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일기 벽돌시리즈 711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칠백 십 일번째
독서 뇌피셜 하나가 떠올랐다. 다들 도서관을 가거나 독서모임을 간다하면 필기구나 노트를 챙기곤 한다. 또한 책에다 직접적으로 밑줄을 긋거나 조그마한 포스트잇으로 알뜰살뜰 표시해가며 읽고는 한다. 내 경험에 비추어 보건대 솔직히 말하면 밑줄을 친 기억을 까먹거나 독서 노트를 다시 읽는 경우가...글세 거의 없는 편에 속했다. 책 읽을 땐 당시에 감정이 고취되는 것은 맞으나 그 이후에는 가라앉아 다시 읽어보노라면 그때의 그 감정이 사라져있어 감흥이 없다.
심지어 왜 줄을 쳤는지도 모를 정도로 뻔한 문구에 줄을 친 경험. 이는 과거 책을 읽었을 바로 그때 고취된 감정 때문에 그리했을 확률이 대단히 크다. 그래서 나도 나를 알기에 왠만하면 줄을 많이 치는 편이 아니다. 예전 불안강박이 있을 무렵에는 국사책을 거의 형광펜으로 도배하다 시피 할 정도였지만 그건 이미 지나간 일이고 지금은 굉장히 적게 표시를 하거나 짧게만 옮겨 적는다.
그런데 이 또한 함정이 숨겨져 있다. 아까 맥락 안에서 감흥이 살아났던 문구들이 이번에는 너무 이성적으로 대하려고 하다보니 나중에 읽을 때는 괜찮은 정보이지만 맛이 안난다. 그리고 반대로 맥락이 끊겨있다보니 어느 문단에서 발췌했는지 모르겠거나, 어떻게 활용해야할지 모르는 경우마저 생긴다. 양 쪽을 신경 안쓰고 독서하는데 지장이 없는 사람들은 문제될 게 없겠지만 나름대로 책으로 무엇을 해보려는 사람들은 습관도 제대로 안 들인데다가 방법조차 애매해서 갈피를 못잡는다.
그래도 인터넷 강의를 들으세요는 아닌, 차츰 쌓여지는 독서 경험이 알아서 본인만의 스타일을 찾아 줄 것이다. 책을 너무 의무적 혹은 의식적으로 읽는 것에 반감이 가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 의무적으로 읽으려고 해서 마지막 장이 또 다른 새로운 장을 이어주고는 했던 것 같다. 불편하지만 솔직한 진실 하나 더. 알라딘이나 예스 24에서 파는 굿즈들. 흔히 말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가 있다.
책은 사은품이고 굿즈때문에 구입하는 주객전도 경험이 있고, 택배를 기다리는 데 책보다는 마일리지로 거하게 지른 책갈피나 굿즈에 눈이 먼 경우가 있다. 아니라고? 나는 그런 적이 많다. 이 역시 책에 한 발 더 다가서는 계기가 된다면 오히려 나쁠 건 없겠지만, 그러다가는 읽지도 않은 새 책들을 계속 보관할지도 모른다. 잠시 책을 구입함으로 독서하는 교양인으로 거듭나고 싶어 하지만 읽지도 않고 돈 만 버리며 비싼 장식 취미를 하고 있지 않은 지 가끔 자문자답할 때도 있다.
[매일마다 짧은 글에서 우리 모두를 위한 가능성, 벽돌시리즈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