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챕터를 읽지 않고 이 챕터를 먼저 읽는 브랜드 실무자들이 꽤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막상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브랜딩을 했는데 그 성과를 어떻게 파악해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될 것이다. 동시에 내가 브랜딩을 잘한 것인지 아니면 잘못한 것인지 확인할 길이 없어서 답답하다는 생각도 들 것이다.
브랜딩을 다룬 서적을 살펴보면, 대게 정성적인 평가 기준이 주로 소개된다. 예를 들어, 고객이 브랜드를 얼마나 상기하는지, 고객이 브랜드를 통해 얼마나 만족하는지를 기준으로 설문조사나 NPS(순추천지수)를 통해 파악하는 방법 등이 나온다.
하지만 사용자가 100명이 채 안 되는 서비스나 이제 막 브랜딩을 시작한 곳이라면 이런 방법으로 성과를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 더 나아가 브랜딩 실무자의 실적을 평가해야 하는 경우나 브랜딩이 회사의 목표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평가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객관적인 평가 기준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브랜딩의 성과를 정량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까? 그래서 이번 챕터에서는 브랜딩의 성과를 정량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다만, 이 내용은 브랜딩 초기 단계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미 브랜딩이 잘 정착된 환경의 실무자들이라면 내가 경험한 방식보다 더 나은 평가 방식을 알고 있을 것 같다.
브랜딩을 한 후 1년이 지난 시점에, 가장 먼저 내가 한 일은 브랜딩 전과 후를 비교한 것이다. 브랜드가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가장 먼저 브랜드 검색량을 확인했다. 브랜드명을 언급하는 빈도가 늘어났다 것은 브랜드가 이전보다 잘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브랜드 검색량을 파악할 때는 어떤 검색어를 기준으로 검색량을 파악할 것인지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브랜드명과 브랜드와 연관이 있는 핵심 키워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물론, 이러한 분석을 위해서는 미리 브랜드와 연관된 핵심 키워드를 지정해 두어야 한다.
브랜드 성장률을 파악할 때 나는 국문 브랜드명, 영문 브랜드명, 그리고 회사의 이름을 기준으로 검색량을 파악했다. 주로, 구글 서치콘솔의 유입 키워드, 네이버의 키워드 검색량으로 데이터를 수집했고 검색량의 주기를 월별, 분기별로 파악해 증감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브랜드 성장률을 파악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트래픽 분석이 있다. 홈페이지로 유입된 모든 방문자 수에서 ‘새로운 방문자 수’를 파악하여, 특정 기간 동안 새로운 방문자 수가 얼마나 증가했는지 비율을 살폈다. 이를 통해 브랜드 성장률을 파악할 수 있었다.
만약, 콘텐츠를 통해 브랜드를 최대한 노출하는 전략을 갖고 있다면 콘텐츠 별 신규 방문자 수를 확인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우리 브랜드의 경우, 초반에 블로그 콘텐츠를 통해 인지도를 확장하려고 했기 때문에 각 콘텐츠별로 신규 방문자가 얼마나 늘었는지 추가로 파악했다.
[브랜드 성장률]
-주요 키워드 검색량(브랜드명, 회사명, 관련 키워드 등)
-홈페이지 트래픽 중 새로운 방문자 수의 증가율
-블로그 콘텐츠 별 새로운 방문자 수
브랜딩을 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브랜드를 노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브랜드를 한번 접한 사람들이 꾸준히 브랜드에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말 그대로, 브랜드의 충성도를 파악하는 것이 브랜딩의 성과를 판단하는 주요 지표가 될 수 있다.
브랜드 충성도를 파악하는 정량적인 방법 중 하나는 홈페이지의 트래픽 중에서 재방문자 수를 확인하는 것이다. 또, 콘텐츠를 발행하는 경우에는 구독하기 버튼을 활용해 구독자 수의 증감을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나는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블로그 하단마다 뉴스레터 구독하기 버튼을 추가해 월별 구독자 수가 얼마나 늘었는지 추적하고 있다. 구독자 수의 꾸준한 증가는 브랜드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
B2B 서비스의 경우라면, 블로그 콘텐츠나 뉴스레터를 보고 도입 문의를 넣는 건 역시 브랜드 충성도를 평가할 기준이 된다. 특히 소개나 추천을 통해 들어온 고객의 문의는 기존 고객들이 브랜드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뜻한다.
[브랜드 충성도 평가]
- 홈페이지 트래픽 중 재방문자 수의 증가율
-구독자 수
-소개나 추천을 통한 고객 문의 유입 수
초기에는 시장에서 브랜드가 얼마나 인지되고 있는지 파악하기 쉽지 않다. 특히 광고 예산을 사용하지 않은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가장 가까운 고객인 내부 팀원들을 대상으로 먼저 조사를 시작하는 것이다.
브랜딩 시작 전, 나는 팀원들을 대상으로 회사와 관련된 설문을 진행했다. 설문 문항에는 회사의 비전, 미션, 팀의 정체성 등 브랜드와 관련된 여러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우리 회사를 소개해 주세요’라는 질문이었다. 이 질문을 통해 팀원들이 회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포괄적인 답변을 받아보고 싶었다.
답변은 브랜딩 전후로 분명한 차이를 보였다. 브랜딩 전에는 팀원들이 각자 다른 관점으로 회사를 설명했다. 일부는 ‘IT 회사’, ‘SaaS 서비스 회사’처럼 비즈니스에 초점을 맞췄고 다른 일부는 ‘사람들이 좋은 회사’, ‘젊은 회사’,’ 칼퇴할 수 있는 회사’처럼 조직문화, 복지에 주목했다. 다 맞는 말이었지만 회사가 지향하는 방향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어 씁쓸했다.
그래서 브랜딩을 하며 내부 팀원들에게도 일관된 브랜드 메시지가 정착되도록 노력했다. 3개월 동안 브랜드 코어를 주제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고 회사 내 미션 보드를 설치하고 브랜드 북을 만들었다. 또, 핵심가치를 바탕에 둔 사내 이벤트도 마련했다.
그렇게 6개월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 때, 나는 동일한 질문으로 내부 설문조사를 시작했다. 우리 회사를 설명해 달라는 질문에 예상한 답변들이 돌아왔다. 과반수 이상이 “우리는 병원과의 파트너십을 만들어 가는 회사”라고 답했다. 브랜딩 전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달라진 결과였다.
이 설문을 통해 팀원들이 브랜드에 얼마나 가까운 대답을 했는지를 5점 척도로 나누어 평가하고 브랜딩 전후의 점수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인지도를 확인했다.
이외에도, 팀원들이 우리 브랜드에 얼마나 공감하고 있는지를 측정했다. ‘우리의 브랜드 철학과 목표에 동의하는가’라는 질문을 두고 동의 수준을 체크하도록 했다.
[브랜드 인지도 평가]
-전후 브랜드 인지 척도 비교
-브랜드 공감 척도율
이 글을 쓰면서 브랜딩을 하고 있는 실무자들의 고충을 떠올려 봤다. 브랜딩은 장기적으로 꾸준한 호흡이 필요한 일이다. 그렇기에 정량적인 분석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실 수 있겠다.
하지만 브랜딩의 성과를 정량적으로 분석해 나간다면 현 상태를 점검하는데 도움이 되고 브랜딩 방향성을 점진적으로 보완해 나갈 수 있다. 시작하는 브랜드의 브랜딩을 하고 있는 실무자들, 격하게 응원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