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빛의 여정 91화

장편소설 빛의 여정 91화 / 8장 세번째 조각

by 포텐조

장편소설 빛의 여정 91화 / 8장 세번째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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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딘 일행이 정문을 도착하자 경비를 보던 수도사가 그들을 알아보지 못했다. 수도원을 떠난 지 얼마 안 되었음에도 막아서며 정체를 묻자 로이딘 일행은 답답해 했다. 다시 돌아온 전투 수도사 3명의 몰골을 보면 누구나 정체를 의심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루네가 자신들의 이름을 꺼내자 어리둥절하던 수도사가 그제서야 얼마전에 임무를 수행하러 나간 로이딘 일행임을 알아채고 미소를 지으며 들어가라 답했다. 해가 중천에 뜬 점심 직후에 도착해서 망정이지, 밤에 왔다면 확인받기 위해 고생 꽤나 했었을 것 같단 생각이 루네의 머릿 속을 스쳐 지나갔다.


로이딘 일행을 추적하던 남자는 그들이 바위산 쪽으로 향하다 숲 길을 지나쳐 깊숙한 골짜기에서 모습을 드러낸 수도원으로 향하는 것을 바라보았다. 숲 속은 인적이 드물고 곳곳에 강물이 흐르며 마차들이나 말이 지나다니기에는 불편 해 보였다. 하지만 로이딘 일행이 수도원 문을 통과 해 사라지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짐을 실은 마차가 남자가 숨어있던 강가를 통과해 수도원으로 향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가 덩쿨 뒤에서 몸을 숨기며 멀리서 바라보니 골짜기의 한 면을 빈틈없이 막아놓은 돌 벽에 위치한 성문이 바로 수도원의 정문이 틀림없어 보였다. 더 이상 나아갈 방법이 없어 남자는 스리슬쩍 발을 빼며 뒤 돌아 사라져버렸다.


수도원으로 돌아온 꾀죄죄한 전투 수도사 3명이 연습장에 베일런이 있는지 해서 들어갔다. 역시나 그는 연습 수도사 한 명과 대련을 주고 받고 있었다. 베일런은 불청객에 당황하다가 로이딘 일행임을 알고서야 놀란 표정을 지으며 달려나가 환대했다. 그가 키워낸 제자들이 무사히 도착했다. 몰골은 그렇지 못해 보였지만. 베일런이 말했다.

"고생했구나! 꼴이 그냥..."

로이딘 일행은 서로 간에 얼굴에 묻은 숯이나 먼지, 떡진 머리등은 자연스러운 야외 생활상이었지만 그들을 마주한 수도원 사람들에겐 애처로움과 지저분함 그 자체였던 것이다. 베일런은 함께 있었던 수도사에게 잠깐 혼자 훈련하고 있으라 말하고 로이딘 일행을 데리고 얀자의 서재로 향했다. 아마도 그 연습 수도사는 마음 속으로 자유시간에 대한 쾌재를 부르고 있었을 것이다.


얀자의 서재, 양피지에 무언가를 쓰고 있던 얀자가 베일런의 노크소리에 들어오라 말했다. 베일런이 환하게 웃으며 뒤에 따라오는 전투 수도사 3명의 귀환소식을 알렸다. 그러자 얀자가 미소를 지으며 박수를 쳐가며 맞이했다. 얀자가 말했다.

"피데라께서 보살피셨구나. 참으로 다행이야"

베일런이 얀자에게 말했다.

"원장님 이 녀석들이 어떤 소식을 들고 왔는지 저도 모르거든요, 얼른 들어보죠?"

얀자가 남아 있는 의자에 다들 앉으라고 말했다. 기나긴 여정 끝에 간만에 아늑한 공간에 의자를 맘 편히 앉게 된 로이딘 일행이었다. 시테온은 여전히 등이 찌뿌둥한지 끄응하며 뒤로 기댔다.

얀자도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앉더니 손바닥을 비비며 그들에게 물었다.

"그래, 로이딘. 아나티리캄은 어떻든?"

로이딘이 아나티리캄에서 있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이야기 해주었다. 얀자와 베일런은 레도룬과 이질바이나까지 그들의 행적을 들었고 캠프에서 전투가 일어났던 것에 크게 놀랐다. 베일런이 넘어가지 않고 언급했다.

"전투는 삼가라 하지 않았나?"

그러자 루네가 반박했다.

"거점 중심으로 적들이 모여 있는데 싸울 수 밖에 없었어요. 마을이나 야외에선 개미 하나 찾아 볼 수 없었고 유일한 단서가 거기였는데 어떡했겠습니까?"

그러자 베일런도 그 말을 어느정도 이해하며 가만히 눈만 감고 끄덕였다.


이어서 로이딘이 마부의 출현을 이야기 해주었고 그 마부가 피데라임을 말했다. 그 주장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었는지 이번엔 얀자가 시테온과 루네를 바라보며 물었다.

"흠. 너희도 그 마부를 보았니?"

그러자 시테온이 끄덕였다. 그러면서 입을 열었다.

"로이딘에게 인사를 했고 정황상 저희를 구했다면 맞지 않았을까요?

얀자와 베일런이 생각하는 지상에 강림한 신의 모습이 그토록 평범하다니. 신전에 안치된 웅장한 조각상과는 확실히 사뭇 다른 모습이었던 것이다.

로이딘은 이후 캠프가 검은 불꽃에 휩싸였던 것과 동굴에서 눈을 뜬 것 그리고 이질바이나에서 갈리스와 조각에 대한 이야기까지 보고했다.

긴 이야기를 들은 얀자와 베일런의 표정이 처음의 환대했던 표정과는 달리 조금은 심각해보였다.


이유는 검은 불꽃과 조각때문이었다. 얀자가 미간을 찌뿌리며 말했다.

"불꽃이 검었던 게 사실이라면 흑마술을 부리는 건지 모르겠네만 그게 아니라면..."

베일런이 말을 거들었다.

"절망. 절망의 징조."

로이딘은 그게 무슨 소리인지 싶어 다시 물었다. 그러자 얀자가 답했다.

"정경에 수록된 말로트는 다소 추상적인 느낌이지만, 최근에 나오는 주석서나 연구서들은 말로트를 검은 괴물로 비유하지. 그리고 삽화에선 항상 검은 불이 뒤 따라 나와"

로이딘 일행은 바로 앞에 마주했던 검은 불꽃의 정체를 알게되자 말 못할 공포감이 솟구쳐 오르기 시작했다.

얀자가 이어서 말했다.

"왜 하필 인적드문 이단 추적대 캠프에 그 괴물이 나타났겠는가? 마치 그런거야, 영주도 아닌 왕이 직접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마을에 직접 등장한 것이나 다름없는 거지"

베일런이 다시 그들이 이해하기 쉽게 거들었다.

"말씀대로 갑자기 나랏님이 나타난 거면 이유가 있듯이 말로트가 너희 앞에 나타났으면 너희에게 목적이 있었을테지"

로이딘은 그 말에 주머니 속에 든 조각들을 상기했다.



92화에서 계속...

"때가 차매 그 빛이 다시 솟아나리라"

(매주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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