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요가 에세이 <생각은 멈추고 숨은 내쉬세요> 10화
도전이라는 단어를 글로 쓸 때는 정말 설렌다. 도전이라는 단어가 주는 에너지가 있다. 그런데 막상 도전을 위해 몸을 쓸 때는 두려움이 온갖 걱정이 앞선다. 처음으로 요가를 도전했을 때, 일기장에 '요가 도전'이라고 자신 있게 적었던 반면, 클래스에서는 내 매트를 어느 위치에 깔아야 할지부터가 막막하다. 평소에 몸보다 마음이 앞선 사람이던 나는 늘 도전이라는 말을 써놓고 막상 시작을 못한다. 도전을 시작하려고 치면 온갖 핑계가 먼저 찾아든다. 특히 몸을 움직이는 도전일 때는 핑계를 만드는 머릿속의 생각이 늘 마음보다 먼저 등장한다.
"이건 네가 한 번도 해 본 적 없던 것이잖아. 예전에 체육 시간 생각해봐. 넌 달리기 조차 잘 못했던 애야. "라는 핑계. 그리고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일 때는 "이러다가 몸살 나는거 아니야?"라는 걱정, 정말 달래고 달래서 몸을 일으켰을 때엔 "너만 룰루레몬 없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든다. 이 모든 생각들은 정말이지 나를 잘 알고 하는 말들이다. 예전에 나는 가끔 이 모든 것들을 받아들이고 도로 침대 위에 눕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왜냐면 나는 이제 땅을 짚고 공중부양을 할 수 있는 토라사나(Tolasana)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처음에 이 자세를 봤을 때가 기억난다. 선생님의 시범을 보고 '서커스'를 연상했다. 아무리 손바닥으로 땅을 짚는다고 해도, 몸을 공중에 띄우는 몇 초가 있다는 것은 나에게 신세계였다. 1초도 힘들 것 같은데 자유자재로 몸을 움직이며 심지어 미소까지 보이는 시범에 혀를 내둘렀다. 이건 정말 무리다. 나는 그 동작을 연습하자는 그 첫마디에 솔직히 까무러칠 뻔했다. 왜냐면 나는 손바닥을 짚고 플랭크 자세로 몸을 띄우는데도 솔직히 힘에 부친다. 그런데 나를 자극하는 단어가 있었으니 4주 뒤에 이 포즈를 테스트할 것이라는 말이었다.
한국에서 공부를 하고 사회생활을 했다면 '테스트'라는 말에 얼마나 민감해지는지. 그것에 따르는 보상이 무엇이든 간에 테스트라는 말이 붙으면 나는 마치 훈련된 사람처럼 그것을 위해 노력을 한다. 요가를 하면서 깨닫게 된 것이지만 나는 경쟁에 너무나 익숙하고 남들에게 지기 싫어한다. 1등은 아니어도 괜찮지만 꼴찌는 안된다는 나의 관념으로 나는 테스트를 위해 부지런히 계획을 세웠다.
첫째 주에는 동작을 배웠으니까 안 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안심했다. 그러나 둘째 주가 되자 슬슬 안달이 나기 시작했다. 가부좌로 앉아 땅을 짚고 겨우 다리 한쪽을 들어 올릴 수 있는 정도였다. 그것도 많이 해봤자 6초 정도의 시간이었다. 나를 지도해주던 선생님은 코어에 힘을 꽉 주라고, 몸을 앞으로 살짝 숙여보라고, 양 발 모두 들어 올릴 때 '끄-응' 소리를 내면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조언까지 해줬지만 결국 내 두 다리는 공중 부양을 하지 못한 채 땅으로 떨어지길 반복했다.
둘째 주가 지나자 나는 화가 나기 시작했다. 매트 위에서 몇 번씩 몸을 들었다 놨다가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나 안 해'라는 말이 튀어나왔고 매트 뒤로 벌러덩 누워버리기 일쑤였다. 그러다 셋째 주, 이 포즈를 완성시키기 위해 온갖 성질을 내고 있는 나를 아셨는지 요가 선생님들이 한결같이 '이미 포즈를 만든 것처럼, ' 이라거나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집중하기'의 조언을 해주셨다.
진짜 클리 셰한 글을 쓰고 싶지 않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나는 긍정적인 메시지 하나가 내 코어에 얼마나 힘이 되었는지 말하고 싶다. 그 조언을 받아들여 '나는 할 수 있다.'라고 속으로 곱씹은 순간, 내 두 발이 슬쩍 올라갔다. 그리고 그렇게 땅 짚고 공중부양을 1초, 3초, 5초 늘일 수 있었다. 정말 재밌게도 한번 포즈를 성공하니 다음번의 도전은 더 쉬웠다. '지난번에도 됐으니까 이번에도 당연히 될 거야. '라는 생각이 내 몸보다 먼저 등장했다. 의식적으로 나는 이 포즈를 할 때 '나는 할 수 있다'를 되뇌었다.
그리고 테스트가 있던 마지막 주에 신기하게도 나는 땅을 짚고 20초간 공중에 머무를 수 있었다. 내 두 발이 중력의 힘을 무시하고 나의 의지대로 20초 동안 떠 있었다. 정말 신기하고 멋진 경험이었다.
맨 처음 이 포즈를 만났을 때, 내가 이걸 한다는 것은 불가능이라고 생각했다. 안 되는 이유는 무궁무진하게도 많았다. 단숨에 몇 개를 적을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1. 나는 체육을 단 한 번도 잘한 적 없다.
2. 나는 유연하지 못하다.
3. 나는 요가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다.
4. 심지어 이 날은 생리가 시작된 날이다.
5. 나는 남자가 아니라서 팔에 근육이 없다.
하지만 손 짚고 공중에 내 발을 띄워둔 20초의 경험 이후, 내 생각은 이렇게 바뀌었다.
1. 나는 이제 체육을 잘한다.
2. 나는 많이 유연해졌다.
3. 나는 도전적인 요가 포즈를 완성했다.
4. 내가 원한다면 내 컨디션을 바꿀 수 있다.
5. 나는 강한 여자이다. 남자보다 더 잘할 수도 있다.
포즈 하나를 완성한 경험으로, 나는 내가 가졌던 부정적인 생각과 핑계를 좋은 쪽으로 바꿀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