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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찌니 Apr 01. 2023

불안함을 느끼지 않은 오늘이 불안해요.

2023.04.01 64번째 일기

To. 찌니님

저의 일기 무단패스 부채가 늘어가고 있습니다.. 부자가 되어서 진희님에게 선물할 리락쿠마 순금이 점점 커지고 있어요. 저야 뭐 진희님한테 선물 많이 해드리면 좋죠!


오늘은 아침에 오랜만에 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고 왔어요. 요즘은 잘 컨트롤 되고 있냐고 물어보셨을 때, 생각해보니 우울하다고 생각하는 시간이 많이 줄어들긴 했더라구요. 

이게 정말 많이 나아진 것인지, 바빠서 그럴 생각을 할 틈이 없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감정적으로 그렇게 느끼는 시간이 줄었다는 것은 좋은 것 같은데 조금은 헷갈리는 기분입니다.


요즘은 약간 각성상태(?) 인 것 같기도 하고요, 일도 삶도 미친듯이 내달리고 있는 느낌이에요. 그렇다보니 회사 사람들은 저를 굉장히 외향적인 사람으로 보기도 한답니다. 사실 지쳐서 이게 갑자기 꺾일까 두려운 마음도 있어요.

나는 정말 많이 나아져서 지금 괜찮은걸까? 아니면 언제든 힘든 상황이 생기면 순식간에 돌아가는것이 아닐까? 오히려 불안함을 느끼지 않은 오늘이 불안해져요.


아직은 약을 먹지 않고 제대로 자는 것이 어렵고 의존도가 생긴 것 같긴 하지만 저도 스스로 목표치를 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오늘은 특히나 다시 불안한 마음이 드네요.

따뜻한 4월이에요. 저희 곧 또 만나요!


P.S 벚꽃주간을 즐겨요!




To. 낮잠님

너무 예쁜 벚꽃 사진 선물 우선 고맙습니다. (웃음) 

사실 저에게 어제 낮잠님의 무단 패스는 어젯밤에는 ‘걱정’이었다가 오늘 아침에는 그 이유를 알고 ‘기쁨’으로 바뀌었답니다. 또 회사 일에 지쳐서 약 기운에 쓰러져 자느라 패스한 지 알고 이걸 어떻게 돌파하게 해주면 좋을지 고민이었는데 아침에 온 톡을 보니 ‘신나게 노느라고 잊어 버렸다’ 라는 답이 온 것을 보고 사실 만세~! 했습니다. 늘 긴장하고 고민하는 하루를 넘어선 훌륭한 하루였던거죠, 어제는.   



나는 정말 많이 나아져서 지금 괜찮은 걸까? → 네, 그동안 우리가 써 온 일기가 그 증명이고 어제 일기를 쓰지 못한 이유가 그 증명이죠.

아니면 언제든 힘든 상황이 생기면 순식간에 돌아가는 것이 아닐까? → 돌아가도 어때요? 낮잠님에게 행복한 마음을 가장 많이 선사하는 남편, 동생, 부모님, 제가 있는데? 다시 우울해져도, 다시 즐거워지게 될 건데, 뭔 걱정이람???



그동안 매일 불안감을 느껴와서 불안감이 없는 하루가 생소한 것 뿐이에요. 불안하지 않아서 불안한게 아니라 낯선 것 뿐입니다. 낯선 것은 익숙해지면 사라져요. 그러니 불안하지 않음이라는 낯선 마음을 당연하게 만들어 봅시다.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울고 더 많이 행복해 하며, 참지 말고 내 감정을 솔직하게 내보이고 내가 하고 싶던 이야기를 더 많이 하고 나를 위한 이기적인 선택도 행동도 더 많이 해보세요. 그렇게 불안하지 않은 시간들에 익숙해집시다.

따뜻한 봄이니 어서 만납시다, 우리가 함께 할 이야기가 너무 많아져서 좋네요!


※ 이 글은 찌니와 낮잠이 공동으로 쓰고 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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