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빛의 여정 23화

장편소설 빛의 여정 23화 / 3장 여정의 시작

by 포텐조

장편소설 빛의 여정 23화 / 3장 여정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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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끌고 오자는 건 탁월한 아이디어였어!"

시테온이 놀란 마음을 가라앉히고 안장 위에서 기뻐했다. 아이디어를 제시한 루네는 앞만을 보고 달리고 있었다. 그들은 달릴 수 있을 때까지 달리다가 어느새 해가 넘어가려 할 때쯤 타지 않고 끌던 말들을 풀어주었다. 잠시 내려서 안장과 재갈, 고삐를 풀고 말들을 자유케 했으나 말들이 떠나려 하지 않자 소리치며 쫒아내자 그제서야 풀려난 말들은 저만치 달려 나갔다. 세 마리 말과 갈 곳 잃은 세 명만이 황무지 한 복판에 서 있었다.


앞으로 나아가면서 두 사람은 만신전에서의 로이딘의 체험을 듣게 되었다. 루네는 긴가민가 하는 표정으로 계속 로이딘을 보고 있었고, 시테온은 내심 심각하게 표정이 굳은 채 듣고 있었다. 빛나는 글씨로 로이딘을 움직이게 했던 주체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글씨는 자신을 피데라라고 밝혔다. 로이딘은 피데라가 어떤 신인지 알고는 있었으나 자기와 일절 관련없었다. 시테온도 마찬가지로 피데라는 현재 대륙에서 유행중인 신은 아니므로 그가 빛의 신 혹은 과거의 신임만을 알지, 그 외에 정보가 부족했다. 알 수 없는 신의 장난인지 이끌림인지 어느새 고향 땅을 벗어나게 된 이들이 북쪽으로만 향한 후 저녁이 되자 바위 굴을 찾게 되었다.


불을 막 지핀 로이딘에게 루네가 물었다.

"그래서 계속 북쪽으로만 갈거야? 내일 아니면 이른 모레 아침이면 크리네스를 벗어나게 될 텐데?"

마땅한 대안이 생각이 나지 않았던 로이딘은 인도하리란 신의 메시지만 기다리고 있어야 했다. 난감해 할 로이딘을 시테온은 어느정도 감싸주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따르려하는 피조물의 얼마나 정성스러운 고생인가!" 시를 읆는 음유시인처럼 외치며 모닥불을 들쑤시고 있었다.


크리네스를 벗어나려는 일차적인 이유는 네이즈 일행의 추적이나 네이즈의 명령을 받은 크리네스 사람들 때문에 머물기에는 대단히 위험했기 때문이다. 네이즈의 조각까지 가지고 훔쳐 달아난 로이딘이였기 때문에 무거운 형벌은 이미 예약되어 있을 것이다. 다만 천만다행인건 여러 고민을 하거나 실랑이를 벌이지 않고 순식간에 일이 터져 정신을 차린 지 얼마 안된 로이딘의 친구들이 일의 심각성을 알든 모르든 그래도 그를 따라와 주었다는 점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로이딘은 다시 한번 감사를 표했다.


"한편으론 내가 괜히 가자고 해서 그런건지 여러 생각이 들어. 아무튼 도와줘서 고마워"

시테온은 눈을 감으며 대답했다.

"우연으로 된 운명인지, 운명으로 된 우연인지 알수는 없지. 그냥. 집중하는 수밖에"

루네는 떠나는 것에 신중한 입장이였지만 크리네스로 온 지 얼마 안된 피난민으로써 숨막히는 삶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녀는 맡은 바를 다하기 위해 활을 잡아야 했고, 기저에 흐르는 텃세를 견뎌야 했다.

"입이나 다물고 잠이나 자, 내일은 더 달려야 해"

루네의 한 마디에 고분고분 다들 몸을 감싼 채, 모닥불에 가까이 하며 잠을 청했다.


바위 굴에서 일렁이는 모닥불은 실내를 밝혔다. 오돌토돌한 천장 아래의 3명의 방랑자는 눈을 감았다.

빛. 로이딘이 현재의 의식을 잃고 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환해진 빛과 함께 치솟아 있는 구름에 살짝 가려진 하늘 높이까지 뻗은 절벽에서 수많은 물 줄기가 흘러 내리고 있었다. 폭포 바로 옆에 폭포 또 그 옆에 나란히 흐르는 폭포들이 저 위에서 로이딘이 발을 담그고 있는 시원한 계곡물까지 뿜어내 내려오고 있었다. 로이딘의 주변에는 그렇게 생생할 수 없는 초록 잎들이 가득 자리하고 있었고 꾀꼬리의 울음소리와 열매의 단내가 풍겨왔다. 서 있는 채로 주변을 바라보던 로이딘의 정면, 폭포 안쪽에서 둥근 빛이 튀어나왔다. 그 빛은 물들을 비켜내며 로이딘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살짝 두려운 로이딘은 경계하고 있었지만, 이윽고 빛은 점차 커지며 사람의 형체가 되었다. 그리고 계곡물에 나란히 선 두 사람. 상대방은 입을 열었다.

"아들아, 고생했다. 너는 하루 아침에 집을 잃었으나 영광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구나."

"당신은 누구입니까? 여기는 어디죠?" 로이딘이 물었다.

"나는 너를 인도한 피데라다. 여기는 너의 꿈속이며 한 낮의 낙원이기도 하지"

피데라는 미소를 지으며 숲의 단내를 맡다가 다시 말했다.

"오늘 내내 너와 친구들이 이야기했던 것처럼 나는 버림받은 신이요, 꺼져가는 빛이다."

로이딘은 신이 자신의 나약함을 직접 이야기하는 것과 자신들이 오늘 했던 여러 이야기들이 마치 들킨 것 같아 놀라움과 부끄러움이 혼재했다.


"내가 너를 이끈 건 나의 선택이 아닌, 너의 선택이었다. 오히려 나는 기다리는 자였고 너는 나를 일어나게 했지."

"제가 선택했단 말입니까? 저는 아무생각 없이 돌을 주웠던 거고 거기서.."

"아까 너의 친구가 정답을 이야기했다. 우연이 운명이 되거나 운명이 우연이 되거나"

로이딘은 시테온의 말이 기억이 났다.

"아직 너는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없다. 크리네스를 벗어나야 하고, 헤르논으로 가야한다."

"저는 단지 조각을 주웠을 뿐이며 그럴 능력도 되지 않습니다. 저는 신의 대리인도 될 수 없으며 솔직히 말해서 집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어쩌다 이렇게 됬는지도 모르겠고요"

로이딘은 갑자기 억울한 마음이 들며 앞에 있는 "피데라"라는 신에게 문득 반감이 들었다.


로이딘의 말에 피데라는 계곡물에 발을 담근 채로 잠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사람이 고개를 숙여 고민하듯 피데라도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아직 모든 것을 말해 줄 순 없지만, 불씨 운반자가 갑자기 조각을 찾으려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겠느냐?, 그리고 네가 조각을 찾자 득달같이 달려든 이유는 무엇이겠느냐? 만약 그 자의 손에 조각이 들어갔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내가 말해주길 바라느냐?" 피데라가 물었다.


"예, 저는 알고 싶습니다. 왜 그래야 하는 지를요"

"그 조각은 내 몸의 일부다. 저들은 그것을 부수어 이그네움으로 만들고 있지. 즉, 나를 태우고 있는 것이다."



24화에서 계속...

"때가 차매 그 빛이 다시 솟아나리라"


(매주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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