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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초롱 Oct 01. 2024

일하는 기준이 되어 줄 '핵심가치'

브랜드 비전, 미션, 다음은 핵심가치



핵심가치(Core Value)는 무엇일까?


브랜드 코어를 정의할 때, 우리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요소를 포함시킨다: 비전, 미션, 핵심가치.

비전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가 가야 할 방향을 말한다. 미션은 이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회사가 단기적으로 달성해야 할 구체적인 목표다. 핵심가치는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 행동 원칙이다.


비전이 타임리스 골(Timeless Goal)이라면 미션은 10년 안에 우리가 달성해야 할 목표가 된다. 핵심가치는 그 미션을 이루는 과정에서 우리가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를 말한다.


그런데 비전과 미션은 경영서나 브랜딩 관련 자료에서 자주 등장하기 때문에 대체로 개념이 익숙하다. 반면, 핵심가치라는 단어는 다소 생소하게 다가온다. 이론적으로 그 의미를 이해하더라도 실제 팀원들이 느끼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실제로 나도 팀원들과 핵심가치를 설정하고 공유하는 과정에서 ‘알듯 말듯’ 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왜 그럴까? 이는 대부분의 핵심가치가 보편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으로 정의되기 때문이다. 그 어떤 회사의 핵심가치를 살펴봐도 모두 옳은 말들이 나열되어 있는 것 같고, 누구라도 쉽게 수긍할만한 문구로 채워져 있는 느낌이 든다. 그러다 보니, 핵심가치가 구체적인 행동 지침으로 와닿지 않고 단지 멋진 문구라고 치부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번 장에서는 브랜드 코어로서의 핵심가치를 어떻게 명확하게 설정할지와 어떻게 하면 이를 통해 회사의 조직문화를 구체적으로 만들어 갈 수 있을지에 대해 나누어 보려고 한다.



다른 회사의 핵심가치를 찾아보자 


가까운 곳에서 브랜드를 새롭게 바라보는 순간이 찾아올 때가 있다. 화장실에 늘 놓여있는 샴푸를 생각해 보자. 브랜드에 관심이 없었을 때는 그저 가격이 적당하고 자주 세일하니까 샀던 샴푸이다. 그런데 브랜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이후, 샴푸를 만든 회사 P&G의 브랜드 코어와 핵심가치가 궁금해졌다.


알아보니 P&G의 비전은 “전 세계 소비자의 삶을 향상시키는 제품을 만들어 세계 최고의 소비재 기업으로 인정받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그들은 “우수한 품질과 가치를 지닌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미션을 설정했다.


여기까지는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그들이 비전과 미션을 실현하기 위해 어떤 행동 방식을 지키는지였다.


P&G의 핵심가치 중 몇 가지를 꼽아보자면 아래와 같다.


- 무결성(Integrity): 옳은 일을 하는 것이 유일한 길이다.
- 리더십(Leadership): 명확한 비전과 책임감을 가지고 일한다.
- 주인의식(Ownership): 시스템을 개선하고 다른 사람들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개인적으로 책임을 진다.
- 승리에 대한 열정(Passion for Winning): 중요한 일에 최선을 다한다.
- 신뢰(Trust): 서로의 능력과 의도를 믿고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한다.


이러한 핵심가치는 그들이 단순히 제품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조직 전체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행동의 원칙’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머리를 감을 때면 가끔 P&G의 비전과 미션, 핵심가치를 떠올리게 된다. 예전에는 별생각 없이 이 샴푸를 샀었다. 하지만 그들이 어떻게 일하고 있을 거라는 것을 알고 난 뒤 샴푸를 구매할 때의 내 생각은 완전히 달라졌다.


대표님들이 좋아하는 테슬라는 어떨까? 많은 대표님들이 관심을 갖는 테슬라를 살펴보자. 테슬라의 비전은 ‘세계의 전기자동차로의 전환을 주도해, 21세기 가장 매력적인 자동차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비전은 이루기 위해 그들은  ‘강력한 전기 자동차를 가능한 한 빨리 시장에 출시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운송을 만든다.’는 미션을 가지고 있다.


테슬라의 핵심가치는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로 정의된다.


-최선을 다해 일한다(Doing the Best)
-위험을 감수한다(Taking Risks)
-상호 존중한다(Respect)
-지속적으로 배운다(Constant Learning)
-환경을 고려한다(Environmental Consciousness)


이 중에서 ‘환경을 고려한다’는 가치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테슬라의 주 생산품이 전기차인 점에서, 이 핵심가치는 회사의 방향성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이러한 일관성이 소비자들에게 테슬라라는 브랜드를 더욱 강력하게 각인시킨다.


