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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초롱 Sep 11. 2024

브랜드 스토리가 필요한 이유


우리는 어떤 스토리에 관심이 더 갈까?

 

사내에서 브랜딩의 필요성에 대한 발표를 했을 때의 일이다. 중요한 프로젝트라고 강조했지만 발표 후 5분가량이 지나자 직원들의 관심이 급격히 줄어드는 것을 느꼈다. 졸거나 딴짓을 하는 사람들, 노트북으로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어떻게 하면 직원들이 더 집중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찰나, 한 서적에서 중요한 구절을 발견했다.


‘사람들은 자신과 관련된 일이 아니면 관심이 없다.’


나는 이 문장에 따라 발표 스크립트를 수정했다. 브랜딩의 중요성을 설명할 때 이론 대신 우리 회사에서 발생했던 에피소드를 도입부에 넣은 것이다.


원래의 스크립트 내용은 이랬다.

‘브랜드는 어떤 감정은 연상하게 만들어요. 예를 들어, 우리는 코카콜라를 마실 때 빨간색, 흰 곰, 가족과의 행복한 추억을 연상하죠. 이런 연상은 우리가 청량음료를 선택해야 할 때 선택의 시간을 줄여줘요. 그래서 브랜딩은 경쟁 속에서 선택의 우위를 가져다주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어요.’


위의 도입부를 우리 회사의 일로 바꿨다.

“얼마 전, 우리 회사의 루나가 하루에 탕후루 세 개 먹는 탕후루 마니아임을 고백했어요. 실제로 그녀는 그 이후 치과를 엄청나게 드나들었죠.”


그러자 직원들의 반응이 달라졌다. 루나를 보며 웃고 농담을 던지며 발표에 관심을 보였다.

나는 이어서 말했다


 “그 이후에 우리는 루나를 ‘탕후루나’라고 불렀어요. 지금은 더 이상 루나가 탕후루를 먹지 않는다고 해요. 그렇지만 우리는 탕후루가 보일 때마다 루나를 떠올려요. 쾌활한 그녀의 웃음소리가 떠올라 자연스레 미소를 짓게 되죠. 브랜드 연상이 그런 거예요. 내가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어떤 한 브랜드를 보고 자연스럽게 특정 감정이 떠오르는 거요.”


여기까지 말했을 때 나는 평소와 다르게 회사 직원들이 발표 내용에 집중하고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직원들은 코카콜라 이야기보다 같이 일하고 있는 팀 동료 루나를 가깝게 느낀다. 루나의 얘기를 시작하자 실제로 루나와 친하거나 그녀의 에피소드를 함께 경험했던 사람들은 내 얘기를 경청했다.  


브랜딩 스토리를 만드는 이유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필요하다. 우리의 고객은 자신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일이 아니면 관심이 없다. 우리 제품이 얼마나 좋은 기능을 갖고 있는지, 특허가 몇 개고 얼마나 많은 판매량을 올렸는지 고객은 관심이 없다.


우리 회사의 브랜드 코어를 보여주면서, 우리 회사의 비전과 미션은 이렇고 앞으로 어떤 식으로 일할 것인지 설명해도 고객은 그것에 딱히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 자신과 연관이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고객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모든 이야기를 고객에게 맞춰 시작해야 한다. 고객의 평소 생각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고객의 어려움에 공감하는 게 먼저다. 그리고 우리 제품이 어떻게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인가를 말하는 것이 고객의 관심을 얻기에 훨씬 더 효과적이다.   



브랜드 스토리, 왜 필요할까?


브랜드 코어가 있는데 굳이 브랜드 스토리가 필요할까? 브랜딩 실무를 맡은 분들 중에는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브랜드 코어와는 다른 브랜드 스토리의 역할이 무엇인지 궁금할 것이다.


브랜드 코어가 ‘아이덴티티’를 만드는 과정이라면, 브랜드 스토리는 ‘자기소개’와 같다. 하지만 여기서 자기소개는 단순히 회사나 제품을 소개하는 것이 아닌 ‘고객에게 초점을 맞춘 자기소개’이다. 따라서 주요 내용은 고객의 어려움을 어떻게 덜어줄 수 있는지에 맞춰져 있다.


브랜드 스토리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고객과 브랜드 사이의 유대감을 만든다. 앞서 말한 것처럼, 고객은 자신과 관련이 있는 것만을 기억한다. 그렇기 때문에 브랜드를 선택할 때에도 자신과 브랜드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특히 요즘 젊은 세대는 브랜드를 통해 자신을 표현한다. 고객은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 브랜드의 탄생 배경을 기준으로 삼아 구매를 결정한다.


