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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초롱 Jan 26. 2021

잠이 솔솔, 나의 불면증 극복기 (3)

수면을 부르는 현실적인 노하우 

* 이 글은 총 세 편으로 작성했어요. 불면증 극복기의 2편에 이은 3편이에요. 혹시 앞선 편을 보시려거든 이곳을 클릭해주세요.

https://brunch.co.kr/@potentialist/36



3. 제대로 된 습관 

나에겐 제대로 된 습관이 필요했다. 지금까지 했던 시도들의 대다수가 오히려 일상을 더 피폐하게 만들고 있었다. 차라리 몸이 아픈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에겐 새로운 일상을 위한 계획이 필요했고 몸을 회복할만한 어떤 것도 하겠다는 의지가 생겼다. 


먼저 나는 술 병을 모두 치웠다. 가지고 있던 맥주 캔과 와인을 모두 없앴다. 대신 냉장고를 질 좋은 음식으로 채웠다. 넷플릭스 계정을 삭제했다. 그리고 침대 근처에 있던 잡다한 것들을 모조리 다 버렸다. 모아둔 와인 코르크, 전용 맥주잔, 오프너 등의 집기도 시야에서 없앴다. 


나는 더 나은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누군가 추천해 준 팀 페리스의 <타이탄의 도구들>을 읽었던 것 같다. 그 책은 세상의 성공한 사람들의 습관을 다룬 내용인데 유난히 눈에 띄었던 내용은 그들이 아침에 가장 먼저 ‘이불을 정리한다.’는 점이었다. 


이불은 정리한다는 것은 오늘 하루 가장 먼저 이룰 수 있는 하나의 성취라고 쓰여있었다. 그렇게 성취감이 이어지다 보면 습관이 개선되고 좋은 습관이 결국 좋은 행동을 만든다는 내용이었다. 


이불 정리 

그 이후부터 나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이불은 갠다. 한 번에 탁 털어서 침대 매트리스 위에 깔고 바르게 펴는 일. 그게 전부다. 1분도 안 걸리는 아주 간단한 일이지만 여러모로 효과를 많이 봤다. 

이불 정리는 하루를 시작한다는 신호탄이다. 만지고 털고 탁 하는 소리로 시작해 깔끔하게 이불을 정리하면 오늘이 시작된다. 이불 정리가 하나의 의식이 되면서 더 이상 잠을 더 자기 위해 침대로 들어가는 일이 없어졌다. 

하루를 마치고 돌아갈 정리된 침대가 있다는 것은 마음의 위안이 된다. 잠을 잘 자기 위한 준비가 미리 되어있는 셈이다. 


작은 목표 

이불을 정리하는 것이 습관이 된 이후, 출근하기 전 아침 시간이 조금은 확보되었다. 다시 이불속으로 기어들어가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이불 정리 이후에 잠이 잘 깨질 않았다. 더 자고 싶은 마음은 여전했다. 

나는 아침에 어떤 것이라도 더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아침은 자주 먹지 않았고 회사에 가기까진 약간의 여유가 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회사에 일찍 가는 것도 가능했지만 그건 싫었다. 


나는 아침에 할 만한 건강한 어떤 것이 필요했다. 시간을 많이 잡아먹지 않지만 어느 정도 힘들어 성취감을 느끼게 하는 행동을 하고자 했다. 그래서 1분짜리 목표를 세웠다. 

첫 시작은 1분 플랭크 하기였다. 일어나서 1분 동안 플랭크 자세를 취하는 것이었는데 평소에 운동을 하지 않은 나에겐 너무나 큰 고통이었다. 20초만 지나도 어깨가 후들거려 쓰고 있던 안경에서 덜덜덜 소리가 났다. 첫 1분 플랭크를 마치고 성취감이 컸다. 1분이 생각보다 길게 느껴졌다. 그렇게 한 달 동안 나는 플랭크 1분을 완성했다. 

두 번째는 1분 동안 책 세 줄 읽기였다. 내가 좋아했던 책을 아침에 펴고 그것을 딱 세 줄만 읽었다.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오히려 1분 플랭크보다는 더 쉬운 일이었다. 처음에는 세 줄만 읽고 덮었지만 어느 날부터 한 장을 다 읽게 되었다. 오히려 아침에 읽기 시작한 책을 회사까지 들고 가 마저 읽는 경우도 생겼다. 

세 번째는 일기를 쓰는 것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생각나는 아무것이나 썼다. 어제 있었던 일, 오늘의 업무, 이번 주에 사야 할 식료품 등 생각나는 대로 사소한 것들을 다 썼다. 그렇게 또 한 달이 지나자 잠들기 전에 했던 생각들이 점점 사라졌다.  