P&G와 테슬라의 핵심가치는 직원들의 일하는 방식을 규정하고 더 나아가서는 조직 문화의 방향을 결정한다.핵심가치는 단지 멋진 말들의 나열이 아니라 비전과 미션을 이루기 위해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행동 원칙이다. 



핵심가치, 말로만이 아닌 현실적인 원칙이 되려면?   


예전에 직장인 포털 사이트에서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대표님이 자꾸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라는데 그게 무슨 말인가요?” 

거기에는 여러 댓글이 달렸고 각각의 해석이 분분했다.


어떤 사람은 ‘네가 일을 제대로 못해서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이니 성과를 내라는 뜻’이라고 했고, 또 다른 사람은 ‘대표가 꼰대인 것 같으니 조심하라’고 조언했다. 또 다른 이는 자신도 주인의식을 가지라는 조언을 들었지만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어서 그냥 흘려듣는다고 했다.


그 글을 보면서 ‘주인의식’이라는 단어 하나도 각기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음을 느꼈다. 회사가 아무리 좋은 핵심가치를 선언하더라도, 그 말이 구체적인 행동 지침으로 전달되지 않으면 직원들은 "그래서 실제로 어떻게 하라는 거죠?"라는 물음을 던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브랜드 코어를 정의하는 과정에서 비전과 미션을 발표한 후, 핵심가치를 팀원들과 공유했을 때였다. 대다수 팀원들이 고개를 끄덕이기에, 나는 그들이 우리의 행동 원칙을 충분히 이해한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내 착각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핵심가치에 대한 이야기가 반복적으로 나올 때쯤, 몇몇 팀원들이 내게 물었다.


“이거 혹시 외워야 하는 건가요?”

“좋은 말인 건 알겠는데, 실제로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이걸 일할 때 어떻게 적용해야 한다는 건가요?”


팀원들은 마치 시험 문제라도 보듯이 핵심가치를 어렵게 여겼다. 각 항목이 어떻게 구체적인 행동으로 연결되는지 알지 못했던 것이다.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보편적인 말로는 팀원들의 행동을 이끌 수 없다 ‘정직하게 행동해라. 도전해라. 유저 중심으로 생각해라. 계속 성장해라. 서로 믿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옳은 말이지만, 너무 추상적이라서 팀원들이 일상에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와닿지 않았던 것이다. 핵심가치가 단지 듣기 좋은 말에 그치지 않으려면 조금 더 구체적이고 명확한 행동기준으로 설명되어야 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핵심가치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다행히 우리에게는 브랜드를 설계했던 선배들이 있다.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실무자라면, 일단 본인의 회사와 비슷한 기업의 핵심가치가 무엇인지 찾아보는 일부터 시작해 보자. 앞서 언급한 P&G나 테슬라도 좋다.


당시 나는 핵심가치를 명료하게 정리하기 위해 넷플릭스 홈페이지를 자주 들락거렸다. 그리고 그곳에서 포털 사이트에 올라왔던 ‘주인의식’에 대한 답을 찾았다.


넷플릭스는 홈페이지에서 ‘주인의식’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주인의식이란 사무실에 떨어진 쓰레기를 먼저 줍는 것이다.”


이 정의를 보고 ‘아, 주인의식이란 내가 주어진 업무만 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 도움이 되는 일이면 사소한 것이라도 솔선수범해야 하는 것이구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추상적인 말이 아닌, 구체적인 행동 예시가 제시되니 머릿속에 명확하게 그려졌다. 앞서 말한 포털 사이트의 글쓴이가 넷플릭스의 주인의식에 대해 알았다면 좋았으련만.  


또 다른 예시로 파타고니아를 들자면, 브랜드 핵심가치는 ‘환경보호’이다. 그들의 핵심가치에 가장 먼저 등장하는 문장은 ‘지구를 보호하세요.’이다.


파타고니아는 모든 비즈니스 활동을 환경 위기 대응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보고, 지구의 자원을 회복시키는 데 주력한다. 그들의 핵심가치는 단순한 철학이 아니라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며, 제품 개발, 마케팅, 심지어 사내 정책까지 모두 이 원칙에 맞춰 움직인다.


이렇게 명확하게 정의된 심가치는 브랜드를 소비하는 사람과 만드는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그런 면에서 파타고니아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플라스틱 도시락을 먹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까? 파타고니아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SPA 브랜드에서 유행이 바뀔 때마다 저렴한 옷을 대량 구매할까? 핵심가치대로라면 아마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핵심가치는 브랜드와 연관된 사람들은 움직이는 약속이며 회사 내 의사결정의 기준점이다. 우리 회사도 이러한 중요성을 염두에 두고 핵심가치를 정의했다. 단순히 듣기에 좋은 말에 그치지 않고 팀원들이 일상적으로 실천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핵심가치 하위에 구체적인 행동 원칙을 더 추가했다. 예를 들어, ‘정직’이라는 핵심가치를 설정했다면, 그 아래에 정직하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말하는 구체적인 행동 원칙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전체를 다 보여줄 수 없기에 일부만 언급하자면 이렇다.


