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빛의 여정 88화

장편소설 빛의 여정 88화 / 8장 세번째 조각

by 포텐조

장편소설 빛의 여정 88화 / 8장 세번째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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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딘은 맑고 투명하지만 안에 주황색 빛이 감도는 조각을 잠시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루네가 갈리스에게 묻자 갈리스는 에르반이 몇몇 사람들에게 자랑삼아 조각을 보여주고 나서 심상치 않음을 느껴 자신에게 맡겼다고 했다. 그래서 갈리스는 에르반을 위해 최대한 조각과 동일한 돌덩이를 찾기 위해 이 산 저 산 뒤져보았지만 실패해 수도원에 비축된 경전에 그림을 그릴 때 새겨 넣는 주황 염료로 비슷한 크기의 돌을 염색해 주었다고 말했다. 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에르반의 직감이 맞았고 그와 함께 수도원 내 사람들이 강제로 끌려갔다.


로이딘은 그 말을 듣고 다소 침체된 표정이었다. 돌을 손에 쥐었으나 본래 목적에 맞는 피데라시스 사람들을 구하는 것에 뭐라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루네가 갈리스에게 말했다.

"사람들이 잡혀 간 곳의 단서라도 없으실까요, 아니면 추측이라도?"

갈리스가 지그시 눈을 감더니 답했다.

"수도원에만 머문 지 몇 십년이오. 내가 어찌 바깥 지리에 해박하겠는가? 그 이상은 내게는 한계인 것 같네만"

그러자 루네도 입을 다물고 조용히 조각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모두가 조용하자 시테온이 로이딘과 루네를 바라보며 말했다.

"여기서 완전히 사라져버렸다면 일단은 헤르논으로 복귀하는 게 낫지 않을까?"

로이딘은 조용히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 시테온이 말을 이었다.

"가서 우리가 본 것을 이야기 하고 후속 조치를 간구해야 할 것 같아. 우리는 이곳에서 임무를 모두 마쳤어"

루네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얀자와 베일런에게 이 사실을 알리는 게 먼저야. 그 후 다음 조각을 찾으러 가든, 사람들을 구하러 가든간에 말이지. 빛의 심판이 사람들을 납치했단 사실은 심각한 사안이야"

로이딘이 루네의 말을 듣다가 갈리스에게 물었다.

"선생님, 그러면 이 조각은..."

갈리스가 답했다.

"내가 에르반처럼 자랑만 하면서 구경시켜주려고 꺼낸 줄 아시오? 자네들이 가져가게. 피데라의 영광을 위해"

로이딘이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하고 자신의 주머니를 품 속에서 꺼냈다. 그리고 가지고 있던 두 개의 조각을 갈리스에게 보여주었다.


갈리스가 조각들을 보고 미소지었다.

"이것들이 이 땅에 몇 개가 있는 것이요?"

로이딘이 답했다.

"저희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다 모은 후에도 어떻게 될 런지도 말입니다."

갈리스가 말했다.

"그분의 성체가 사방으로 흩어졌으니.. 별들이 떨어지듯 흩어졌으니. 굉장히 많지 않으려나하오. 다만 찾는 과정에서 현명한 답이 나올 것이라 믿네"

로이딘이 말했다.

"감사합니다."

그 후 테이블에 있는 갈리스가 가지고 있던 조각을 조심스레 잡아 자신의 주머니에 나머지 조각들과 함께 넣었다. 이로써 세 개의 조각이 로이딘 일행에게 들어왔다. 갈리스가 자신이 해낸 일에 대해 개운한 지 스트레칭을 하며 말했다.

"혼자서 수도원을 밤 중에 지키고 있는 것이 얼마나 고독한 줄 아시오? 또 얼마나 두려운 지 말이오"

시테온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면 저희와 함께 헤르논으로 가시는 건 어떨까요?"

갈리스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전혀. 나는 이 곳을 지킬 것이오. 피데라를 마주하며 옆에 서는 날. 그때서야 내가 이 곳을 떠난 유일한 경험이 될 것이네"


이후 갈리스와 로이딘 일행이 잠깐의 담소를 나누고 그가 마련해준 수도사들이 썼던 숙소를 로이딘 일행이 사용하게 되었다. 로이딘은 자기 전에 자신의 주머니에 있는 조각들을 모두 꺼내 손바닥에 올려 놔 보았다. 신비로운 느낌이 드는 영롱한 조각들이었다. 겉은 수정처럼 깨끗하고 투명했으나 안쪽으로 갈 수록 주황 빛이 감도는 돌이었다. 또 이것이 정말 여러 방면으로 사용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되는 하루였다.

아보테에선 이것을 이그네움의 원석으로 여기고 있으며 이 돌이 발견된 주변부를 파헤쳐 얻은 돌과 흙들이 보급형 이그네움으로 정제된다는 사실과 피데라시스에겐 백야의 날에 떨어진 이 땅에 흔적을 보인 피데라의 성체이며 빛의 심판에겐 있어서는 안 될 물건이라는 것을. 피데라시스를 제외한 어느 세력이든간에 이 조각들이 그들에게 넘어간다면 땅으로 피신한 피데라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결말을 맞이하게 될 것이었다.


그 후 영원한 추위는 따스한 날의 모든 것을 집어 삼키고 이윽고 이 땅 모든 것을 얼려 버리겠지. 로이딘은 잠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때문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 조각들의 무게가 너무나 무겁게만 느껴졌다. 앞으로 어찌해야 할 지 알 수 없었다. 속 시원하게 피데라가 나타나서 조각이 얼마 만큼 흩어져 있는지를 그리고 모두 모은다면 이제 어찌해야 될지를 알려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무슨 신의 뜻인지 그는 많은 것을 아직 알려주지 않았다. 로이딘과 그의 친구들에게 기대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어떻게 행동하기를 원하는 걸까? 아보테로 넘어가면 이 조각들의 끝은 분명 추위를 이겨내기 위한 소비용 기름으로 전락할 것이다. 그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신을 불태우므로 잠깐의 추위를 잊고자 한다. 얼마나 답답하고 멍청한 짓인가. 로이딘은 생각하면서 터무니 없는 세력이 대륙의 절반을 집어삼키고 아나티리캄을 침략한 것에 대해 피가 거꾸로 솟아 오르는 것 같았다.


무지한 자들의 세상 속에서 힘 없는 신을 구하는 것. 어쩌면 피데라가 로이딘을 구하는 게 아니라 로이딘이 피데라를 구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그 자신에게 들었다. 그러다 코고는 소리가 들려와 이만 생각을 마쳤다. 그도 편안한 밤을 보내고 있는 친구들처럼 눈을 감기 위해 촛불을 불어 껐다.




89화에서 계속...

"때가 차매 그 빛이 다시 솟아나리라"

(매주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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