이처럼 브랜드 스토리는 브랜드와 고객 사이의 감정적인 유대를 형성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된다.  동시에 고객의 기억 속에 오래 남을 수 있는 중요한 마케팅 장치이기도 하다.



브랜드 스토리를 만드는 법 


브랜드 스토리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핵심고객이 누구인지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보통은 성별, 연령, 거주지와 같은 인구통계학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고객의 특성을 정의하게 된다.


하지만 단순한 인적 정보만으로는 고객의 심층적인 요구나 욕구를 파악하기 어렵다. 브랜드 스토리를 쓸 때는 마치, 영화 속의 주인공을 설정하듯, 핵심고객 내에서 구체적인 페르소나를 설정하는 것이 좋다.


페르소나란 실제 고객을 대표하는 가상의 인물로, 페르소나를 염두에 둔다면 더 개인화된 스토리와 메시지를 작성할 수 있다.


책 <무기가 되는 스토리>에 따르면, 브랜드 스토리를 제작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핵심고객의 ‘고민’을 심도 있게 이해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고객의 고민을 일차원적으로만 볼 것이 아닌 다각도에서 분석해 보길 권한다. 실제로 책에서는 페르소나의 고민을 세 가지 범주로 나누어 다루는데 가장 먼저 외적 고민부터 시작한다.


외적 고민은 고객이 현재 겪고 있는 문제와 어려움을 의미한다. 이후에는 내적고민, 즉  감정이나 내적 갈등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어서  왜 그 고민을 해결하고자 하는 것인지에 대한 철학적 고민을 다룬다.


이처럼 고객의 문제를 심도 깊게 다루는 이유는 브랜드가 고객의 주의를 끌고 자신과 연결된다는 감정을 느끼게 하여 브랜드를 신뢰하도록 만들기 위함이다.


내가 소속된 회사의 핵심 고객은 의사였다. 브랜드 스토리를 제작하기에 앞서 나는 의사라는 고객 층의 페르소나를 구체화했다. 이를 위해 의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주요 의료 관련 커뮤니티에서 서평이나 인터뷰 기사, 리뷰 분석을 병행했다. 또한, 의사와 관련된 다큐멘터리나 유명 의료진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을 참조해 그들이 말하는 어려움과 문제점을 분석했다.


핵심고객은 30-40대 초반의 젊은 의사였기 때문에, 나는 리서치를 할 때도 해당 연령대의 의사들의 자료를 많이 수집했고 그를 토대로 공통적인 고민을 찾을 수 있었다.


그들은 다양한 기술을 사용하는 것에 두려움이 없는 트렌드 세터였고, 학습을 좋아하고 새로운 시도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동시에, 직원들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며 병원의 운영이 서툴렀으며 매출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었다.


나는 핵심고객의 외적 고민을 넘어서, 그들의 감정적 갈등과 철학적 신념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의사들이 사회에 기여하고 싶어 하고 스스로 자부심을 느끼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았다.


[외적 고민] 
- 병원 운영의 어려움 

[내적 고민]
- 병원 운영을 잘 하려면 내가 뭘 해야할까?

[철학적 신념] 
- 좋은 의사가 되는 것 


그래서 브랜드 스토리를 작성할 때. 우리 브랜드가 단순히 제품을 통한 도움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의사들이 겪는 감정적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고자 했다. 또, 사회에 기여하고자 하는 의사들의 신념을 격려하고 그들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메시지를 브랜드 스토리에 담았다.  


[브랜드가 해줄 수 있는 것]
- 병원 운영에 도움이 되는 해결책을 제공해, 고객이 꿈꿔 온 의사가 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정리를 거듭하고 나니, 우리의 브랜드는 매우 심플하고 명확해졌다.  이전에 브랜드를 설명할 때는, 정확한 정의를 내리기 어려워 중언부언 설명하곤 했다. 하지만 브랜드 스토리를 통해 우리는 이제 단 한 줄로 브랜드가 전하려는 가치를 전할 수 있었다. 의사들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이 우리의 브랜드 스토리이며, 핵심 메시지가 되었다.


우리는 브랜드 스토리를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실었다. 이전에는 우리 브랜드의 기능과 효과만을 강조하던 공간이 이제  핵심고객인 의사들의 이야기로 채워졌고 그들의 어려움과 고민을 다룬 내용이 홈페이지 내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다뤄지게 되었다.


브랜드 스토리를 전면으로 내세운 후, 우리 브랜드에 문의한 고객들은 대부분 브랜드 스토리에서 다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의사들이었다. 그들은 브랜드 스토리에 깊이 공감하며, 우리 브랜드를 신뢰했고 이러한 효과는 실제로 도입 문의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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