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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초롱 Sep 28. 2024

끌리는 브랜드 만들기

브랜드 아키타입, 브랜드 페르소나, 브랜드 비주얼


끌리는 브랜드 만드는 3단계 


브랜딩 실무자로, 브랜딩을 처음 시작하는 상황에서 가장 위험한 것 중 하나는 브랜딩에 대한 환상이다. 그럴싸한 용어들로 멋들어진 프레젠테이션을 하거나, 아름다운 로고를 만드는 것이 이 일의 전부는 아니다. 

브랜딩을 하는 이유는 심플하다. 바로, 고객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이다. 치열한 시장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이다. 고객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고객과 제품의 연결고리가 필요한데 그것은 감정적인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브랜드를 사람이라고 가정해 보면 이해하기 더 쉽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고, 나와 비슷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 자연스럽게 그 사람에게 호감이 생긴다. 어느샌가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을 공감하고, 친밀한 친구처럼 나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이처럼 브랜딩은 브랜드와 고객 사이의 친밀한 감정을 만드는 일이다. 강한 공감과 유대감이 생길수록 고객의 선택을 받기 쉬워진다.  


이쯤 되면 모두가 브랜딩을 하고 싶어질 것이다. 하지만 끌리는 브랜딩을 하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것이다. 


이 챕터에서는 끌리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 실무자 분을 위해 ‘브랜드 아키타입 선정하기’, ‘브랜드 페르소나 만들기’, ‘브랜드 비주얼 설정하기’의 단계를 알려드리려고 한다.   



우리 브랜드의 성격은 어떨까? 

(브랜드 아키타입, Brand archetype)    


지금부터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우리 브랜드를 마치 살아있는 사람처럼 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첫 번째로, 브랜드 아키타입(Brand Archetype)을 정해야 한다. 아키타입은 브랜드의 성격을 정할 때 유용하다. 


아키타입은 ‘원형’이라는 뜻으로, 인간이 가진 보편적인 감정과 성향을 말한다. 브랜드 아키타입은 12가지 유형으로 나뉘는데, 예를 들자면 ‘영웅(Hero)’, ‘현자(sage)’, ‘모험가(Adventurer)’ 등이 있다. 심리학자들은 각 아키타입이 고유한 특성을 가진다고 보며, 또 동시에 보편적인 성향이기에 어떤 성향이든 사람들이 쉽게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다고 본다.


나는 늘 스타트업 대표님들이 왜 그렇게 일론 머스크를 추종하는지 의문을 갖곤 했다. 내가 만난 대표님들 거의 전부가 테슬라라는 브랜드를 추종하고, 그 브랜드를 따라가고 싶어 했다. 

어떤 분은 새로운 뉴스가 생길 때마다 마치 자신과 가까운 사람의 이야기인 양 얘기하곤 했다. 대상이 테슬라라는 것을 말하지 않았더라면 그분이 그저 자신의 지인 얘기를 하는 것이라고 착각할 정도였다. 


브랜딩을 하면서 나는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대표님들은 테슬라의 아키타입처럼, 혁신적이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은 ‘모험가’가 되고 싶어 했다. 어떤 면에서는 세상에 없던 새로움을 만드는 ‘마법사’를 꿈꿨을지 모른다. 그리고 자신의 브랜드도 그렇게 되길 바랐다. 


뉴스레터를 제작할 때가 있었다. 분기에 한 번씩 발행하는 건이다 보니 첫 발행 후, 한동안 잊고 지내다가 다시 발행을 이어가는 상황이 됐다. 


그러던 어느 날, 뉴스레터를 발행 전 대표님께 피드백을 받았다. 

"이건 우리 회사에서 쓴 글이 아닌 것 같아요."라는 말이었다. 그러면서 영화 속 주인공을 담당하던 주연 배우가 바뀐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다. 


나는 지난 뉴스레터와 새로 쓴 뉴스레터를 비교해 가며 다시 읽어봤다. 문제는 ‘일관성’이었다. 게다가 당시에는 뉴스레터를 쓰는 에디터가 나 외에도 한 명 더 있었는데 그런 내부의 상황이 글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톤앤매너가 미묘하게 어그러진 느낌이 들었다. 


그날 이후, 새로운 뉴스레터를 발행할 때마다 이전 것들을 다시 읽어보면서 글의 톤앤매너를 재점검했다. 하지만 내가 그건 일시적인 해결책이었다. 만약 뉴스레터 발행인이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된다면, 그때 또다시 비슷한 문제를 겪게 될 터였다. 


그래서 나는 브랜드에 아키타입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설명하며 팀원들을 설득할 수 있었다. 다행히 브랜드 아키타입이 정해지고 나서는 브랜드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우리 브랜드는 어떤 모습일까?

