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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초롱 Dec 20. 2021

‘나에 대해서 뭘 안다고 그래? ‘라는 마음

나의 요가 에세이 <생각은 멈추고 숨은 내쉬세요>

나의 마음에는 기쁨이와 슬픔이, 화남, 불안과 걱정, 방어가 있다. 다른 누구보다  ‘방어’하려는 감정이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한다. 그만큼 나는 일상 속에서 방어하고 싶은 마음 즉, 안 좋은 상황에서 나를 대변하고 싶은 감정을 많이 느낀다.


이건 내 잘못이 아니야.’부터 시작해 ‘나는 어떤 이유로 이걸 할 수 없어. 이걸 못하는 건 당연해.’라는 변명까지 그것들은 아주 활발해 자주 느껴진다.


요가를 하기 전까지는 이런 감정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 생각 할 수 있지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요가를 하면서 몸의 느낌을 잘 알게 되다 보니 방어를 할 때 내 몸 상태를 정확히 느낄 수 있게 되었고 그게 괴롭다는 걸 알았다.


일단 목이 뜨겁다. 명치가 찌른 듯이 아프고 상대의 눈을 오랜 시간 보기가 힘들어 자꾸 시선을 피하게 된다. 그리고 목소리가 기어들어간다. 얼굴이 화끈거린다. 속이 답답하다.

상대의 말이 잘 안 들린다. 한쪽 귀로 들어왔다가 바로 한쪽 귀로 나간다. 도무지 집중이 안된다.


방어하고 싶은 감정이 느껴질 때마다 속이 쓰리고 아플뿐더러 상대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해 어떤 문제 상황에서 그것을 해결 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이런 감정은 왜 일어날까? 고민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이것이다.

나를 방어하고 싶은 마음은 아이러니하게 나 스스로 충분하지 않다고 여기는 마음 때문이다. 스스로를 약하다고 여기고 모자라다고 생각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실제로 내가 부족하다고 느꼈던 상황에서 나는 몸의 고통과 방어 감정을 경험했다.


나는 부족하자 않고 최선을 다하고 있어!


얼마 전, 요가를 하다가 어떤 자세에서 선생님이 조언을 해줬다. 제대로 동작을 하라는 말이었는데 그 말을 듣자마자 몸에 반응이 확 올라왔다. 명치가 뜨거웠다. 순간 울고 싶다는 마음까지 들었다. 그때 나는 그것이 방어하고 싶은 나의 감정임을 깨달았다.


예전의 나라면 ‘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잖아요. 원래 나는 이 동작이 안돼요.’라고 속으로 화를 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나는 방어의 감정이 들 때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긍정을 붙들고자 생각과 감정을 바꿨다.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너무 좋은 일이라고 이 순간에 열심히 해보자는 마음을 선택했다.


그러자 몇 분 후, 선생님은 그런 나에게 아낌없는 칭찬을 해줬다. 실제로 나는 그 동작에 대해 자세히 바 배울 수 있었고 더 나은 방법으로 연습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경험을 통해 나 스스로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방어를 이겼다는 생각이 들자 긍정의 마음이 솟구쳤다.


나는 오랫동안 결과가 좋지 않은 일에 다 이유를 붙였다. 말하자면 변명거리였다. 요가를 할 때도 그랬다. 운동을 해 본 적 없어서, 돈을 조금 벌 수밖에 없어서 등의 이유로 나는 스스로를 평가했다. 사람들이 내게 뭐라고 한 마디라도 하면 나는 바로 ‘네가 뭔데’라는 반발심이 생겼다.


그런데 내가 정확히 알게 된 것이 있다면 ‘네가 뭔데’와 ‘나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같은 마음은 결코 내게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나에게 도움이 될 많은 것들을 놓치게 된다.


오히려 ‘그래? 고마워. 내가 바꾸려고 노력해볼게’라는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좋은 것들을 줍줍 할 수 있게 된다. 줍줍 해서 적용해보고 맘에 안 들면 다시 안 하면 된다. 그런데 자존심 때문에 남들이 주는 좋은 조언을 받아치고 기분 나쁘게 생각한다면 나만 손해다.


실제로 나는 방어를 고치려고 마음먹은 뒤부터, 사람들이 내게 주는 조언을 줍줍 해 적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다 내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좋은 것들이었다. 물론 마음이 엄청 편안하진 않다. 습관을 바꾸는 건 어렵다. 그러나 나는 방어의 감정을 내려놓는 노력을 하면서 내가 좋아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 그러면 그럴수록 사람들은 예전만큼 내게 이렇다 할 조언도 많이 하지 않는다. 왜냐면 내 상태가 조언을 필요로 하지 않을만큼 좋아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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