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에서는 회사 내부 팀원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널 브랜딩의 도구에 대해서 썼다. 인터널 브랜딩만큼 중요히 다뤄져야 할 것이 있는데 그것은 고객과의 관계를 맺는 것이다. 이를 익스터널 브랜딩이라고 칭해본다.
익스터널 브랜딩의 핵심은 브랜드와 고객과의 간격을 줄이는 것이다. 특히, 고객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모를 경우가 많다. 우리가 물건을 구매할 때를 떠올려 본다면 이 말에 공감할 것이다. 우리는 생존에 필요하기 때문에 소비를 하기도 하지만 단순히 감정에 이끌려 소비하기도 한다. 예전에 돌았던 밈 중 ‘어머, 이건 사야 돼’라는 카피가 바로 그런 내용을 반영하고 있다.
그렇기에 브랜드에 있어 고객에게 특정한 정서를 전하는 일은 중요하다. 고객이 브랜드를 경험하는 과정에서 어떤 감정을 느낄 것인지 설계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브랜드가 전하려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할 수 있다면 고객과 정서적 유대감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고객에게 어떻게 메시지를 전해야 할까? 메시지를 전달하기 앞서 ‘정서, 소통의 목적, 고객여정’에 따라 정리가 필요하다.
우리 브랜드가 고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특정 감정은 무엇일까? 만약 브랜드가 도전적인 이미지를 추구한다면 전하고자 하는 감정은 ‘용기’나 ‘결단력’ 일 것이다. 반면, 브랜드가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추구한다면 ‘품격’이나 ‘멋’을 전하고자 할 것이다.
하지만 브랜딩 실무자라면 여기서 그쳐서는 안 된다. 고객에게 전달할 정서를 구체적으로 작성해 보자. 먼저, 브랜드가 고객의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를 떠올려 보자. 문제를 해결한 뒤에 고객은 어떤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고객 입장에서 작성해 보길 바란다.
OO를 만나 매출이 늘었어 → 성공, 긍정, 자신감
OO를 만나서 편해졌어 → 효율, 똑똑함
OO은 믿고 맡길만해 → 믿을 수 있는
이렇게 구조화된 감정들을 토대로 우리는 고객이 브랜드를 어떻게 느꼈으면 하는지 정리할 수 있다.
‘OO을 만나서 고객은 효율적이고 똑똑하게 일하게 되었으며 성공으로 인한 자신감을 얻는다.
고객은 OO을 믿을 수 있는 파트너라고 생각하며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브랜드가 전하려는 정서가 확립되었다면 그다음은 무엇을 개선할 것인지 정해야 한다. 이제 막 브랜딩을 시작했다면 가장 먼저 브랜드를 많이 알려야 할 것이다.
이때, 콘텐츠 제작은 예산이 없을 때도 가능한 가장 쉽게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방법이다. 콘텐츠는 고객이 만나는 모든 자료이다. 브랜드 실무자가 해야 하는 일은 고객과의 모든 접점에서 콘텐츠를 통해 브랜드를 알리고 브랜드 메시지를 일관되게 유지하는 일이다.
가장 첫 번째 고객접점은 대개 홈페이지다. 특히 홈페이지의 메인 화면은 브랜드 스토리를 토대로, 브랜드가 무엇을 해결하려고 하는지가 드러나야 한다. 홈페이지의 세부 메뉴, 블로그, 채용 소식, 홈페이지와 연동되어 있는 고객 상담 채널까지도 일관된 브랜드 스토리를 반영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객 여정 전체에 일관된 정서를 전하는 일은 쉽지 않다. 고객의 여정이 점점 복잡하고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브랜드를 접하는 고객 여정을 살펴보고 브랜드 경험 지도를 그려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각 구간별로 고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필요한 자료가 무엇인지를 규정하고 그 안에서 브랜드의 목소리 톤과 말투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정리해 본다면 훌륭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진다.
브랜드 실무자들은 주로 디지털 소통을 우선 고려하지만 고객의 여정이 복합적이므로 온라인, 오프라인 모두를 염두해 두어야 한다.
내가 작업한 브랜드는 B2B 성격을 지닌 서비스였다. 그래서 어느 시점에서는 온라인의 브랜드 경험보다 오프라인의 경험이 더 중요해 지곤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온오프라인의 경험이 혼재된 계약 전후 구간을 예를 들어 설명해 보려고 한다.
고객이 브랜드를 접하고 계약하기까지의 과정을 떠올려 보자. 고객 접점을 ‘제안, 계약 전, 계약 후, 재계약’으로 구분 지으면 각각의 여정에서 브랜드 실무자가 무엇을 전해야 하는지 보이게 된다.
고객에게 전해야 하는 콘텐츠와 그것을 전할 때의 말투와 목소리톤, 어떤 정서를 교감하면 좋을지 정리해 보자.
[제안 → 계약 체결 단계]
고객에게 서비스 사용을 제안을 하고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는 얻어야 할 정서는 무엇일까?
단연, 신뢰이다. 우리와 함께라면 잘될 거라는 정확한 느낌을 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제안을 할 때, 우리는 고객에게 신뢰를 전하기 위해 높임말과 존칭을 사용했다. 각종 소개서부터 이메일, 명함에 이르기까지 모든 문서의 어미를 ‘~합니다.’, ‘~습니다’로 통일했다.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최대한 감정 표현을 자제하는 대신 상세하게 설명하고 적극적인 어조로 브랜드의 강점을 어필하고자 했다.
[계약 이후, 재계약 단계]
이후 계약이 체결되고 재계약이 이뤄지는 구간의 경우에는 고객에게 전해야 하는 내용이 달랐다.
우리는 고객이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업무 효율과 ‘스마트함을 느끼길 바랐다 그래서 객관적인 결과가 들어있는 데이터 중심의 보고서를 만들고 고객이 쉽게 이해하도록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때의 말투는 ‘제안→계약체결’의 단계처럼 감정 표현을 자제하는 것보다, 부드럽고 따뜻한 어조, 대화제가 쓰였다. 또한 높임말과 반말을 조화롭게 사용했다. 메일을 주고받을 때에 ‘~해요’ 라든가 ‘~에요’ 등의 어미를 활용하며 고객에게 친밀함을 전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고객의 브랜드 경험을 설계하면서 콘텐츠의 톤앤매너가 자연스럽게 정리되었다. 각 구간에서의 인사말부터 고객 응대 멘트까지 가이드가 만들어졌고 이를 통해 일관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