‘정직’

- 회사에서 정한 모든 규율을 지킨다. 지각, 점심시간, 회의 시간을 정확히 엄수한다


‘도전정신’

-실패를 했다면 숨기지 말고 전 직원에게 공유한다.


‘믿음’

-결정된 내용이 내 의견과 다르더라도 적극 수용하며 협력한다.


‘성장’

- 나이, 경력과 상관없이 계속 배운다.


‘유저중심’

- 유저의 말을 끊지 않고 끝까지 경청한다.


이렇게 구체적인 항목이 추가된 이후, 팀원들은 각각의 핵심가치가 무엇을 의미하고 어떻게 행동하기를 바라는 것인지에 대해 조금 더 알 것 같다고 했다. 물론, 모든 기준이 아주 완벽하게 정리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이 행동원칙이 전혀 없을 때와 비교해 보면 지금은 우리만의 일하는 방식이 더 명확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핵심가치를 하다보니, 제가 인사 담당자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브랜딩 실무를 하다 보면 내가 하고 있는 일의 범위가 생각보다 넓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처음 시작은 브랜딩이었는데 어느 순간 인사 담당자나 피플매니저처럼 사람을 조직을 관리하는 일까지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특히 스타트업이나 이제 첫 발을 내딛는 신생 기업일수록 브랜드를 책임지는 담당자들이 할 일의 범위는 ‘정하기 나름’인 경우가 많다. 그런 면에서 브랜딩의 범위를 더 유연하고 넓게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업무가 확대되더라도 스트레스가 덜하고 변화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이런 이야기를 서두에 왜 하느냐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는 핵심가치와 채용, 일하는 문화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브랜딩 담당자가 인재상의 정의와 조직문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01/핵심가치와 채용


핵심가치는 회사의 모든 구성원들이 어떻게 일을 해야 하는지를 결정할 때 기준이 되는 행동원칙이다. 그리고 이 원칙은 일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채용에도 깊이 반영된다.


특히 작은 회사일수록, 채용은 또 다른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직원 한 명의 태도와 일하는 방식이 회사 전체 분위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스타트업일 경우 초기에 인사 담당자가 따로 없을 가능성이 높고, 때마다 명확한 채용 기준이 없어 일손이 급하다는 이유로  ‘일단 뽑고 보자’는 식으로 채용을 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식으로 채용한 사람이 기대 이상으로 잘 맞는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3개월 즈음 지나고 나서야 서로가 맞지 않음을 깨닫게 되는 경우가 있다.


개인마다 일하는 기준과 행동 방식이 있는데 개인과 회사 사이의 간격이 너무 크다면 같이 일하기 어렵다. 특히 회사 측에서도 ‘우리 회사는 이렇게 일하는 게 원칙이야’라고 정해 놓은 기준이 없다면 서로의 불만이 어디서 비롯되는지 파악하기 어렵고, 조직이 지향하는 방향을 제대로 보여주기도 어려워진다.


예전에 내가 다니던 회사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그 직원은 대표님이 스카우트해서 직접 데려온 인재였다. 입사 후 6개월 동안은 별문제 없이 회사에 잘 적응한 줄 알았는데, 갑작스럽게 퇴사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개인적으로 무슨 계기가 있었나 싶어 퇴사 직전에 면담을 했다.


내가 조심스럽게 퇴사를 결심하게 된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그가 답했다.

“이 회사에서 원하는 일하는 방식과 내가 생각하는 방식이 일치하지 않아서 퇴사하려고요. 처음부터 그게 모호하다고 느끼긴 했는데 요즘 일하면서 내가 생각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 것 같거든요”


그는 이렇게 말하며, 회사와의 일하는 방식의 불일치가 퇴사 결심의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회사가 원하는 방식과 기준이 더 구체적이었더라면, 처음 입사하기 전에 신중하게 고민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채용은 한 사람의 행동과 일하는 기준이 얼마나 회사와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그런 면에서 회사가 정해 놓은 일하는 방식이 없다면 그건 회사에게도 입사자에게도 좋지 않은 결과를 미친다.


다행히 그 이후, 회사는 브랜드 코어를 정하며 핵심가치를 설정했고 그 하위 행동원칙울 만들었다. 그러고 나니 채용 과정도 자연스럽게 변화했다.