작은 습관 세 개를 하고 보니 이걸 아침에 다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작 몇 분이 걸리는 일이었다. 이불을 개고 1분짜리 운동을 하고, 세 줄 책을 읽고, 일기를 쓰면 15분,  그렇게 나의 아침 루틴이 생겼다. 


술과 뉴스 

정말 재미있게도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다. 건강한 모닝 루틴이 생김과 동시에 몸이 회복되었지만 그때 다시 나쁜 습관이 돌아왔다. 그중 하나는 술 마시기였다. 여전히 편의점에서는 맥주 4캔을 만원에 팔았다. 나는 다시 맥주를 사서 집에 왔다. 


술을 한 잔 마셨다. 그런데 예전과는 다른 느낌을 받았다. 릴랙스가 되질 않고 오히려 커피를 마신 것처럼 잠이 깼다. 한 잔 더 마셨다. 그러니까 두통이 생긴 것처럼 머리가 아팠다. 오랫동안 술을 마시지 않아서 그런가 싶었다. 그날 밤 나는 또다시 잠을 설쳤다. 내가 마신 맥주 한 캔이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과거로 가는 열쇠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맥주를 안 마시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맥주 한 캔의 유혹은 버리지 못했다. 게다가 이직한 회사의 로비에는 크래프트 맥주를 따라 마실 수 있는 멋진 탭이 구비되어 있었다. 전보다 더 쉽게 맥주를 마실 수 있었다.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잠을 잘 자기 위해서 나는 이른 시간에 술을 마시기로 했다. 밤에 마시면 결코 수면에 영향을 주니 이제 낮에 마셔야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그렇게 주말 오후엔 종종 맥주를 마셨다. 

오후에 마시니까 저녁 8시쯤에는 술이 깨서 괜찮았다. 그런데 맥주를 마시는 것이 더 이상 재밌지가 않았다. 전보다 흥이 나질 않았다. 술을 많이 마시다 보니 웬만한 세계 맥주의 맛을 다 알게 되었고 유명 크래프트 펍에는 다 가본 터였다. 그렇게 점점 흥미가 떨어졌다.


뉴스도 마찬가지였다. 몸이 아파서 누워있을 때에는 뉴스를 한 동안 보지 못했다. 그때엔 재밌는 에피소드 하나를 놓친 것처럼 초조했다.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다 알아야 하는데 그걸 모르다니 점점 무식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작은 습관을 실천하는 것에 집중하면서 뉴스에 소홀했고 어느덧 신문도 뉴스도 보지 않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뉴스를 안 본다고 해서 아무도 나에게 뭐라고 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 책 <팩트풀니스>를 읽으며 나는 아주 당연한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뉴스는 너무나 자극적이다. 사람들이 자극적인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뉴스도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하루의 사건사고를 알려주는 것이 뉴스이다. 유익한 정보도 있겠지만 자극적이고 또 부정적인 내용을 다룬다. 

뉴스를 보면 잠을 잘 잘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나의 가설이 무너졌다. 뉴스를 자장가가 아니고 오히려 자극제이다. 생각 끝에 나는 뉴스 시청시간을 대폭 줄였다. 구독하던 신문도 자르고 구독하던 정치인들의 채널도 없앴다. 물론, 뉴스를 전혀 안보는 것은 아니다. 요즘은 내가 필요한 뉴스를 아침에 글로 읽는다. 그리고 최대한 부정적인 뉴스는 피한다. 


구획 정하기 

술과 뉴스를 끊고 건강한 식단으로 바꾸니 저절로 잠이 왔다. 그런데 문제는 여전히 잠에 빠지기 전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었다. 나는 잠이 잘 오는 음악을 찾아 듣기도 하고 누군가가 읊어주는 동화를 듣기도 했다. 그래도 잠은 쉽사리 오지 않았다. 뭔가 더 좋은 방법이 필요했다. 


나는 내 주변에 술병을 다 치웠던 날이 생각났다. 간단한 방법이었지만 효과가 좋았다. 어쩌면 잠을 위한 환경을 제대로 만들어야 좋은 잠을 잘 수 있을지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베개를 바꿔볼까? 침구를 다른 색으로 바꿀까? 가습기를 틀어볼까? 여러 생각을 하다가 문득, 나의 생활 패턴 때문이 이유가 아닐까 생각했다. 

당시 나는 잠들기 전에 침대에 앉아 책을 읽거나 일기를 썼다. 침대에 앉아서 차를 마시고 인스타그램을 했다. 뭐든 침대 위에서 했다. 만약 그것이 이유라면? 이불 정돈을 하고 그 위에 절대 다시 올라가지 않는다면 어떨까? 


