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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초롱 Sep 08. 2021

가톨릭 신자의 태양 경배 포즈

나의 요가 에세이 <생각은 멈추고 숨은 내쉬세요> 5화


요가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을 때, 회사 동료이던 선이는 내게 "요가, 그거 힌두교 믿는 거 아니야?"라고 물었다. 선이가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이러했다.  

'요가 -> 인도 -> 힌두교 -> 다른 신을 섬김.' 지금 생각하면 너무 억지스러운 전개였지만 그 당시에 나는 선이의 이런 논리에 바로 반박하진 못했다.

나는 선이에게 요가는 운동이지 종교가 아니라는 말을 했다. 그러자 그녀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거기에 태양 경배하는 자세가 있잖아. 그거 태양신 믿는 거 아니야?" 라고 반박했다. 그리고서는 자신은 크리스천이기 때문에 요가가 아무리 좋아도 하나님을 배반하는 행위이니만큼 배우고 싶지 않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러고 보니 요가를 종교와 연관지어 오해하는 주변 사람들이 꽤 있었다. 한동안 내 동생도 빈야사를 하거나 바우로 몸을 풀고 있는 나를 보며, 불교신자나 이슬람 신자냐고 농담을 던졌다. 단지 위생을 위해 매트를 밟지 말아달라고 한 것을 꼬집어 '성스러운 물건' 이기 때문에 밟지 말라고 하는 거냐며 놀리기도 한다. 아로마 향초나 나그참파를 태우는 것 역시 매한가지로 그런 류의 농담거리가 되었다.


갑자기 태양경배 포즈가 마음에 걸린다.


선이의 말대로 요가에는 태양 경배 포즈가 있다. 그리고 나는 이 포즈를 꽤나 좋아한다. 왜냐면 이제는 어렵지 않은, 자신있는 동작이고(웃음) 척추를 곧게 폈을 때 느낄 수 있는 시원함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침에 이 포즈를 하게 되면 잠을 깨우는데 제격이다. 그간 이 포즈를 하면서 한 번도 태양신을 경배한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선이의 말에 괜히 신경이 쓰였다. 나 역시 가톨릭 신자로 다른 신을 섬기면 안 된다는 십계명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요가 선생님에게 물었다. 내가 수련이라는 이름으로 날마다 하는 것이 진짜 태양신을 섬기는 행위인지 말이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나에게 또 다른 인사이트를 전달해 주었다. 선생님의 말은 이렇다. 요가의 모든 동작은 5천년 전부터 내려왔다고 추정되며  인간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는 것이라고.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사라지지 않고 전해 내려오는 것들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라는 말이 그것이었다.

또한 사람들이 무엇을 평가할 , 그것은  사람의 기준에 따른 생각인만큼 추측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도 해주셨다.


선생님의 말을 듣고 보니 뭔가 명료해 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요가 클래스에서 가끔 아베마리아나 할렐루야에 맞춰서 빈야사를 한다. 명상 시간에는 '' 읊으면서 집중을 한다. 전자는 천주교나 기독교에 속할 것이고 후자는 불교에 속할 것이다. 이렇게 보면 요가는 어느 종교에나 있다.


신나게 태양 경배 포즈를 해보자


그런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이전에는 비슷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제대로 대답 못했지?' 그 때마다 나는 당당하게 말하지 못했고 오히려 내가 하는 것들을 의심했다. '내가 잘못하고 있는게 아닐까'라든가 '저 사람 말이 맞으면 그 다음엔 어쩌지?' 라는 걱정이 먼저였다. 그제서야 나는 내가 다른 사람의 비판에 민감한 사람이고 남들의 시선을 매우 많이 신경 쓰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선이는 자신의 종교적인 관념에 의해, 내 동생은 나를 놀리기 위한 요량으로 요가를 바라봤다. 그리고 나는 이런 말들에 쉽게 휩쓸렸다. 이런 내 모습을 깨닫게 되고 나니 그 다음은 오히려 쉬웠다. 좀 더 객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볼 수 있게 되어서 불필요한 걱정이나 고민을 하지 않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날 이후, 어느 날의 클래스에서 태양 경배 자세를 할 기회가 생겼다. 그때 선생님이 이런 멘트를 했다. "내 몸이 이자세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한번 느껴보세요." 그 말에 집중해서 얻은 나의 답은, 이 자세에서 내가 강한 자신감을 얻고 싶어 한다는 것이었다. 주변 환경이나 사람들의 말에 흔들림 없이 꼿꼿한 몸으로 내가 스스로 중심을 잡고 살아갈  있기를 바라며 그날도 나는 태양 경배 자세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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