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요가 에세이 <생각은 멈추고 숨은 내쉬세요>
나는 커피를 13세부터 마셨다. 교무실 앞 자판기 커피가 첫 시작이었다. 그 이후부터 최근까지 커피 없는 하루를 상상해 본 적 없다. 직장인이 되고 나서는 더욱 커피 없이 생활이 되질 않았다. 나의 집중력은 곧 카페인이었다. 커피 한 잔이 내 하루를 책임지는 셈이다.
그러나 건강검진 결과는 달랐다. 커피로 인해 아픈 곳들이 생겼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졌고 위염이 생겼다. 평소 기름진 음식은 물론 고기도 많이 먹지 않는데 콜레스테롤이 높다니 의아했다. 알고 보니 에스프레소를 만들 때 같이 내려지는 기름 때문이었다. 위염은 말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검진 결과를 알았음에도 나는 커피를 끊질 못했다.
그러다가 3 차크라를 위한 요가 수련을 만나게 되었다. 위장을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 시작했는데 식습관 개선이라는 난제가 엮여 있었다.
나이가 마흔이 가까워 오는데 식습관을 개선해야 한다는 건 힘든 일이다. '알코올, 카페인, 밀가루, 설탕'을 한 달간 줄이라는 말이 청천벽력 같아서 초반에 불평을 해댔다. 술이야 안 마신다지만 카페인, 밀가루, 설탕을 어떻게 줄인담. 그 말은 곧 '아무것도 먹지 마!'라는 말과 다를게 없이 느껴졌다. 그래서 1주 차 때에 보는 사람마다 붙잡고 내가 왜 이 고생을 하는지, 얼마나 카페인에 죽고 못 사는지 설파하기 바빴다.
그럼에도 나는 룰을 잘 따르는 편이라 3차크라 수련을 하며 식습관 개선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 결과, 한 달이 지난 지금은 커피를 온종일 안 마셔도 괜찮다. 예전에는 꼭 커피가 있어야만 했지만 지금은 없으면 굳이 안 마셔도 될 정도로 바뀌었다. 내 인생에서 이런 적이 없었기 때문에 커피를 안 마셔도 된다는 것이 참 낯설게 느껴진다.
식습관 개선을 하면서 우연히 책을 넘기다 본 내용이 있다. 뇌와 위장이 연결되어 있다는 이론이었다. 위장이 기분과 건강, 직감, 본능적인 느낌을 관활한다는 것이다. 이론에 따르면 위장에 안 좋은 음식을 넣으면 뇌에 안 좋은 행위를 하는 것과 동일하다. 건강한 사고방식, 좋은 기분, 직감을 위해서는 장 관리가 필요하다. 카페인도 마찬가지다. 카페인 자체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카페인 때문에 위장이 문제가 생긴다면 그건 뇌를 위해서도 개선이 필요한 일인 셈이다.
처음에는 수련의 룰에 따르기 위해, 뇌와 위장이 연결되어 있다는 이론에 설득되어 카페인을 줄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 몸에 오는 반응 때문에 습관 개선을 지속하게 되었다. 잠이 쏟아지고 집중이 흐트러지는 초반의 불편함은 곧 사라졌다. 잠은 오히려 더 잘 잤다. 꿈도 꾸지 않을 정도로 숙면했다. 한창 커피를 마실 때에는 자기 전까지 체기가 있고 트림을 해댔었는데 커피를 줄이고 나니 그런 불편함이 사라졌다. 위의 염증이 수그러들고 소화가 잘 된 까닭이다.
커피를 줄이고 나서는 소화를 위해 쓰던 에너지가 남아 저녁에도 그리 피곤하지 않았다. 남들 다 피곤해하는 월요일 아침에도 나는 쌩쌩했다. 컨디션이 점점 좋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앞으로도 커피를 안 마실 것이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예스다. 커피를 안 마시게 됨으로써 얻어지는 이점들이 많다. 전반적인 컨디션이 좋아지는 것은 물론 커피에 나가는 비용도 어느 정도 아낄 수 있다. 온전히 끊기는 어렵겠지만 커피를 마실 때는 디카페인을 선택하고 주말에는 차로 대체하는 등 카페인 줄이기를 실천해 나가려고 한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 어떤 이유에서라도 커피를 줄여보고 싶으시다면 가볍게 시작해 보시길 권한다. 하루에 1잔만 마시다가 디카페인으로 대체하고, 디카페인에서 허브차로 바꾸고 주말에는 아예 커피를 마시지 않는 단계로 나아간다면 점점 나은 몸 상태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