딱 침대를 잠을 위한 공간으로만 지정하면 더 나아질 것 같았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한 날부터 지금까지 나는 절대 잠을 위한 일이 아니면 침대 위에 올라가지 않는다. 아침에 일어나서 이불을 정돈하고 바로 바닥에 앉아 스트레칭을 하고 책상 의자에 앉는다. 예전엔 당연했던 뉴스 시청도 책상에서, 책 읽는 것도 책상에서 한다. 너무나 평범한 변화였지만 최고의 방법 중 하나이다. 


이어서 나는 이 방법을 다른 것들에도 적용했다. 내 책상에 있던 잡스러운 집기 등을 모두 치웠다. 그리고 그 책상에서는 글을 쓰고 일기를 적는 일만 하기로 했다. 그렇게 하니 딱 그 일만 하는 공간이 되었다. 예전엔 과자 부스러기와 신용카드, 장갑 등이 차지해서 앉을 생각을 못하던 책상이 업무 생산성을 최고로 만들어 줄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이어 나는 침대 아래 바로 요가 매트를 깔았다. 이 공간에서는 운동만을 해야 했다. 예전에는 매트 위에서 밥도 먹고 유튜브도 봤다. 그런데 앞으로는 그런 것을 하지 않기로 했다. 침대에서 나와 요가매트에 딱 앉는 순간 스트레칭을 시작하기로 정했다. 


구획을 정해 공간을 규정하고 거기에서 꼭 해야 할 일들을 정하게 되면서 내 일상이 바뀌었다. 마치 헬스장과 같은 시스템이다. 러닝머신에서 러닝만 해야 하고 자전거 바퀴를 구르는 공간에서 그것만 해야 하는 그런 시스템 말이다. 내 방은 침대와 요가 매트,  책상이라는 구획으로 나누어져 있다. 그렇게 날마다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4. 결국엔 습관이다.

너무나 뻔한 말이지만 결국 불면증은 습관 개선으로 해결할 수 있다. 좋은 습관으로 하루를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잠이 오는 속도가 달라진다. 그리고 수면의 질도 향상된다. 

스트레스가 너무 많다면 스트레스를 해소해야 한다. 그런데 그 방법이 잠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먼저 알아봐야 한다. 나는 술을 마시거나 뉴스를 보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생각했다. 실제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술을 마시면 잠이 쉽게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뉴스는 유익한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들이 얼마나 자극적인지, 얼마나 나의 수면에 영향을 주는지는 행동인지는 쉽게 인식하지 못한다. 


생활 습관을 통해 불면을 개선하겠다는 사람도 많지 않은 것 같다. 불면증 약을 처방받아 깨끗하게 잠들고 싶은 사람들이 많은데 그건 일시적인 방법이다. 우리는 오래 산다. 그래서 일시적인 처방으로는 불면을 영원히 개선하긴 힘들다. 대신 습관 개선을 통해서는 가능하다. 우리가 어떤 일상을 사느냐에 따라서 불면은 개선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내가 제시한 방법에서 불면의 실마리를 찾는 분들도 있을 것이고 이보다 더 확실한 방법이 필요한 분들도 있을 것이다. 어떤 것이든지 간에 불면증을 극복하기 위해선 건강한 시도가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아래의 리스트를 공유한다. 한동안 불면증을 겪었던 내가 했던 시도들이 그나마 도움이 될까 하여 정리해보았다. 


<잠을 방해하는 습관>  

    술 마시기, 특히 혼자 마시는 술은 최악의 효과를 낸다.  

    뉴스 시청  

    유튜브로 뭐든 시청하기   

    인스타그램   

    인터넷 쇼핑  


<잠이 오는 습관>  

    술이 정말 마시고 싶다면 낮에 마신다.  

    취침 전에 절대 아무것도 시청하지 않는다.  

    취침 전에 SNS 하지 않는다.  

    취침 2시간 전에는 물도 마시지 않는다.   

    커피는 오후 4시를 넘기지 않는다.  

    침대 위에서는 잠만 잔다.   

    집에 술이나 간식을 사 오지 않는다.  

    일정 시간 동안에 핸드폰 알람을 꺼둔다.   

    자기 전에 명상을 한다.   

    자기 전에 심한 운동이 아닌 가벼운 스트레칭을 한다.   

당연한 것들이지만 실천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잠이 오는 습관 10가지 중에서 절반 정도만 하더라도 수면의 질이 확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불면증을 극복하려면 습관 개선이 필요하다. 습관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오늘부터 꾸준히 애써야 한다. 정말 불면증을 극복하고 싶다면 1분 목표를 세우고 공간의 구획을 나누고 긍정적인 행동들을 하라. 그러면 베개에 누워도 아무 생각나질 않는 밤이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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