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텐셜리스트 '노연정'님
나를 한 단어로 정의하자면 바로 ‘폭탄’이다.
나는 자그마한 자극에도 ‘펑’하고 터진다.
4월 포텐셜리스트 노연정님이 보내온 답변은 위트가 넘쳤다. 그녀의 포텐셜이 ‘펑!’ 터지길 바라며 폭탄 노연정님의 인터뷰를 공개한다.
노연정님은 대학 시절 영어영문학을 전공했고 지금은 번역가로 일한다. 얼핏 보기엔 자연스러운 진로선택처럼 보이지만 번역대학원에 진학한 것은 최근 일이고 그 전에는 번역을 직업으로 삼겠다고 생각한 적이 1도 없었다고 한다.
Q. 전에는 어떤 일을 했는가? 갑자기 진로를 바꾸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나는 그냥 직장인이었다. 국제 미술 관련 기관에서 일했었다. 그렇게 일에 치여 살다가 문득 나 자신이 소모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의 무기, 전문성이 있어야만 내 삶을 선택하며 자유롭게 살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Q. 대부분의 포텐셜리스트들이 그랬던 것처럼, 노연정님도 살면서 가장 잘한 일을 ‘회사를 그만둔 것’이라 답했다.
A. 퇴사 후 통번역대학원에 진학했다. 당시 나는 30대 초반으로 적지 않은 나이었다. 내 주변 친구들은 회사에서 안정적인 위치에 있거나 이미 결혼해 자녀가 있었다. 친구들을 보면서 나는 언제쯤 그들과 비슷한 모습으로 살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또다시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에 망설여지기도 했다. 이 도전이 결국에 나와 맞는 일인지 확신할 수 없었고 고정수입 없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를 생각하면 참 막막했다.
그러나 그때 결심하지 않았더라면 나이, 결혼 준비 등등 핑계만 늘어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에 엄두가 안 났을 것이다. 손에서 놓기 아까운 것들을 과감하게 놓아버리니까 새로운 진로와 기회가 생겼다.'
Q.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가장 고려하는 것은 무엇인가?
A. 현실적으로 내게 득실이 무엇인지 많이 따지는 편이다. 먼 훗날 삶을 돌이켜 봤을 때 이런 선택을 한 것이 후회로 남을 것인가를 생각한다.
노연정님은 대학원에 진학하기 전에도 남다른 도전을 해왔다. 대학 시절 록 밴드 보컬로 활동하며 몇 차례 경연대회에 참가했고 이후엔 영국에서 어학연수를 했다. 그러다 한국에 돌아와서 취미로 발레를 배웠다. 록 밴드 보컬로 활동하던 시절 그녀를 만났다면 그녀의 펑키한 레깅스가 어느새 발레 슈즈 위에 단정한 분홍 타이즈가 되어 있음에 깜짝 놀랐을 것이다. 그렇듯 그녀의 도전은 예측불허다. 그런 면에서 폭탄이라는 말이 어울리기도 한다.
인터뷰하면서 포텐셜리스트들의 일화에 놀라기도 하는데, 이번에도 그렇다. 만약 당신이 살던 집이 모두 불에 타 하루 만에 살 곳이 없어졌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게다가 그곳이 한국이 아니라면?
노연정님이 영국에 체류할 때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다.
A. 영국에서 유학한 지 약 5개월이 지나던 때였다. 내가 살던 집에 불이 났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집이 전소해서 수중에 아무것도 없었다. 은행 카드를 새로 발급받을 때까지 옷을 얻어 입고 남의 집 거실에서 얹혀살며 새로 머무를 집을 찾아다녔다. 한국에 돌아오라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일종의 오기였다. ‘이런 시련 따위에 굴복하지 않겠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결국, 그곳에서 2년을 더 지내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추억을 쌓았다. 만약 바로 귀국했더라면 영국에서의 내 삶은 지우고 싶은 기억으로만 남았을 것이다.'
노연정님은 시련에 좌절하기보다는 그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자신이 애초에 계획한 일에 따라 살고자 했다고 한다. 인터뷰를 통해서도 그녀의 긍정적인 면모를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노연정님의 스트레스 해소법 또한 남다르다.
Q. 스트레스를 받을 때 어떻게 해소하는가? 나만의 팁이 있다면?
A.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춘다. 동전 노래방에서 혼자 서너 시간 노래하거나 방 안에서 불을 꺼둔 채 신나게 몸을 흔든다.
Q. 끝으로 진로를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A.’남들이 뭐라 하든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라’고는 못하겠다. 경험자들이 하는 말이 다 맞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틀린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판단은 자신의 몫이니 자신이 어떤 기준을 가지고 선택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 후회하느니 차라리 가보고 후회하자는 주의다. 이건 나만의 기준일뿐 다른 이들도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는 건 절대 아니다. 하지만 자신만의 기준이 있으면 선택의 갈림길에서 머리를 좀 덜 쥐어뜯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