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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초롱 Oct 11. 2024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브랜딩

미션보드 & 브랜드북

브랜딩 초기에는 브랜드의 비전, 미션, 핵심가치를 다 만들고 사내에 공표하면 일이 마무리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마감기한이 지나고 나서는 브랜딩이라고 쓰여 있는 폴더를 더 열어보지 않았다. 브랜딩 코어가 알아서 잘 정착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브랜딩은 희미해졌다. 예전처럼 다시 돌아가려는 조짐이 꼬물꼬물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 과정 중 가장 우려되었던 것은, 모두가 브랜드 코어를 일회성 이벤트로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다시금 브랜딩에 대해 운을 띄었을 때, 팀원들의 반응이 미지근했다. 


“예전에 발표했던 건 기억나는데 그게 뭐더라? 말이 참 어려웠었는데”


몇 개월 간 고생해 브랜딩 작업을 했었지만 잊히는 건 한순간이었다. 하지만 동료 탓을 할 이유가 없다. 나 역시 브랜딩을 정한 이후, 한 동안 관리를 하지 못했다. 


브랜딩 실무를 담당하는 분들이라면 브랜딩을 한다는 것의 범위를 초기 브랜딩 설계로만 국한하는 실수를 하기 쉽다. 초기에 정리해야 할 것들이 많으니 그럴만하다. 하지만 브랜딩 설계를 마무리했다고 하더라도 그걸로 끝이 아니다. 브랜딩은 관리가 너무 중요하다. 그 비율로 중요성을 따지자면 ‘브랜드 설계가 30%’, ‘브랜드 관리가  70%'쯤으로 후자가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브랜드 관리를 위해서 가장 우선 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먼저, 사내 팀원들이 브랜드를 가까이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회사 내부에서 브랜딩이 뿌리내리지 못한다면 회사 밖 고객들에게 브랜드의 가치를 전달하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이 장에서는 회사 내부의 브랜딩 즉, 인터널 브랜딩을 할 때 필요한 도구들을 얘기해 보고자 한다. 인터널 브랜딩이란, 팀원들이 브랜드 핵심 가치를 일상 속에서 체감하도록 하는 모든 활동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팀원들이 브랜드를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것’으로 느끼게 만들고자 나는 ‘미션보드’와 ‘브랜드북’을 만들었다.



중요한 것은 늘 가까이에,

미션보드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이 있다. 보통 연인관계에서 쓸 법한 말이지만, 나는 브랜딩을 하면서 이 말이 진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의 브랜드 코어는 브랜드 실무자만이 볼 수 있는 장소에 저장되어 있었다. 그것도 바탕화면의 어느 폴더 깊숙한 곳에 저장되어 있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팀원들은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쉽게 접하지 못했고, 자연스럽게 브랜드 코어가 잊히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가장 먼저 브랜드 코어를 눈에 보이게 만드는 작업을 했다. 이 일의 목적은 명확했다. 모든 팀원들이 날마다 한 번이라도 브랜드 코어를 보고 지나갈 수 있게 만드는 것이었다. 자꾸 보다 보면 익숙해질 것이고, 은연중에 브랜드 코어를 기억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회사의 브랜드 코어를 담은 미션보드를 만들기로 했다. 하루 절반 이상을 보내는 사무실 공간을 활용해 미션보드를 걸어두자는 생각이었다. 브랜드 코어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필요했기 때문에  디자이너와 협업을 하게 되었다. 


브랜딩 실무자가 다른 팀과 협업할 때에는 그 목적과 프로세스가 잘 정리되어 있어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나는 미션 보드가 브랜드 코어를 상기할 수 있는 도구가 되길 원했다. 더 직관적으로 미션을 떠올릴 수 있으려면 문장 전체가 아닌, 키워드가 중심이 된 디자인이 필요했다.



 가령, ‘우리는 성장합니다.’라는 문장을 예를 들자면, 전체 문장을 나열식으로 벽면에 부착하는 것보다 주요 키워드인 ‘성장’만을 뽑아 디자인적으로 해석해 표현하기로 하는 편이 좋았다. 또, 미션보드의 위치도 팀원의 평균 신장에 맞춰 시선이 머무르는 위치에 배치하자고 협의했다. 


미션보드를 부착한 초기에 큰 변화는 없어 보였다. 인테리어의 하나쯤으로 받아들인 팀원도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겉보기와 달리 미션 보드를 부착했던 그 해에 설문조사에서는 놀라운 반전이 있었다. 


