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했던 시도들
그날도 나는 밤 11시에 불을 끄고 누웠다. 한참 동안 베개 위에서 머리를 뒤척였다. 이어 누웠다가 앉았다가를 반복하니 어느덧 새벽 4시가 되었다. 그 날은 내가 잠을 자기 위해 그 좋아하는 커피 조차 마시지 않은 날이었다. 잠이 안 온다고 해서 피곤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눈꺼풀은 무거워 겨우 실눈 정도 뜰 수 있었다. 머리가 아프고 팔과 다리엔 힘이 없었다. 계속 누워서 쉬고 있었지만 내 에너지는 채워지기 커녕 더 고갈되고 있었다.
뒤척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잠에 집착하게 되었고 악몽을 꾸는 날도 잦아졌다. 어느 날은 꿈속에서 나무를 헤집고 다녔고 또 어느 날은 누군가의 뺨을 계속 때리는 꿈을 꿨다. 불편한 꿈의 연속은 평온한 하루의 시작에 방해가 되었다.
단순히 피곤함을 떠나서 불면증은 나의 생산성에도 지장을 주었다. 잠 못 드는 날 다음엔 너무나 예민한 상태로 회사 업무를 해야 했다. 사무실에서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작은 소리에도 예민해졌고 지금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에 까탈스럽게 굴었던 것 같다.
스트레스 때문에 회사 화장실에서 현기증을 느끼면서 나는 이 패턴을 바꾸어야 할 시점이 왔음을 느꼈다. 천장을 쳐다보고 양을 세는 것을 그만 두리라 다짐했다. 포털 검색에서 알려주는 불면증 해결 방법 이외에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했다. 병원에 가서 처방을 받을 수도 있었지만 나는 그것보다 더 건강한 방법으로 나의 불면증을 개선하고 싶었다. 병원은 가장 마지막 선택지가 되어야 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지금, 나는 여러 시도 끝에 숙면의 노하우를 찾았다. 잠을 잘 자는 것이 이렇게 행복하고 내 일상을 윤택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런 나의 경험을 토대로 숙면을 취할 수 있는 방법을 조금이나마 공유하고 싶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조금이라도 푹 자고 맑은 정신으로 일어나 일상을 행복하게 이어갈 수 있다면 좋겠다.
당신은 왜 늦게 자는가?
이 질문이 먼저이다. 당신은 왜 늦게 자는가? 야근하고 늦게 들어와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가? 넷플릭스를 보다가?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 우리는 과중한 업무에서 벗어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시간을 쓴다. 그러다 보면 자정을 넘기기도 한다.
나는 공연장에서 오랜 기간 동안 일을 했다. 보통 공연은 저녁 8시에 시작한다. 그리고 중간 쉬는 시간까지 합하면 2시간이 넘게 이어진다. 공연이 끝나야 나의 업무도 끝이 났기 때문에 퇴근 시간은 늘 밤 10시 넘어서였다. 집에 돌아와 씻고 바로 잠을 청할 순 있었지만 뭔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나는 냉장고에서 캔맥주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꿀꺽꿀꺽 마셨다.
맥주를 마시면서 친구들의 인스타그램을 체크하고 댓글을 남겼다. 오늘 못 본 동영상이 많아 술을 마시며 그 영상들을 체크했다. 그렇게 자정이 넘어 새벽 1시. 오늘도 잠을 못 잘 것 같다는 느낌이 온다. 어제처럼 또 잠이 안 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 베개 위에 누워보니 아까 어떤 손님이 나에게 쌀쌀맞게 굴었던 것이 생각나서 괘씸해졌다.
‘아니, 그때 왜 내가 당당히 얘길 못했지? 그건 내 잘못이 아니라고 말했으면 됐을 텐데. 아 정말 답답해. ‘ 이런 생각이 들면서 우울해진다.
그렇게 다시 아침이 밝았고 시계를 보니 일어나겠다고 했던 시간보다 30분가량 또 늦었다. 오늘도 대충 씻고 빨리 달려가 지각을 면해야겠다. 아침은 스타벅스에서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업무 패턴의 문제
우리는 회사에서 시간을 많이 보낸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 업무시간이 곧 내 생활 패턴이 된다. 나처럼 주로 저녁 시간 때에 일을 하는 사람, 다른 직무보다 야근이 많은 사람, 외국계 기업이라 늦은 시각에 본사와 미팅을 해야 하는 사람 등 상황에 따라 우리의 저녁 시간은 달라진다.
일을 마치고 쉬는 시간을 원하는 건 당연하다. 긴장이 많은 날에는 당연히 이완을 원하니까. 무엇을 하든지 일 끝나고 나를 위한 시간을 쓴다면 자연스럽게 취침 시간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나 역시 일 끝난 후 스트레스 해소가 필요했고 그래서 늘 늦게 잠자리에 들곤 했다.
그게 이유였을까? 불면증을 개선하기 위해서 다른 날보다 휴식 시간을 짧게 갖기로 했다. 일단 휴식 시간을 자정 되기 전까지로 줄였다. 12시에는 무조건 침대에 누워보기로 했던 것이다.
생각이 많아서 잠이 안 온다.
그런데 문제는 이른 취침이 아니었다. 일찍 누웠다고 해도 잠에 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여러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특히나 나는 말보다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것이 더 익숙했기에 더 그랬던 것 같다.
생각이 많아서 잠이 오지 않는 건 알았는데 그럼 대체 생각을 어떻게 없애야 하나? 생각을 없애는 방법에 대해선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러던 중에 엄마가 드라마를 보면서 했던 말이 기억났다. 티브이를 보고 있으면 아무 생각이 안 난다고 했던 그 말. 그래서 나는 생각을 줄이기 위해 뉴스를 켰다.
자기 전에 뉴스를 본다면?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아무래도 연달아 몇 편을 보면서 밤을 새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잠을 청하기 위해 뉴스를 봤다. 앵커의 정제된 톤이 어쩌면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세상 돌아가는 일을 꼼꼼히 살피고 시사에 빠삭해질 수도 있으니까 일석이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뉴스 청취에 중독되었다. 주요 뉴스 클립부터 주요 3사의 뉴스데스크까지 모조리 다 봤을 뿐 아니라 가끔 해외 뉴스도 챙겼다. 그것으로 모자라 토론, 대담회, 청문회의 하이라이트까지 봤다. 이 때는 내가 뉴스에 중독되었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뉴스를 본다는 것이 유익한 일이라고 스스로 생각한 것이었다.
세 가지 시도
숙면을 위한 나의 여러 시도는 오히려 잠을 더 잘 수 없게 만들었다. 위에서 말한 일찍 침대에 눕기, 생각을 줄이기 위해 뉴스를 보기는 오히려 밤 잠을 설치게 했다. 나는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런데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알 길이 없었다. 답을 찾기 위해 어떤 시도든 하고 싶었기에 불면증이 생긴 이유를 적어봤다.
일 끝나고는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생각이 많다.
뉴스를 본다.
그리고 이것들을 대신할 방법을 적었다.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적으면서 생각을 정리한다.
뉴스를 보는 시간을 정한다.
그렇게 불면증 개선을 위한 첫 삽을 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