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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초롱 Jan 11. 2021

저는 부정적인 편이랍니다.

나는 내가 긍정적인 사람인 줄 알았다.


이 정도면 긍정적인 사람 아냐?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내가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생각하는 '긍정적인 사람'의 기준에 놓고 볼 때 나는 부정보다 긍정적인 사람에 가까운 편이었으니까 말이다. 잘 웃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새해에 꼭 연락하는 친한 친구들도 더러 있다. 술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면서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나름 일도 열심히 한다. 욕도 별로 안 하고 화도 자주 내질 않는다. 그러니까 긍정적인 사람이 아닌가?


그런데 며칠 전, 요가 자세를 교정하면서 뜻밖에도 다른 나의 모습을 만났다. 평소에 잘 되지 않는 자세를 최대한 해보려고 하다 보니 자꾸 불만이 생겼다. 다리 뒷 선이 펴지지 않고 손이 땅에 닿지 않는 상태라 마음이 쓰였다.


"이렇게 해보니 어때요?"라고 선생님이 묻자, 나는 안 되는 위치와 느낌을 최대한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에

"팔이 안 닿고 등도 아프고. 너무 유연하지 않은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처럼 팔이 안 닿아요."라고 대꾸했다.

"이 자세는 어때요?"  다시 선생님이 묻자 나는 빨리 해결하고 싶은 마음에

"역시 잘 안되고 늘 뻣뻣한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선생님은 갑자기 동작을 멈추고 일어나 보라고 했다. 그러곤 나에게 말했다.

" 지금 몇 개의 동작할 동안 계속 안 되는 것에만 집중한 것 알아요? 내가 생각할 때 이 정도면 동작이 아주 안 되는 것도 아니고 유연하지 않은 것도 아닌데 오히려 초초 씨는 계속 안 되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군요. "

선생님의 말에 나는 정말 깜짝 놀랐다.


"동작을 할 때는 그 동작이 나에게 어떤 느낌을 주는지를 잘 관찰해야 해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그리고 부정적으로 자신을 다그치는 습관도 멈춰야 해요. 그것만 멈춰도 아마 동작은 더 잘 될 거예요."

그러면서 단순히 요가 수업이 아닌 일상생활에서도 스스로를 다그치는 습관을 가지고 있지 않느냐며 내게 물었다.



나는 늘 잘해야 해


요가 수업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 뭔가 쿵 하면서 마음속 한편이 가라앉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나 스스로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무의식은 나 스스로를 채찍질하기 바빴던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습관처럼 했던 나 스스로의 검열, 이것보다 더 잘할 수 있었을 것이란 자책, 누군가를 넘어서야 이길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욕심. 나는 못하는 것에 집중하면 더 잘하게 될 줄 알고 스스로를 다그치곤 했다. 중요한 일을 앞두곤 늘 '잘해야 해.' 라며 되뇌었다, 오히려 그것이 역효과를 만들어 무의식적으로 늘 스스로를 지적해왔던 것이 아닐까? 내 마음속에서 '완벽하면 인정받을 수 있을 거야."라는 관념이 있어 자꾸만 나 스스로를 내몰았던 게 아닌가 싶다.

결국에는 내가 나 스스로를 독려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사랑도 아무 필요 없는데 말이다.



원하는 것만 본다면


나는 오래된 빨간 벽돌집에서 오래 살았다. 오래된 집에서 사는 것이 얼마나 피곤한지 나는 이번 이사를 준비하면서 돈을 더 보태서라도 빨간 벽돌집을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줄곧 회색 콘크리트 집만 찾았다. 사무실이 있는 서울역으로 출퇴근할 때 그 빌딩 숲 사이에서도 어찌나 회색 콘크리트 빌라만 보이던지, 회사 근처에 이렇게 많은 빌라가 있나 싶을 정도였다. 찾는 것만 눈에 들어온다는 말이 딱 맞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내가 원하는 것만 볼 수 있는 것, 그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다. 이사하고 나서는 내 눈엔 더 이상 회색 빌라가 눈에 들지 않는다. 대신 아주 유연한 포즈로 요가 자세를 하고 있는 모델들의 모습이 눈에 뜬다, 그래서일까 얼마 전 수업에서 나는 다른 사람들과 다른 나의 뻣뻣한 자세를 보고 비교를 했고 나의 부족함을 본 이후론 실제로 몇 번씩 내가 못하는 것에만 주목했다. 빨리 발견해서 고쳐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만일 앞으로도 내가 나의 부족한 점만 보고자 한다면, 아마 나는 계속 부족한 것들만 찾아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결국엔 나 스스로에게 계속 부정적인 피드백만 하게 될 것이다. 반대로 내가 나의 좋은 면과 현재로서 만족스러운 점들에 더 중점을 둔다면 나는 나의 좋은 점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를 더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늘 의식적으로는 긍정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반대로 일상에서 나의 부족함에 포커스를 맞춰왔던 것 같다. 앞으로는 무의식적으로 부정적 비판을 하던 자아를 내려놓고 좀 더 긍정적인 피드백을 스스로에게 선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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