 움직이는 스타일인 것 같다. 목표도 마찬가지로 거창한 개념이지만 그냥 "할 일"이라고 보면 된다. 할 일이 없으니 나태하고 게을러지고 안 하게 된다.


이러면 다시 글을 쓰면서 뭔가가 떠오른다. 재미난 점은 글을 쓰는 과정 중에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혹은 자극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미 글 다 마치는 와중에 갈아엎고 다시 쓰기에는 아무 말을 쓴 것이 아깝다. 할 일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상쾌함이 생기지 않는 것 같다. 할 일이 없어서 좋은 사람이 있는 가 하면 할 일이 생겨서 자극을 받고 더 나아가는 사람이 있다.



[매일마다 짧은 글에서 우리 모두를 위한 가능성, 벽돌시리즈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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