이전에는 설문문항 중 ‘우리 회사는 어떤 일을 회사이며, 왜 그 일을 합니까?’라는 질문에 과반수 이상의 팀원이 정확한 대답을 하지 못했다. 회사에 대한 비전이나 미션을 말하기보다는 ‘우리 회사는 젊은 회사’라든가, ‘우리 회사는 복지가 좋은 회사’라고 답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미션 보드를 부착한 해는 달랐다. 같은 질문에 대한 답에 팀원들이 답을 써냈다. 상대적으로 절반 이상에 가까운 팀원들이 회사의 비전, 미션에 대한 내용을 적었다. 이전과 달라진 점은 회사에 대한 방향성을 답안으로 쓴 팀원이 많다는 점이었다. 


브랜딩을 하는 실무자의 입장에서 큰 성장이었다.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브랜드북


눈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만든 것이 미션보드라면, 언제 어디서나 꺼내 볼 수 있도록 만든 것이 브랜드북이다. 


우리는 원하는 것은 언제 어디서든 확인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인가를 기억하거나 외우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 가족의 연락처도 기억하기 힘든 세상에서 회사의 브랜드 코어를 기억해 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브랜드 관리에 소홀해지면  단시간 내에 팀원들은 브랜드에 대해 잊어버릴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팀원들이 회사 브랜드에 대한 모든 정보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게 하나의 문서를 만들게 되었다. 지금은 브랜드북을 회사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연 단위로 계속 업데이트해 나가고 있다. 그야말로 하나의 ‘북’이 되었다. 


브랜드북의 장점은 가시적으로 브랜딩이 정돈되어 있다는 느낌을 준다는 점이다. 동시에 내부 커뮤니케이션의 중심 역할을 한다. 브랜드북의 접근이 쉬울수록 문서의 활용도는 높아진다. 


사실 처음에는 대표님과의 소통하며 브랜딩에 대한 기록을 하기 위함이었다. 브랜딩 설계를 하면서 썼던 회의록 같은 문서였다. 초반에 자연스럽게 브랜딩에 대한 개념설명이 들어갔고, 브랜드 코어를 설계하면서 했던 논의와 아이디어들이 기록되었다. 그리고 어떤 내용이 정해지고 번복되기를 경험하면서, 그곳에 브랜딩 히스토리가 남았다. 이 내용은 우리 브랜드의 아카이빙 문서로 쓰이기 시작했다. 


이어서 브랜딩 기록을 토대로 디자이너와 비주얼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시작했고 더 많은 사람들의 의견과 협업의 기록이 남게 되었다. 어느 순간 동료들은 이 문서를 토대로 소통하기 시작했고, 이것을 하나의 기준점으로 삼았다. 


지금도 우리는 브랜드북을 보면서 우리 회사의 브랜드에 대해서 논의하고, 무엇이 바뀌어야 하거나 추가되어야 할 때도 브랜드북을 참고한다. 그리고 브랜드북은 아래처럼 구성되어 있다. 


브랜드 코어: 비전, 미션, 핵심가치, 슬로건

브랜드 스토리: 핵심고객, 고객의 고충, 우리가 고객을 위해 할 수 있는 것, 키 메시지

브랜드 비주얼라인: 로고, 키컬러, 톤 앤 매너 등


여기까지 글을 읽으셨다면 느끼시겠지만, 위의 목차는 이 매거진의 순서와 동일하다. 


간혹 브랜딩을 하는 실무자들 중에서는 브랜딩의 주요 내용은 결코 바뀌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다. 그래서 대표님과 실랑이를 벌이는 경우도 있다. 물론 한 번에 브랜딩이 마무리된다면 가장 베스트이다. 하지만 작은 회사일수록, 브랜딩을 처음 시작하는 회사일수록 하나의 브랜드를 정리하기까지 많은 수정과정을 거친다. 


어떤 경우는 브랜드 설계를 다 마무리해놓고 다시 원복 되기도 하고 다 완료했다고 생각했던 것이 가장 미흡하게 보일 때도 있다. 그럴 때 브랜딩 실무자에게 필요한 것이 브랜드북이다. 브랜딩을 하는 과정에서 기록을 남기는 것은 시간을 아끼는 일이다. 또,  대표님과의 소통을 원활히 만드는 도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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