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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초롱 Apr 23. 2023

1인 가구이지만 혼자는 아닙니다.

독거노인 노노, 나는야 공유노인 

오랜만에 유명 브랜드 가전제품 매장에 왔다. 다른 카페들을 다 놔두고 이곳에 온 이유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카페를 피해 조용한 공간을 찾기 위해서다. 매장 안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사 들고 그 옆에 잘 마련된 간이 소파에 앉아, 신제품 노트북 사이에 내 구형 노트북을 꺼내놓고 글쓰기를 시작한다. 


내가 타자를 두드리는데 집중하고 있을 무렵, 많은 사람들이 이 공간을 스쳐 지나가는데 주로 가족단위의 고객들이 많다. 가족보다는 젊은 커플이 많은 홍대지만 이곳 만큼은 엄마, 아빠, 어린이의 구성으로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오랜만에 아이들이 재잘거리면서 웃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어보면 3인 이상의 가족들이다. 그에 비하면 나는 단출한 1인 가구다.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내 나이 또래의 엄마들을 볼 때, 속으론 나도 저런 모습이어야 하는 게 아닌지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 그런 모습을 보고 별 생각이 안 드는 것을 보니 내면의 결혼 적령기도 지나가 버린 게 아닐까. 



혼자 살아도 괜찮다

라고 느꼈던 때 


 내가 외로움을 많이 느끼던 시기를 돌아보면, 시간은 많은데 할 일이 없던 때였다. 주말에 가족과의 스케줄로 가득 찬 동갑내기 지인들과 달리 토, 일 통틀어 무계획에 할 일 없던 나는 그 수많은 시간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가 스트레스였다. 


모두 결혼하고 나 혼자만 남으면 결국 인간관계 다 끊기게 아닌가 싶어 어떻게든 밖에 나가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던 때에 게스트하우스를 해보라는 지인의 말에 어쩌다 호스트가 되었다. 그 이후 희한하게 사는 게 허전하다거나 외롭다는 생각을 별로 하지 않았다. 


일단, 주말에 할 일이 생겼다. 게스트 맞이를 위해 침구 세탁과 청소 빨래, 떨어진 살림살이를 구하고 화장실을 정리하다 보면 거의 반나절이 지나간다. 그리고 다음날 게스트가 체크아웃을 하면 또다시 침구세탁부터 화장실 정리까지의 일이 반복된다. 게스트하우스를 하면서 청소와 빨래는 주말의 필수 루틴이 되었다. 


또, 늘 알고 지내던 사람이 아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심지어 하룻밤을 같이 보내는 일들이 잦아졌다. 내가 가보지도 않은 외국인 게스트들이 방문하면 어쩔 수 없이 영어를 쓰게 되는데 이것이야 말로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10 정도 업그레이드 해주는 것 같다. 


그간 머릿속에 그려온 ‘1인가구’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예전의 나는 혼자 살고 있으면서도 1인 가구를 떠올리면 느껴지는 이미지 때문에 싱글을 처량한 주거 형태라고 여겼다. 그래서 어떻게든 빨리 이 상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언젠가는 나도 누군가와 함께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1인가구가 자연스러운 하나의 주거 형태로 느껴진다. 이 말은 곧, 내가 나의 일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말과 같다. 



내가 생각하는

독거노인의 삶


한 때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있는 지인이 나에게 “너 그렇게 살다가 독거노인 돼서 죽으면 어쩌려고 그래?”라고 겁을 줬다. 이 말은 지금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예전 같으면 지인의 말에 동조해 나 스스로를 걱정했을텐데 요즘은 그냥 웃어 넘긴다. 


그렇게 말하는 지인도 끝까지 혼자 살지 않으라는 법은 없다. 생애 끝까지 누군가와 함께 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내가 만난 할머니들을 생각해 보면 대부분이 할아버지를 빨리 여의신 독거노인에 속했다. 여자가 남자보다 10년에서 20년 더 오래 산다면 결혼을 하든 안 하든 언젠가 나는 독거노인이 될 것이다.


물론 그 지인이 한 말은 “너 혼자 살다가 외롭게 죽으면 어떻게?”라는 뜻에 가까웠다. 그렇다 해도 나는 지인과 다른 생각이다. 내가 노인이 되었을 때를 상상하자면 지금보다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것 같다. 인공지능, 메타버스 세계가 더 발달되어 어쩌면 지금과 전혀 다른 노년의 삶을 살게 되지 않을까. 하다못해 그때도 틴더 같은 어플이 남아 노인들끼리 만나고 데이트할지도 모른다. 내가 그런 얘길 하자 지인이 어이없어하며 웃었다.


그때도 내가 게스트 하우스를 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럴 수만 있다면 어린 친구들, 외국 친구들을 만나면서 내 일상의 며칠을 함께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 내가 요가를 하고 있다면 동네 할머니들에게 요가를 가르쳐 주면서 같이 즐기고 요리하며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내가 이런 상상을 하게 된 것에는 지금 내 생활이 그렇기 때문이다.(앗, 틴터로 할아버지를 만나진 않는다.) 요즘 나는 1인 가구이지만 혼자 살고 있지 않다. 스쳐 지나간 인연일지라도 게스트와의 인사가 반갑고 혼자 쓴 글을 연재할 때 온라인에 붙는 댓글들이 반갑다. 그렇게 혼자가 아닌 1인가구의 일요일이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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