(브랜드 페르소나, Brand Persona)  


브랜딩을 하면서 회사 팀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우리 회사를 사람으로 가정했을 때, 어떤 모습일 것이라고 생각하느냐의 질문이었다. 


팀원들의 선택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서 나는 설문에 비슷한 ‘우리 브랜드와 비슷한 모습을 한 연예인’이 있다면 누군지에 대해서도 추가로 써달라고 요청했다. 


당시는 브랜드 코어와 아키타입을 공유한 이후였기 때문에 모든 팀원이 비슷한 모습을 그리고 있을 것이며 겹치는 연예인의 이름이 등장하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런데 나의 예상과 달리, 팀원들의 응답은 각양각색이었다. 이 말은 곧, 내가 전하고자 하는 이미지가 내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뜻이었다. 


팀원들의 이러한 답변으로 인해 나는 현재까지의 브랜딩이 과연 제대로 되어 가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여전히 내가 생각하고 공유한 이미지와 팀원들이 그리는 이미지가 달랐다. 브랜드의 이미지를 일관되게 전하는 것이 필요했다. 브랜드의 스타일, 말투, 행동방식 등이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보여줘야 했다. 브랜드 페르소나를 구체적으로 정해야 했다. 


브랜드 페르소나는 브랜드를 사람처럼 묘사하는 것을 말한다. 페르소나가 실제 사람의 모습처럼 구체적일수록 브랜드는 타겟하는 핵심 고객과 감정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쉽다. 


나는 브랜드 페르소나를 정하며 브랜드의 성별, 연령, 취미, 목소리, 스타일, 말투, 좋아하는 일과 싫어하는 일 등을 정했다. 마치 프로필을 꾸미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의 아키타입이 ‘영웅’적인 성격을 지녔기에 그에 맞춰서 프로필을 꾸몄다. 당시 나와 함께 작업한 팀원들과 머리를 맞대며 공통된 페르소나를 그려 나갔다. 실제로 프로필을 토대로 브랜드의 몽타주를 그리기까지 했다.


가장 먼저 그린 페르소나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사회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열정을 불태우는 절은 남성이었다. 얼굴에는 거스름 하게 콧수염이 들어가고 허스키하고 목소리의 남성미가 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런 페르소나가 우리 브랜드를 대변할 수 있을까에 대해 쉬이 공감하지 못했다. 


당시의 페르소나를 보며, 나는 그것이 우리 브랜드라고 하기보다는 위스키 브랜드의 페르소나에 더 어울릴 법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조금 더 전문적이고 객관적이며, 고객에게 친절한 페르소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그린 페르소나는 말쑥한 옷차림에 깔끔하고 안경을 쓴 전문가의 모습이었다. 데이터를 토대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며 주관적인 것보다는 객관적인 것을 선호하는 페르소나였다. 


물론, 우리가 지향하려는 전문성에는 맞는 페르소나였지만 어째서인지 그 페르소나에서는 친밀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당시 팀원들은 자유로운 복장으로 출근했는데 그 페르소나가 우리를 대변한다고 하면, 우리는 당장이라고 정장차림으로 출근을 해야 할 것만 같았다. 


우리 브랜드의 지향점, 아키타입을 토대로 페르소나를 만들었는데 어째서 단번에 이미지가 그려지지 않을까? 또, 그 이미지에 확신이 없을까? 


나는 팀원들이 전한 설문조사의 응답을 다시금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 속에서 하나의 단서를 찾았다. 팀원들은 우리의 아키타입을 ‘현자(Sage)’로 보고 있었다. 그들은 스타워즈의 '요다', 매트릭스의 '모피어스', 해리포터의 '덤블도어', 반지의 제왕의 '간달프'를 떠올렸던 것이다. 도전을 즐기고 모험을 나서는 그런 성향이 아닌, 누군가에게 친밀하게 조언을 하고 돕는 성향으로 우리 브랜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실제로 회사의 전체적인 분위기도 현자에 가까웠다. 진취적이고 용맹한 전사의 모습이 아닌, 적절한 타이밍에 딱 맞는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그런 스승의 이미지였다. 


이후 나는 브랜드 페르소나 작업을 하며 다시금 아키타입을 손봤다. 팀원들의 의견대로 현자에 맞는 이미지를 구체화했다. 


마지막으로 페르소나를 그렸을 때, 나는 그 이미지가 브랜드를 대변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전문가이면서도 신뢰가 가는 믿을만한 이미지 었다. 무엇보다 이 페르소나는 팀원들의 편안하게 느꼈다.   



우리 브랜드를 어떻게 표현할까? 

