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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초롱 Mar 27. 2023

어쩌다 시작한 게스트하우스

이불빨래로 점철된 주말

게스트하우스로 

바뀐 주말의 삶 


작년 10월부터 시작한 게스트 하우스 호스트가 이제 6개월이 넘어간다. 시작할 때만 해도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의 물음표 연속이었는데 주말마다 게스트가 들어차는 것을 보니 안 했으면 서운할 뻔 했다. 그러고 보니 시작하기 전만 해도 방 청소는 주말에 한번 하는 이벤트인데다 화장실 청소는 진짜 여유가 될 때 하는 월간행사였다. 


그런 내가 일주일에 두 번 꼴로 화장실을 청소하고 이불 빨래가 잘 마르는 날을 찾아 세탁기를 돌리며 심지어 게스트가 올 때마다 향초를 태우고 집 온도를 체크하는 것을 보면 환경이 사람을 바꾼다는 말이 100% 맞다. 


20명 가까운 게스트와 만나고 나서 보니, 우리 집은 보통 2주 전 주말이면 예약이 찬다. 나의 달력에도 전에 없던 외국 사람의 이름이 적히고 꼭 빨래를 해야하는 날에 동그라미 표시가 그려졌다. 빽빽한 주말 스케줄을 바라보면서 뿌듯하면서 동시에 놀라움을 느낀다. 


와. 이게 되는구나...



게스트 하우스를  

시작하기 전


안 쓰는 방을 게스트룸으로 바꾸겠다고 결심 하게 된 것은 주말마다 할 일이 없고 무료해서였다. 또 외롭기도 했다. 주말에 입 꾹 닫고 그 어떤 사람과도 말을 안 하다 보면 꼭 외로운 독거노인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꼭 누구에게든 전화를 해야 했던 시기가 있었다.


요가 수련도 없고 잠깐 배운 골프도 놓았을 무렵 나는 아르바이트라도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여기저기를 뒤졌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은 요가센터를 다니는 지인이 내게 공유숙박으로 돈 버는 법 대해 넌지시 일러주었다. 그 무렵 지인은 이미 슈퍼호스트가 되어 수익을 내고 있었는데 얼핏 보니 그 집은 호텔만큼 이이나 좋아 보였다.


당시의 나는 우리 집에 누군가를 초대하기에는 모자라다고 생각했다. 고작해야 3평 넘 짓의 옷방으로 쓰던 방인 데다가 재작년 위층에서 누수가 생겨서 벽지에 얼룩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흔적 때문에 대충 붙여놓은 벽지가 흉물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나는 옷방 혹은 창소로 쓰던 그 공간에 게스트를 들이는 건 안 될 말이라고 생각했다.


화장실과 환풍기, 방충망 같은 것은 어쩐다. 정말 오래되고 낡았기 때문에 수리가 우선이었다. 그래서 나는 호스트가 될 수 없는 이유를 빠르게 내세우며 못한다는 말을 반복했다.그렇지만 지인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날더러 생각이라도 해보라고 한번 해보기나 하라고 일침 했다. 그래서 나는 주말에 소소한 일거리라도 만들 겸 빈 방을 게스트룸으로 바꾸는 준비를 시작했다. 그때의 마음은 수리하면 나 살기 좋으니까 그거라도 해보자는 마음이었다.


다행히 친한 친구가 미대 출신이라 작은 방에 페인트 칠을 도와주러 왔다. 정말 구세주가 따로 없었다. 매니큐어 칠하는 것도 어려워하는 나한테 그 친구는 손이 되어 주었다.

페인트 칠이라는 것도 정말 인생에서 처음 해 봤는데 그걸 하려고 하니 돈 드는 게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어쩌다 보니 30만 원가량이 들었고 그때부터 나는 본전이라도 뽑아야 하기 때문에 게스트를 몇 번은 받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본격적인 착수,

첫 시작은 페인트칠


페인트 칠을 준비할 무렵 친구가 사라는 물품 리스트가 있었다. 너무나 생소한 물품이었다. 게다가 그 물품을 어디서 사야 할지도 감이 안 왔다. 인터넷에서 물품을 검색하면서 내가 지금 괜한 짓을 하는 게 아닌가 싶을 때도 있었지만 이미 시작된 일이었고 친구까지 나서서 도와주고 있어 최대한 빠르게 추진하는데 집중하기로 했다.


나는 최대한 냄새를 줄여준다는 친환경 페인트 두 통을 사고 큰 롤러와 작은 롤러, 테이프를 샀으며 페인트 통을 여는 작은 도구(아직도 그 물건 이름이 뭔지 모른다.)와 철물점용 장갑 등 필요한 물품을 샀다. 또 혹시나 머리에 페인트가 떨어질까 봐 우비를 샀다. 나중에는 너무 더워서 우비는 입지 못했다.

페인트 칠을 하기 전 일주일 동안은 작은 방  청소를 했다. 그 과정에서 안 쓰는 물건과 버려야 할 것들을 빠르게 처분했고 몇 개는 당근마켓에 팔았다.



그리고 바야흐로 페인트 칠의 날... 세 번이나 덧칠해야 한다는 친구의 말에 혀를 내두르며 서툰 붓질을 했다. 특히 천장을 칠해야 했을 때 나는 비로소 미켈란젤로의 고통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렇게 고개를 뒤로 꺾고 한평생 칠을 해야 했다니... 쉬운 일이 아니었다.

페인트 칠이 끝나자 그 방은 다시 태어난 것 같았다. 칠이 아주 고르게 마무리되어서 더없이 깨끗해 보였다. 침대를 들여놓자 게스트 맞이 준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 같았다.



어느덧 시작된

게스트와의 하룻밤 


처음에는 비싸게 내놓고 싶다는 생각에 무턱대로 내가 생각하는 가격을 설정했다. 내가 받고 싶은 금액은 5만 원이었는데 게스트는 내가 설정한 금액에 수수료를 더 해서 약 5만 5천 원 정도로 묵게 된다. 그 정도의 가격이면 괜찮지 않을까 했던 것은 내 착각이었다. 그 가격으로는 어느 누구도 문의를 주지 않았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서 나는 우리 동네의 다른 게스트하우스의 가격이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대부분 나와 비슷하거나 저렴했다. 나와 비슷한 곳들의 경우에는 100개가 넘는 후기가 있었다. 그제야 나는 첫 시작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았다. 일단 후기를 모아야 했고 가격은 좀 더 저렴해야 했다.


나는 가격을 내려서 측정했고 일정 기간을 프로모션 기간으로 잡았다. 1박 비용을 3만 5천 원으로 잡았는데 그러자마자 바로 예약이 이뤄졌다. 미국사람이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나는 메시지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호스트입니다. 제 방을 예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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