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저 생각할 뿐, 노력하고 있지 않습니다

나의 요가 에세이 <생각은 멈추고 숨은 내쉬세요>

by 김초롱

요가를 좋아한다고 말하지만 누구나 그렇듯 걔 중에 싫어하는 자세가 있다. 나의 경우에는 하체 순환을 위해 다리 뒷 선을 펴는 동작들을 너무 힘들어하는 편인데 그중 제일은 단다사나다. 딱 보면 이 자세가 뭐가 힘드냐고 하는 분들이 있겠지만 나는 이 자세를 할 바에야 플랭크를 하겠다고 말할 정도로 이 자세가 싫다.


사람마다 몸의 체형이 다르듯 느껴지는 고통도 다르다. 나는 다리가 휜 편이다. 그래서 무릎도 안쪽으로 살짝 구부려져 있다. 그야말로 O자 형 다리다. 그래서 상체를 곧바로 세우고 무릎 두 짝을 나란히 붙인다는 것은 말 그대로 뼈가 졸리는 아픔이다. 게다가 거기서 양쪽 발가락을 붙여야 한다면 실로 고통스럽다. 그래서 나는 단다사나를 할 때 보통 발가락을 붙이는 것은 하지 않는다.


나는 이 동작을 할 때 웃을 수가 없다


그런데 이번 수련에서는 그런 나의 요행이 허용되지 않았다. 딱 봐도 제대로 된 자세가 안 나오는 것 같자 요가 선생님들이 나의 자세를 손 봐줬고 결국에는 옆에서 될 때까지 기다려줬다. 나도 최대한 해보려고 힘쓰고 있었다. 그런데 잘 안되었다.


그 과정에서 온갖 감정들이 다 올라왔다. '이러다가 죽을지도 몰라, 너무 힘들다,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 하는 거지? 나는 원래 이 자세 잘 못하는데, 선생님은 내 다리에 대해서 잘 모르시나, 역시 이번 선생님들은 너무 자비 없어. 빨리 끝나라'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맴맴 돌았다.


나름대로 고통을 삼키고 있는 그때, 선생님이 나에게 한 마디를 하셨다.

"이건 그냥 보고 있는 거예요. 노력 안 하고 있어요. 지금"

이게 무슨 말이지? 나는 분명 애쓰고 있었다. 그런데 그냥 보고 있는 거라니 이해가 안 되었다. 끙끙 거리는 내게 선생님은 이어서 얘기했다.

"다른 생각을 하지 말고 발가락을 붙이는 것에 집중해봐요. 발가락을 봐요."


나는 그제야 내가 발가락을 보지 않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휜 무릎 관절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힘들다는 생각 때문에 발가락 붙이는 것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자세가 안되어 답답한 마음에 빠져 있었지 이 자세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 안중에 없었다. 단다사나를 할 때마다 몸에서 느껴지는 불편한 느낌, 그런 불편함에 따라오는 부정적인 감정들에 나는 사로잡혀 있었다. 할 수 없는 핑계를 만들고 결국 집중하지 못했다.



단다사나와 글쓰기는 비슷한 구석이 있다. 두 가지 모두 내게 정말 필요한 것이나 둘 다 시작하기 전까지 최대한 버티게 된다는 점이 닮아있다. 단다사나를 하는 중에 나는 휘어버린 무릎 관절을 부여잡고 아파했다. 그러나 아파하는 건 노력하는 게 아니다. 아파도 참으면서 그 자세를 하는 것이 노력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나는 늘 좋은 글을 쓰고 싶다고 말하지만 거기에 그치고 있다. 단지 작가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 나는 스스로 노력하고 있다고 착각했다. 하지만 팩트는 글을 쓰지 않았다. 글 쓰는데 집중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된 이면에는 '제대로 글쓰기 배운 적이 없어서', '난 그저 브런치 블로그 운영할 뿐', '지난번 공모전도 떨어졌고', '퍼블릭 매거진이 최근에 내 기고를 거절함' 등이 있는데 다 글쓰기 싫어서 하는 부정적인 핑계다. 무릎이 아파서 단다사나 하기 싫어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팩트는 나는 날마다 글 쓰지 않고 있다.


단다사나를 하면서 알게 된 나의 습관이 내 생활에 그대로 남아있다. 그동안 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전문 단체에서 글쓰기를 배워야 하고 유명 매거진에 나를 알려야 한다는 등의 본질에서 벗어난 행동만 해왔다. 하지만 돌아보면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건 그저 쉬지 않고 날마다 쓰는 훈련이다.


날마다 글을 써야 한다니 벌써 버티고 싶어진다. 마치 단다사나를 하기 너무 싫은 마음과 똑같다. 그럼에도 나는 창조하는 삶을 살기로 선택했다. 그리고 내 목표를 이루기 위해는 써야 한다. 단지 생각하는 것은 노력이 아니다. 날마다 손을 굴리는 것, 자판을 두드리는 것이 노력이다. 그래서 오늘부터 나는 꾸준히 글을 써 내려갈 참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