브랜드 비주얼(Brand Visual)    


브랜드 실무자들에게 있어서 가장 신나는 단계가 바로 브랜드 비주얼 단계가 아닐까 싶다. 이쯤이면 전에 없던 인물을 세상에 내놓는다는 느낌이 든다. 나 역시 그런 기분에 들떠서 브랜드 비주얼을 갖춰나갈 때 우리의 브랜드를 ‘아기’라고 불렀다. 그리고 브랜드 가이드라인이 다 만들어졌을 때 ‘탄생’이라는 단어를 썼었다. 그만큼 머릿속에만 존재하던 것을 눈에 보이게 만드는 작업이란... 엄마가 되는 기분이랄까. 


이 단계에서는 브랜드를 표현하는 로고, 컬러, 폰트 등의 스타일을 설정한다. 브랜딩 실무자라면, 이 과정의 파트너는 디자이너이다. 글로 정한 내용을 이미지로 만들기 위해서는 둘 사이의 꼼꼼한 소통이 필요하다.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인 있는데 “그 느낌 알죠?”처럼 절대 느낌으로 소통해서는 안된다. 


로고는 그 자체만으로 브랜드를 대변하는 상징이다. 그렇기 때문에 로고 하나만을 보고도 그 브랜드와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초반에 우리 회사는 ‘협업’이라는 가치를 가장 중요하게 내세웠다. 회사와 파트너사와의 협업, 회사와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협업, 회사 내 직원들끼리의 협업까지 우리는 조직의 가장 중요한 가치를 함께 성장하는 것으로 보았다. 그렇기에 로고도 협업의 가치를 대변할 수 있어야 했다. 


가장 먼저, 우리는 브랜드 코어를 대변할 수 있는 여러 이미지를 수집했고 무드보드를 만들었다. 협업을 떠올릴 수 있는 오브제가 필요했다.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는 의미로 행성계가 나오기도 했고,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는 모습을 떠올렸다. 마라토너와 페이스메이커를 담은 사진을 담기도 했다. 이외에도 협업을 떠올릴 수 있는 여러 가지 사진과 이미지를 로고로 만들어 보면서 가장 그것을 대변할 수 있는 형태를 만들었다. 


로고를 작업하면서 동시에 브랜드의 컬러를 정해야 한다. 이 때는 브랜드 아키타입, 브랜드 페르소나가 활용된다. 우리의 아키타입이 누군가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는 현자이자, 문제를 해결해 주는 마법사였다. 우리 페르소나는 무엇보다 이 모든 활동을 긍정적으로 수행하고 성장을 좋아하는 캐릭터였다. 


그래서 컬러를 선정할 때, 색채심리학을 고려했다. 색채심리학을 통해 키 컬러를 정하게 되면 이점이 있다. 

먼저, 특정한 색상은 사람에게 특정 감정을 일으킨다. 그렇기에 브랜드를 대변하는 컬러를 썼을 때, 브랜드의 가치가 컬러를 통해 고객에게 전달될 수 있다. 


예를 들어, ’ 현실적인 조언’을 표현하는 컬러로 우리는 ‘파란색’을 정했다. 파란색은 신뢰, 안정, 진정의 상징이다. 이 색상은 믿음스럽고 신뢰할 수 있다는 인식을 준다. 철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파트너 사의 문제를 해결해 준다는 관점에서 우리는 이 색을 선택했다. 


또한, 모든 과정을 ‘긍정’으로 수행한다는 관점에서 ‘에너지, 활력, 창의성‘을 뜻하는 주황색을 선택했다. 밝고 생동감 있는 이미지로, 파트너사에게 동기를 부여하며 에너지를 북돋아 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의미 었다. 함께 협업하기 좋고 소통이 쉽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주황색의 따뜻함을 차용했다. 


브랜드 컬러는 브랜드에 대한 첫인상을 결정짓고 구매 결정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런 면에서 색채심리학을 고려해 컬러를 선택하면 고객에게 브랜드의 이미지를 전하는데 유용하다. 


이외에도 브랜드와 관련된 폰트, 그래프와 표의 규격, 사진이나 일러스트 이미지가 들어갈 때의 주의점, 해서는 되는 것과 해서는 안 되는 것들을 미리 지정해 놓는 것이 좋다. 사전에 그런 것들이 정해져야 추후 브랜드의 일관성이 유지된다. 


초반에 브랜드 비주얼의 모든 것을 정리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럴 경우, 브랜드 실무자와 디자이너 간의 '비주얼 가이드 북'을 만들어 놓으면 도움이 된다. 새 집에 들어가 가구를 하나씩 채우듯이, 브랜드의 기본을 정하고 이후 필요한 디자인 가이드 요소들을 채워나가면서 브랜딩을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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