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일삶기록
마흔을 넘었고 유방암 투병에, 두 번의 수술에,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운동 조차 안했기에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원래부터 몸을 잘 쓰는 타입도 아니었고 수술로 인해서 할 수 없는 운동도 많아서 고심하고 알아보다가 선택한 것이 '재활 필라테스'였다.
일반 그룹의 클래스에서는 내 몸 상태로는 따라가기 어려운터라, 우선은 퍼스널 클래스로 진행하기로 했다. 일반 그룹에 비해서 금액은 비싸지만, 이 선택이 옳았다. 나는 예쁜 몸매를 만들고 싶은 것도, 다이어트가 목적인 것도 아니고, 그저 건강하게 움직일 수 있게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것이기에, 지금 나의 건강하지 않은 상태에 맞게 내 속도대로 해나가는 것이 필요했다.
상담을 통해 나의 세세한 몸 상태를 파악하신 선생님은 준비 운동부터 마무리 운동까지 세세하게 신경을 써주시고 있고, 수업을 진행하면서도 내 몸의 상태를 보시면서 천천히 진행을 해주시고 있다. 특히, 잘하고 있다는 칭찬을 10년도 넘게 들은 적이 없는데, 수업 때마다 선생님이 잘하고 있다고 칭찬을 해주셔서 괜히 더 열심히 하게 죄는 것 같다.
수술로 여기저기 성한 곳이 없는지라 걱정이 많았는데, 힘들긴 해도 무리다 싶은 느낌은 없다. 필라테스를 하면서 근육을 쓰는 법과 무게 중심을 잡는 법을 계속 배우게 되는데, 내 몸을 이렇게 써야 한다는 걸 알아가면서 오는 기쁨이 있다.
나는 평소에도 걷다가 발목이 잘 삐끗하며 다치는 경우가 많았는데, 알고 보니 자신의 몸이 어디에 무게 중심을 둬야 하는 지를 잘 알지 못했던 것이 문제였다.
첫 수업에서 그저 몸의 중심을 잡기 위해 나란히 서있기만 했는데 힘들어 죽을 뻔 했다. 나의 경우에는 발 아치가 깊어서 양 옆으로 발이 벌어지기 쉬운데, 그걸 팔자 걸음으로 편하게 버티고 있었던 것이고, 이로 인해 무게 중심은 더더욱 잡히지 않고 있었다.
엄지 발가락 라인과 새끼 발가락 라인, 뒷꿈치에 한번에 같이 힘을 주는 연습을 했고 앞으로 매일 걸을 때, 서 있을 때 신경을 써서 중심을 잡아보라는 선생님의 미션이 떨어졌다.
이 날 이후부터는 주에 3번 정도 저녁에 1시간 동안 선생님이 시킨대로 중심을 잡으면서 걸어 보고 있는데, 걷기만 한 것인데도 숨이 차오르고 땀이 날 정도로 힘들다. 대체 얼마나 저질 체력인거야 싶다. 앞으로 정상인 수준의 체력을 가지고 몸의 중심을 잡으려면 갈 길이 멀지만, 그래도 이렇게 꾸준히 하다 보면 되겠지라고 행복 회로를 풀가동 해본다.
몸이 건강하면 정신이, 마음이 건강해진다더니...요즘 진짜 그게 맞다는 생각이 든다. 당장 건강해진 것도 아니면서 건강해지기 위한 과정에서 지금 내 몸이 배우고 있는 것들이 앞으로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데서도 중심을 잘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 같다.
이제부터라도 매주 꾸준히 운동하면서 건강하게 살아갈 힘을 기르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내 몸도, 내 마음도 잘 다룰 수 있게 되겠거니 기대하며...