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요가 에세이 <생각은 멈추고 숨은 내쉬세요> 1화
대학 시절 처음으로 요가를 접했다. 벌써 10년 전쯤 일인데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대학 부속 기관이던 평생교육원에서 처음으로 시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재학생은 한 달에 3만 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들을 수 있다고 해서 시작했다. 그때는 지금처럼 요가 레깅스를 당당히 입는 문화가 아니었기에 나는 늘어난 티셔츠와 잠옷이라고 말하면 믿을 법한 운동복 바지 차림으로 요가를 시작했다.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 분이 내가 만난 첫 요가 선생님이다. 맨 처음 느꼈던 것은 고등학교 때 만난 도덕 선생님과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개량한복 차림으로 가부좌를 틀고 앉아 계셨다. 하지만 정적일 것이라 예상했던 내 생각과 달리 한 동작 한 동작을 따라 하기 어려웠다. 그땐 운동을 하나도 안 했던 몸이었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뻣뻣했다. 손이 발에 닿기는커녕, 허리를 굽혀 내려가기도 힘에 부쳤다. 그렇게 3만 원어치의 요가를 경험하고서 이 운동은 나와 맞질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유난히 각목 같던 나의 팔다리를 탓하며 요가를 완전히 잊어버리고 살았다.
내가 다시 요가원을 찾은 건 한참이 지나 서른이 넘어서이다. 원데이 클래스로 한번 시험 삼아했던 것이었는데 그날 밤, 불면증으로 잠 못 이루던 나를 한방에 녹다운시켰다. 아직도 기억이 나는 그 요가원은 하타 요가를 전문으로 하는, 요가 경력이 오래된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했던 클래스였다. 그것을 미처 알지 못했던 나는 동작을 안내하는 선생님의 포즈 하나하나에 깜짝 놀랐다. 모든 것이 다 서커스처럼 느껴졌다. 아등바등 흉내를 내면서 엄청나게 땀을 흘렸던 첫 번째 클래스가 마무리될 때쯤, 평화로운 목소리로 선생님이 '자리에 누워 사바 아사나로 푹 쉽니다.'라고 말했다.
사바 아사나, 예전이나 지금이나 내가 제일 좋아하는 동작은 바로 이거다. 자리에 누워서 팔과 다리를 쭉 늘어뜨리고 숨을 쉬는 것.
요가에 빠지게 된 건 그날부터였던 것 같다. 요가를 하는 동안엔 생각이 멈췄고 나를 괴롭히던 직장 상사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머리에 맴맴 돌던 부정적인 뉴스거리와 부모님의 잔소리도 동작 하나하나를 진행하는 동안 모두 잊혔다. 나는 생각을 비우기 위해서 요가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들숨과 날숨이 만들어 주는 텅 비어있음을 위해 요가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