이전에는 후보자 인터뷰 이후, 최종 결정을 상의하며 ‘이 사람은 인상이 좋은 것 같다’ 라든가, ‘학벌이 너무 좋다’와 같은 주관적인 평가 기준이 주를 이뤘다. 때로는 “이 후보자는 베지테리언이라는데, 팀원들과 식사할 때 괜찮을까?”와 같은, 업무 역량과 무관한 요소까지 언급되곤 했다. 이는 회사가 어떤 일 하는 방식을 추구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핵심가치가 정해지고 난 뒤 채용 기준이 명확해졌다. 이제는 후보자들의 이력서를 살피며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회사가 정의한 정직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을까?’

‘회사가 원하는 성장형 사람이라고 볼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일까’’

‘입사 후에도 이 사람이 계속 도전적으로 일할 수 있을까?’


이러한 기준이 생기면서 이전보다 채용의 일관성이 확보되었고 단순히 스펙이나 인상으로 판단함이 아닌 우리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를 바탕으로 후보자를 평가할 수 있었다. 핵심가치가 정해지고 난 뒤, 이전보다 더 좋은 후보자들을 선발했다. 


02/ 핵심가치와 일 문화


앞서 핵심가치가 채용 과정에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소개했다. 그렇다면 이미 회사에 몸 담고 있는 기존 팀원들에게는 핵심가치가 어떻게 작용할 수 있을까?


개인적인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새로 입사한 사람들과의 핏(fit)’을 맞추는 것보다 기존 팀원들과의 핏을 맞추는 일이 더 어렵다. 그 문제가 두드러지게 드러난 것이 바로 회의였다.


핵심가치가 없었을 때, 우리는 하나의 안건을 두고 세 시간이고 네 시간이고 토론을 했다. 당시 우리의 암묵적인 지향 점은 ‘팀원 모두에게 유리한 결정’이었다. 모두가 공평하게 일을 나누고,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결정을 내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인가. 회의는 길고 지루했으며 몇 차례나 반복해서 논의하는 경우도 있었다. 결론이 나지 않는 회의가 이어지는 것도 문제였지만 결국 누구도 만족하지 못한 채 누군가는 마음이 상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모두에게 유리한 결정이라는 기준은 사실상 누구에게도 완벽하지 않았다. 어떤 일을 이루기까지 누군가는 순서를 기다려야 했고, 야근을 할 때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무엇보다 고민이었던 것은, 결정에 공감하지 못한 팀원은 일을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동기부여가 떨어졌다는 점이다.


그때 깨달았다. 이런 식의 회의 문화로는 회사가 원하는 방향성을 확립할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핵심가치를 정립하며 모두에게 유리한 결정이라는 기준을 버리고 새로운 원칙을 새웠다.  


회의의 비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우리는 ‘신뢰’라는 핵심가치 아래에 ‘동료의 실력을 믿고 따른다. 동료와 나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결정이 되었다면 최대한 협력한다’라는 행동원칙을 추가했다. 이 원칙을 도입한 이후, 회의가 훨씬 효율적으로 변했다. 모두가 각자 의견을 내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결정된 사안을 얼마나 신뢰하고 따르느냐가 팀의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정확하게 인식하게 된 것이다.


또 다른 예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 때도 핵심가치는 적용된다.


대부분의 회사들이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그렇게 일을 하고 있는가?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  회사도 고객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그렇게 일하지 못했던 회사 중 하나였다. 고객의 피드백보다는 내부 의견에 더 의존했고, 아이디어가 나오면 서로의 생각을 토대로 논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러다 보니 신제품을 개발할 때마다 내부적으로는 만족했지만, 고객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제품을 다시 수정해야 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그제야 우리는 ‘고객 중심’이 아니라, ‘우리 중심’으로 일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이 경험을 통해 우리는 핵심가치를 정할 때 ‘고객 중심’ 을 넣었다. 고객 중심의 하위 행동 원칙으로는 ‘어떤 결정을 하든 고객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 고객의 말을 끊지 않고 끝까지 경청하며 듣는다.’라는 행동원칙을 추가했다.


이렇게 명확하게 행동 원칙을 세운 이후, 제품 개발과 고객 피드백 과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는 제품을 기획할 때 내부 의견보다 고객의 피드백을 먼저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절차가 되었다.


지금까지 회의를 할 때와 신제품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때를 예시로 들었지만 이외에도 핵심가치는 사소한 것부터 큰 전략까지 모든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서로를 부를 때의 존칭에서부터 파트너사와의 미팅 방식까지 핵심가치는 모든 결정을 좌우한다. 그런 면에서 핵심가치는 브랜드 코어 중 가장 현실적이고 피부에 와닿는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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