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요가 에세이 <생각은 멈추고 숨은 내쉬세요>
이번 주 몇 번씩이나 지하철을 타고 내리는 실수를 했다. 내릴 정거장을 한참 지나고 알아차린다거나 반대편 정거장에서 탔어야 할 것을 잘못 타서 시간 낭비를 하는 일이 잦았다.
초행길은 그런 일이 덜하다. 매번 실수를 하는 구간은 익숙한 길이다. 날마다 오가는 길이라 너무나 익숙해 어느 플랫폼에 서고 내려야 할지까지 아는 곳이다. 정확히 알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자리에 앉자마자 말 그래도 정신줄을 놔버린다. 그게 문제다.
나는 금세 다른 생각에 빠진다. 저녁거리를 뭘 사야 하지, 내일 회사에서 할 일은, 주식이 올랐던가, 왜 그 사람은 문자 답이 없지 등의 수만 가지 생각을 하다 보면 어김없이 몇 정거장을 지난 뒤다.
요즘 요가를 할 때도 비슷한 실수를 한다. 익숙하고 내가 해 본 동작이라고 생각되면 선생님의 지시가 안 들린다. 내가 하던 대로 열심히 하다가 저 멀리서 '왼쪽 말고 오른쪽'이라는 목소리가 들릴 때, 그제야 내가 다른 사람들과 다른 방향으로 몸을 움직이고 있음을 알게 된다.
집중 안 하고 있어, 집중!
클래스에서 선생님들이 나에게 집중을 하라고 말한다. 그때마다 나는 헛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익숙한 동작에서는 그게 너무 익숙한 터라 헛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예를 들면, 기지개 켜면서 '오늘따라 떡볶이가 당기네'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다.
오늘도 집과 다른 방향 지하철을 타고 네 정거장 가서야 내가 잘못된 곳으로 가고 있음을 알았다. 정말 짜증이 났다. 다시 돌아오면서 절대 집중하자는 생각으로 빈 좌석이 있어도 앉지 않고 서 있었다. 그러면서 요가에서 말하는 현재 집중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체감했다.
몸과 마음을 일치하게 만들어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인지한 상태가 바로 현재에 집중된 상태이다. 현재를 살아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현재에 있지 않으면 계속해 낭비를 하게 된다. 시간도 내 에너지도 줄줄 새어 나가 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에 있지 않을수록 몸은 점점 더 피곤해진다. 당연히 실수는 잦고 해야 할 일은 늦어진다.
그럼 머릿속으로 '현재 집중해야지' 하면 살아질까? 만약 그럴 수 있다면 요가를 할 때나 내가 지하철에서 반복적으로 실수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왜냐면 나는 늘 아침마다 '현재를 살자'라고 되뇌니까. 현재에 집중해 사는 것은 머리로만은 안 되는 일이다. 몸이 함께 해야 하는 일이다.
머리로는 도저히 안된다는 걸 알고 나서 내가 한 방법은 실수를 할 때마다 내가 어디에 정신이 팔려있는지 인지하고 배와 괄약근을 동시에 꽉 조이는 것이다. 둘을 꽉 조이면 정말 생각의 절반은 사라지는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소리 내어 말해본다. '나는 지하철을 타고 있다.' 이렇게.
다음 주에는 현재를 살기 위해 배와 괄약근을 정말 많이 조여야겠다.
아는 것을 실천하는 것에도 연습이 많이 필요하다. 아는 것과 행동의 간격을 줄이는 것이 수련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