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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품 Sep 12. 2024

우리 반은 모두 다 발표합니다. 1편

<높임말로 대화하는 아이들> 4화 : 두려움 씨의 공포

우리 반은 모두 다 발표합니다. 

- 두려움 씨의 공포 -

 

3월 첫날 “우리 반은 높임말로 대화합니다.”라는 담임의 말로 아이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담임의 쇼킹 발언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높임말 상황에 정신도 못 차렸는데, 또 날아온 담임의 한마디. 

우리 반은 모두 다 발표합니다.”

아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고개를 숙였다. 담임과 어떻게든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고학년이 될수록 아이들은 발표하기를 꺼린다.   

  

“여러분 발표하기 싫어하는 것 알아요. 얼마나 부끄러워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발표하려면 엄청나게 큰 용기가 필요하지요. 그러나 발표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입니다. 성장할수록 여러 사람 앞에서 내 생각 표현하기는 정말 중요합니다.”

황당의 연속에서 아이들은 단 한마디도 못 했다. 그저 담임이 자기를 지목하지 않기를, 시선이 책상으로만 향했다.

     

선생님은 손드는 사람만 발표시키지 않습니다손 안 들어도 모두 다 발표합니다. 하다 보면 자꾸 발표하고 싶은 자기 모습에 놀라게 될 거예요.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선생님과 연습하면 됩니다.”

아이들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 너무 놀라서. 당황한 아이들의 얼굴에서 생각이 읽혔다.

‘손을 안 들어도 발표를 시킨다고? 윽! 죽었다.’


새 학년 첫날,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친구들 앞에서 발표 연습이 시작되었다.     


1단계 : “얍!” 외치기


“한 글자 소리내기부터 시작합니다. 한 사람씩 차례로 ‘얍!’ 굵고 짧게 외쳐주세요.”

“야~아~아~~” 

아이들이 가느다란 목소리로 길게 소리 냈다.

“굵고 짧게 ‘얍!’입니다.”


발표 연습이라고 해서 긴장했던 마음에 살짝 호기심이 발동하는 듯했다. 큰 소리로 굵고 짧은 ‘얍’을 외치는 패기 넘치는 아이들 등장. 그들을 칭찬했다. 나머지 친구들 소리도 덩달아 커졌다.

“얍.” “얍.” “얍.” “얍.” … 기합에 가까운 소리가 어려움 없이 쭉쭉 나왔다. 키득키득 웃음소리도 들렸다.

     

1단계 전원 통과가 가까워지는 순간, 갑자기 외침 소리가 뚝 끊겼다. 일제히 정적의 주인공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공포에 질린 표정미동도 없는 얼음 상태두려움 씨였다.

“두려움 씨 차례예요. ‘얍’ 소리 내볼까요?”

두려움 씨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두려움 씨 마음의 준비를 하세요. 다음에 두려움 씨 순서가 되면 발표해야 합니다.”   

  

2단계 : 자기 이름 또박또박 말하기


“2단계는 자기 이름 세 글자 말하기입니다. 글자와 글자 사이를 구분하며 또박또박 발음합니다.”

“○ ○ ○” “△ △ △” “□ □ □” …

1단계 외침에서 용기가 생긴 것일까? 2단계 이름 말하기는 비교적 쉽게 넘어갔다. 담임의 칭찬에 아이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런데 또 막히는 구간이 있었다. 두려움 씨였다. 두려움 씨는 자기의 티셔츠를 늘어 올려 얼굴을 숨겼다. 한참을 기다려도 두려움 씨는 티셔츠에서 나오지 않았다.

“두려움 씨, 괜찮아요. 처음은 누구나 힘들어요. 기다려 줄게요. 천천히 해보는 거예요.”

담임은 일단 지켜보기로 하고, 기다리는 다른 아이들을 위해 다음 단계를 진행했다.  

   

3단계 이름 앞에 꿈이나 별명 붙이기


“3단계는 이름 앞에 꿈이나 별명을 붙입니다. 장래 희망도 좋고, 친구들에게 듣고 싶은 별명도 좋아요. 자신의 특징을 나타내는 말도 괜찮습니다. 나의 꿈을 자꾸 소리 내어 말하면 꿈은 반드시 이루어집니다. 긍정의 언어로 나를 표현하면 나는 그런 사람이 됩니다.”

아이들은 이름 앞에 붙일 문구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씩씩하게 자신의 꿈을 외쳤다.

“줄넘기 국가대표 ○ ○ ○” “그림 천재 △ △ △” “스마일맨 □ □ □” …


두려움 씨 꿈만 듣지 못했다. 긴장하면 옷소매를 물어뜯는 특징이 있다는 것만 알게 해 주었다. 

    

4단계 문장으로 말하기


“발표 연습 마지막 단계입니다. 꿈과 이름 뒤에 ‘발표하겠습니다’를 넣어 문장으로 말합니다. 문장을 말할 때 속도가 빨라지지 않도록 유의하고, 분명하게 발음합니다.”

“미래의 소방관 ○○○이 발표하겠습니다.”

“호날두, 메시보다 축구 잘하는 △△△이 발표하겠습니다.”

“봉사를 잘하는 □□□이 발표하겠습니다.”  

   

발표 연습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외마디 소리내기부터 완성된 한 문장 말하기까지. 단계별 훈련을 통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입을 열고, 큰 어려움 없이 목표 지점에 도달했다. 

     

“우리 반 발표 정말 잘하네요. 발표 달인들이 모였나 봐요. 이렇게 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발표할 때 오늘 연습한 문장을 제일 먼저 말합니다. 그러면 듣고 있는 다른 친구들은 박수 두 번 ‘짝짝’ 치며, 발표자를 바라봅니다.”

시작할 때 걱정이 가득했던 아이들의 얼굴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바뀌어 있었다.

      

딱 한 사람, 두려움 씨만 제외하고. 두려움 씨는 끝내 그 어떤 소리도 내지 않았다. 소리는커녕 달달달달 떨고 있었다. 티셔츠 안에서 소매를 잘근잘근 물어뜯으며. 그에게는 발표 방법이 중요하지 않았다. 여러 사람 앞에서 혼자 소리를 내야 하는 상황만이 공포로 다가왔을 뿐이다.


출처 D-Keine


앞으로 어떻게 두려움 씨를 지도해야 할까? 

발표에 대한 공포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우리 반은 모두 다 발표합니다. 2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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